제 3 호 미국의 낙태죄 판결 뒤집기, 우리나라의 방향은?
미국의 낙태죄 판결 뒤집기, 우리나라의 방향은? 202010321@sangmyung.kr 편집장 주유라 당신에게는 자유롭게 피임할 권리가 있다. 신체의 주인은 자기 신체에 대한 결정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권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인간이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섹스를 하는 것은 벌을 받을 일인가? 그렇지 않다. 쾌락에 따른 형벌, 즉 섹스에 따른 책임을 묻는 논리는 신체의 주인이 지닌 자기 결정권을 무시하는 논리이다. 마찬가지로 여성에게는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할 권리가 있다. 여성은 인간이고,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기 결정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당연하고도 단순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22년 6월 24일, 미국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410 U.S. 113 (1973)) 판결이 뒤집혔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란 1973년 미국 전역의 임신 중단을 허용하도록 한 미연방대법원의 판결이다. 그러나 미연방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 임신 중단을 전면 금지한 미시시피주법에 대해 6대 3으로 합헌 판결을 하며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낙태를 제한하면 여성과 소녀들을 위험하게 몰아가 여러 합병증, 심지어 죽음까지 초래할 것”이라며 이러한 판결을 퇴보라고 비판하였다. 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판결에 대해 ‘비극적 오류’라고 말하였다. 이처럼 미국 대법원의 판결은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낙태죄 입법 논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미국의 판결은 낙태죄가 헌법불합치로 결정된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 2019년 4월 11일,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9. 4. 11. 선고 2017헌바127 결정에서 낙태죄가 헌법정신에 위배된 법률이라고 판결했다. 이전까지 한국의 낙태죄는 66년간 존속되어왔다. 낙태죄로 불렸던 형법의 조항은 다음과 같다. 형법 제269조 제1항에 따르면,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하였다. 제270조 제1항 중 낙태 시술 의사에 관한 부분에 따르면 “의사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는 조항을 명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항이 담긴 낙태죄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2021년의 시작과 함께 효력을 잃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던 판결문인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은 낙태죄 조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ㆍ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임신의 유지ㆍ출산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한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임신ㆍ출산ㆍ육아는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ㆍ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ㆍ심리적ㆍ사회적ㆍ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全人的) 결정이다.”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한 2019년부터 2021년의 시작까지 낙태죄가 유효하였던 이유는 2년간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유예기간을 두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조항이 효력을 잃기 전까지 정부의 개입과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이 이루어진 시점으로부터 약 3년의 세월이 지난 2022년 현재, 한국 사회는 여전히 낙태죄에 대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아도 임신중절에 대한 공적인 정보는 나오지 않고, 사람들이 임신중절을 위한 약을 불법으로 거래하는 상황도 여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임신중절 수술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유한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태가 3년째 지속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낙태와 관련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모자보건법이다. 모자보건법은 임신 중지 수술의 허용 범위를 제시한 법안이며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형법에서 낙태죄는 헌법불합치판결을 받았지만, 모자보건법 상에서는 임신 중지 수술의 허용 범위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임신 중지 수술을 다음과 같은 경우에만 허용한다. ①본인·배우자가 유전학적 장애가 있는 경우 ②본인·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③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④혈족·인척 간 임신된 경우 ⑤본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이다. 하지만 모자보건법의 허용 범위를 충족하지 않은 그 밖의 임신중절을 한 경우에도 낙태에 대해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모자보건법은 여전히 개정되지 않고 남아 낙태에 대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회는 형법 조항 수정을 위해 개정안을 발의하고 공청회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3년째 낙태와 관련한 추가 입법은 없다. 형법과 모자보건법에 관한 개정안 6건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대략 1만 997건이다. 입법 공백 상태가 길어진다는 것은 임신중절과 의료 현장 등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음지에 머무르고 있다는 의미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미국의 판결은 트럼프가 집권하던 시기에 새롭게 미 대법원에 재판관이 자리를 잡게 된 것과 연관이 있다. 즉, 이 판결은 트럼프 보수정권에 의해 나타난 것이지, 미국 전체의 의견 또는 세계 흐름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낙태죄는 사회의 지배계층 또는 집권당의 이념, 사회적 상황, 종교 등과 면밀히 관계를 맺으며,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일례로 루마니아는 인구 증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독재정권이 피임과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출산 강요 정책을 펼쳤다. 1967년 이전에는 자유롭게 낙태가 이루어졌던 루마니아이지만, 차우셰스쿠의 정책인 포고령 770에 의해 임신한 여성은 모두 출산할 때까지 정부의 감시를 받았다. ‘검은 시위’로 잘 알려진 폴란드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나라가 파괴되어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여성이 필요했다. 나라의 존속을 위해 여성 인구가 필요했지만, 폴란드에서는 불법 낙태로 인해 1년에 6만 명의 여성이 사망하고 있었다. 여성이 합법적으로 낙태를 하여 죽지 않고 당장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폴란드에서 낙태는 1956년에 즉시 합법화되었다. 그러나 1993년부터 폴란드는 낙태가 다시 불법이 된다. 1993년까지 합법이던 낙태가 또다시 불법이 된 까닭은 공산 정권이 몰락하고 가톨릭 이념이 정치적으로 채택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프랑스에는 피임죄가 있었다. 가톨릭과 가부장제의 강한 압력에 의해 피임을 불법으로 규정했던 것이다. 현재 15~18세 여성에게 무료로 피임약을 지급하고, 임신중절 수술이 12주까지 합법이며 무료로 이루어지는 프랑스의 모습을 볼 때 상상하기 어려운 과거이다. 피임과 낙태는 국가의 입맛에 따라 ‘금기’과 ‘허용’을 오고 간다. 국가가 재생산 능력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강력한 정치적 도구와 정치적 힘을 쥐게 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낙태에 대해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을까? 사람들은 흔히 사람들은 낙태가 주변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며, 일부 여성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임기 여성 중 임신중절 수술을 경험한 사람은 대략 5명 중 1명꼴이다. 2022년 6월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만 15∼49세 임신을 경험한 여성 3천519명 중 17.2%인 606명이 임신중절 수술을 경험하였다. 만 15∼44세 응답자 가운데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2천362명)의 15.5%가 임신중절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생명의 소중함은 어떡하나요?’, ‘태아는 생명인가요, 아닌가요?’ 이러한 논의의 이면에는 쾌락적 성관계에 대한 징벌의 심리가 있을 수 있다. 지난 20세기, 섹스를 통한 쾌락에 대해 죄를 매겨야 한다는 가톨릭 관념이 만들어낸 끔찍한 시설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수용소’이다. 이 시설에는 약 3만 명의 여성이 수용되었으며 “몸을 버린 여자들”이라 불리는 여성들이 이곳에서 더럽혀진 몸의 죄를 씻어낸다는 명목으로 고된 노동을 하며 정신적 학대를 당했다. 여성들은 섹스를 해서, 강간을 당해서, 아기를 낳아서, 너무 예뻐서 등의 이유로 이곳에 끌려왔다고 한다. ‘막달레나 수용소’는 여성의 쾌락에 대한 징벌의 심리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놀랍게도 이 시설은 1765년에 세워져 1996년까지 존속되었다. 낙태를 선택할 권리를 주는 것은 갓 스무 살이 넘은 여성의 방종을 부추기는 것인가? 낙태가 ‘방탕’한 ‘젊은 여성’의 무분별한 성관계를 부추긴다는 이미지 또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의 통계에서 임신 중절 수술을 받는 여성은 미혼자보다 기혼자의 비율이 언제나 높기 때문이다. 임신 중단을 결정할 권리는 신체의 주인에게 있다. 인간은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본권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낙태죄가 헌법불합치로 결정되고 새로운 입법과 의료보험 체계 마련 등의 과제를 앞둔 한국은 미국의 판결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 우리는 함께 목소리를 내며 우리의 길을 가면 된다. 낙태는 결코 죄악시되어서는 안 된다. 낙태를 하고 싶어서 하는 여성은 없고, 그럼에도 낙태는 계속해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낙태는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이며 인생에 대한 권리이다. 그러므로 낙태는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안전한 의료 행위가 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우유니게(2018), 유럽 낙태 여행, 봄알람 김영신(2022), 임신중절 줄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정부·국회 대체입법 손놔, 연합뉴스, 2022.06.30. <https://www.yna.co.kr/view/AKR20220630070900530?input=1195m> 나경희(2022), 지금 한국에서 낙태는 불법인가 합법인가, 시사in, 2022.06.28.,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593> 앰네스티 인터네셔널(2022), 낙태에 관한 주요 사실, 2022.08.08. <https://amnesty.or.kr/campaign/abortion-facts/?gclid=CjwKCAjw_ISWBhBkEiwAdqxb9s9goorBhx09yVm-tWT7zeOCk9S5_sDzzYlTrZ3vwNu61wIxaijirBoCtOcQAvD_BwE>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2022),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2019.04.11. <https://www.law.go.kr/detcInfoP.do?detcSeq=150780> BBC NEWS 코리아(2022), 로 대 웨이드: '낙태권 보장' 미국 대법원 판결 49년 만에 뒤집혀, 2022.06.25. <https://www.bbc.com/korean/news-61934454>
제 3 호 지하철 사이에서 다르게 흘러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시간
지하철 사이에서 다르게 흘러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시간 202210316@sangmyung.kr 수습기자 정지은 언젠가 한 번쯤은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불편함을 겪는 그들을 보고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만은 않았던 경험이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서는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알리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로, 작년 12월 출근 시간대, 5호선 왕십리역에서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휠체어 바퀴를 넣어 열차 출입문이 닫히지 못하게 하며 시작된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이다. 이는 2022년 현재까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비정기적으로 많은 사람이 이동하는 시간대에 지하철 2호선, 4호선은 물론 다른 수도권 노선에서도 열차를 반복적으로 타고 내리며 열차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3일에 한 번, 지하철 승차를 지연시키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을뿐더러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도 의견의 대립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시위가 비장애인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하여 본인들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이기적인 수단이라고 말한다. 한편 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텐데 표면적인 것만 보고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남의 일이라며 지켜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서로 타협점을 찾아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그들이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2001년 한 장애인 노부부가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던 중 추락하여 한 명은 중상을 입고, 한 명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시위는 초반에 국회, 기획재정부 등에 찾아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으나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지난 18년간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사고는 총 17번 발생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전장연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같은 일상을 누리기를 희망하며 21년째 자신들의 불편함을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그들은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직접 보여주며 기본적인 이동권 획득과 예산 보장을 위해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는 자신의 주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그들은 불편을 야기하여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시간대와 장소를 선택하였다. 시민들이 이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은 맞지만 전장연은 사회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불편을 알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듯하다. 실제로 전장연은 기획재정부 건물 앞에서 87일간 시위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지하철 시위와 비교했을 때 그들을 향한 관심은 현저히 적었다. 그들의 선택은 어쩌면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확실하게,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지하철을 점거하는 행위가 합법적인 행위는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과 사회에서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조금 더 미리 관심을 가졌다면 그들의 선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지하철 시위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견 ‘장애인 지하철 시위에 대한 대학생 인식 조사’ 주제로 대학생들 대상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장애인 시위로 인해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대학생 중 59.5%가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40.5%는 불편함을 겪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장애인 시위 원인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라는 질문에는 75.7%가 알고 있다고 답했고, 13.5%는 모른다고 답했으며 나머지는 관심이 없다고 응답하였다. 지하철 시위로 불편함을 겪은 대학생들은 과반수이었고 시위 원인을 알고 있는 대학생들은 그보다 더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의 대다수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문제와 이에 대한 사회 구조적인 무관심을 지하철 시위의 원인이라고 답했다. “사회적 약자의 주장은 소음 없이 주목받지 못합니다. 지하철 시위 또한 언론과 시민의 관심을 얻기 위한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시위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제대로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최후의 수단과도 같은 시위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시위 방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 대학생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장애인이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할 수 있었던 최후의 선택지가 ‘시위’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밝혔다. 20년 전부터 꾸준히 장애인들이 처한 상황과 어려움을 호소해왔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생긴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시위 방식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비장애인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이러한 시위 방식이 이해는 가지만 이유 없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겨납니다. 이로 인해 장애인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를 옳다, 옳지 않다고 나누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 결론적으로 시민들이 큰 피해를 보았고, 부정적인 인식으로 남았기에 옳지 않다고 결정하였습니다. ··· 그만큼 답답하셨으리라 생각되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까지 하였을까’라는 여론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남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시위하게 된 상황은 이해하나, 너무나 많은 비장애인이 피해를 받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가 전장연은 시위와 관련하여 “시민들께 무거운 마음으로 죄송함을 전한다.”라는 말과 함께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기재부가 비용의 문제로 장애인 삶을 짓밟아왔던 사회적 배제와 격리와 감금에 의한 차별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정말 정부는 장애인 복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을까. 정부는 지속된 시위로 인해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첫 번째 정책은 새로 들여오는 버스는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저상버스란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오를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를 말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에 저상버스 보급률 수치는 전국에 28.4%이고 2022년 이를 늘리겠다고 한 바가 있다. 두 번째 정책은 장애인 콜택시 지원 제도이다. 장애인 콜택시는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승합차 또는 바우처 택시를 운행하여 교통약자에게 이동의 편의성을 제공하겠다는 서비스이다. 이 제도는 2006년부터 운행을 개시하여 운영 중인데 이를 더 활성화하고 콜택시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의 등장에도 시위가 지속되는 이유는 앞서 통과된 법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저상버스 제도가 도입됐다 하더라도 일부 신형 차종을 제외하고는 발판이 내려오는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며 발판의 고장도 잦은 편이라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수리는 버스회사의 책임이라 하지만 고장에 따른 불편은 오롯이 장애인의 몫이 되는 것이다. 또한, 버스 정류장에 불법 정차된 차나 높은 인도 턱과 같은 장애물이 있으면 경사판을 내리는 자리가 애매해 휠체어 이용이 불편하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저상버스의 휠체어 레일 리프트는 자동으로 작동하며 레일이 땅에 닿기까지 20초가 소요된다. 휠체어석에는 승객석이 펼쳐져 있어 기사가 승객석을 접고 안전장치를 고정해야 휠체어를 놓고 탈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버스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이용률이 저조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심지어 장애인 콜택시는 대기시간만 1시간일 뿐만 아니라 도의 시군, 광역·특별시 단위마다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교통수단 이용에 있어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비교했을 때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 이동권 개선을 외치는 움직임을 무조건 비판하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장애인 혐오, 그들이 비판받는 것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가 ‘저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 하였을까’라는 사회적인 여론보다는 혐오와 부정적인 인식으로 남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설문조사 중에 있던 내용 중에 있던 한 의견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미디어와 SNS의 발달로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온라인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이다. 그래서인지 이미 온라인에서는 사회적으로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의 무리가 암묵적으로 만들어져 서로 혐오하고 비방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대립 구도까지 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가 장애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감정은 오히려 부정적으로 변하였다.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혐오로 사회적인 반응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로 인해 많은 시민이 불편함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시위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더라도 이것이 혐오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 불편해하는 시민들에 대해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정부는, 사회는 그동안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온 시간과 지금까지 자신들이 이를 위해 한 노력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는 그들의 판단이겠지만 이번 시위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유연한 방식의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지하철에서 흘러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시간 이동권 보장은 장애인의 생존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감히 그들의 생각을 단정 짓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거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들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수없이 좌절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자신들의 삶을 자책하고 돌아봤을 그 시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비장애인에게는 그저 편리함을 위한 일상의 한 부분 일진 모르겠지만, 장애인에게는 편리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방문하는 곳임에도 불편함을 겪는 공간이다. 누군가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 다른 누군가는 그러한 현대 사회 속에서 하루하루를 불편함과 함께 ‘느리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같은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서로 다른 속도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다.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그 누구라도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러한 사회가 오길 기대해 본다. 누군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세상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서 존재하는 세상이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인천교통공사(2020), 교통약자에게 이동의 편의를, 인천교통공사 블로그, 2020.07.07., <https://blog.naver.com/iammetro/222023504813> betterdaegu(2020), 함께 바라보는 세상: 체험과 공감]저상버스의 불편한 진실, 대구광역시 장애공감 서포터즈 블로그, 2020.10.23., <https://blog.naver.com/betterdaegu/222123999241> 이상현(2022), 전장연 지하철 4호선서 출근길 시위 예고...“시민께 죄송”, 매일경제, 2022.07.04.,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4986248>
제 3 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정보 인식의 덫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정보 인식의 덫 202010189@sangmyung.kr 정기자 장아현 현대사회는 말 그대로 정보의 홍수이다. 허공에 수많은 정보가 떠다니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아니 굳이 마음을 먹지 않더라도 새롭고 흥미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모든 이의 손에 항시 들려있는 핸드폰이 곧 하나의 채널이 되어주고 있는 셈인 것이다. 그것도 완전한 맞춤형 채널로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많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또 많은 정보를 접하는 만큼 그것들을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많은 정보가 주어질수록 정보 인식 과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에게는 숱한 정보들 사이에서 인식의 오류를 피하고자 하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알려면 먼저 어떻게 접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정보 인식의 과정을 스스로 자각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정보 인식의 오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정보 편식의 범인, 확증편향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등과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이는 편향된 사고방식인 것이다. 그럼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있다.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는 과정에서, 대체 어떠한 이유로 우리는 왜곡된 정보에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것일까? 바로 ‘개인화 알고리즘’ 사회에서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현대인들은 수많은 알고리즘에 둘러싸여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정보들을 제공받고 있다. 개별적인 데이터들을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각 개인이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이다. 흔히들 알고 있는 유튜브 영상 추천란과 소셜 커머스 추천 상품 등을 개인화 알고리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정보를 찾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다만 우리는 이러한 편리함과 함께 개인화 알고리즘이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들 또한 생각해봐야만 한다. 특히 정보를 인식하는 과정에 있어서 말이다. 개인화 알고리즘을 통해 만난 정보는 제한성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정한 개인을 위해 선별된 것이기 때문에, 제한적인 주제를 접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관심사에 최적화된 정보 제공은 정보 수용자의 시야를 좁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맞춤형 정보’라는 말 그대로 보고 싶은 것들만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알고리즘에 갇히게 되는 것을 일명 ‘필터버블(Filter Bubble)’이라고 한다. 필터버블이란 사용자가 온라인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거나 이를 강화하는 정보와 의견들만 접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개인에게 필터링된 정보 제공의 의존으로 인해 본인만의 거품에 가둬지게 되는 것이다. 필터버블 현상을 나 또한 경험한 바 있다. 고등학교 시절 방송부 활동을 하며 점심 방송 대본을 쓸 때였다. 점심 방송에는 시사 소식 몇 가지를 소개해주는 코너가 있었고, 나와 다른 친구 한 명이 요일별로 번갈아 가며 작성하였다. 그때 우리는 다른 친구들로부터 요일별로 시사 소식의 분야가 정해져 있는 줄 알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뉴스들이 제공되는 환경 속에서 우리도 모르게 편파적으로 정보를 접하고 있던 것이다. 분명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전달할 시사 소식을 선택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처럼 내 의견에 부합하는 정보만 지속적으로 제공받는 것은 다양한 의견을 접할 창구를 차단하는 것과 같으며, 결과적으로 확증편향을 지니게 한다는 면에서 매우 위험하다. 현재 우리 사회는 언제 어디든 개인화 알고리즘이 존재하고 있는 환경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의식 여부와 무관하게 사고체계 및 판단과정에서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일반화 오류, 하나를 보면 열을 알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이는 ‘일반화’의 개념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문장이다. 정말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을까? 일반화란 소량의 몇 가지 사례와 정보를 바탕으로 의견 및 태도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몇 가지의 경험으로 그 전체의 속성을 섣불리 단정 짓는 데에서 생기는 오류를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한다. 일반화 오류는 정보 인식 과정에서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이다. 우리가 일반화 오류에 취약한 이유는 패턴을 찾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몇 가지의 공통된 정보를 습득한 후에 이를 하나의 규칙으로 일반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기존의 경험 및 정보에 입각하여 만들어낸 규칙으로 인해, 새로운 정보를 왜곡하여 습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외에도, 무조건적 전제에 근거한 ‘단순화의 오류’와 논리적 근거 없이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근거 없는 비난의 오류’ 등의 인지과정에서의 오류가 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쉽사리 범하는 것은 물론이며, 사회적 이슈를 뉴스에서 접할 때도 빈번히 발생하는 오류이다. 이와 같은 오류는 정보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객관적 환경을 주관적으로 내재화시키는 것일뿐더러, 인간이 본인의 내적 인식 과정을 명확히 의식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객관적인 정보를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서는 오류를 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대표성’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 내가 축적한 표본들이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다수의 강남 학부모들이 정시 확대에 찬성한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학부모들은 정시 확대를 희망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대표성을 무시한 것과 같다. 이처럼 대표성이 없는 표본을 바탕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편향된 사고를 형성하는 지름길이 된다. 정보 인식의 오류 속에서 살아남기 정보화 사회에 들어서며 정보와 지식 그 자체들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되었다. 정보를 창출하고 처리하고 공유 및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이 자원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개념 확장은 정보의 양이 불어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주어진 이 기회를 우리는 잘 활용하고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다양한 정보들이 사고의 폭을 확장시켜주었냐고 물으면, 그 누구도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지 못할 것이다. 인터넷 뉴스가 활발해지기 시작할 즈음부터 문제 제기되었던 가짜뉴스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으며, 현대인들은 각종 플랫폼에서 본인의 관심사 또는 성향에 부합하는 정보들만을 접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는 오히려 정보 인식 과정의 문제 환경을 조성했다면 한 것이지, 개선까지는 이루어내지 못한 것이다. 현대사회가 다원화된 만큼 현상을 단면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전체를 바라보며 논리 관계를 뜯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는 빅데이터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즉, 정보를 올바르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나 정보화 사회의 덫에 걸리게 된다. 정보 인식 과정에서의 오류가 위험한 이유는 이것이 나와 동떨어진 문제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을 통해 정보 인식 과정의 오류를 인지하였다면, 보다 정보를 새로운 시각으로 맞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참고문헌> 박설민(2020), 편견 부추기는 AI의 ‘확증편향’, 개선될 수 있을까, 시사위크, 2020.10.21.,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491> 김남근(2019), 오류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 SNS INSIDE, 2019.04.09., <http://www.snsinsid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7>
제 3 호 우리 모두의 전기
우리 모두의 전기 201710846@sangmyung.kr정기자 임지혁 참새들이 앉아있는 전선에 흐르는 전기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 운영의 중추가 되는 나라의 것일 수도, 아니면 그것을 운영하는 어느 회사들의 것일 수도, 그것도 아니라면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들이 주인이 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전기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공공재의 성격을 크게 가지고 있으며 우리들의 현대 사회는 전기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9월 15일의 순환정전 사태는 전면적인 대정전 사태가 아님에도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학계에서도 전력 소비를 분석하고 정전이라는 선택지를 고를 필요가 있었을 지 되묻는 등 많은 연구가 있었다. 이는 전기의 공급이 단시간 끊기는 것 조차도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일 것이다. 그리고 최근 전기에 대한 민영화 논의, 다시 말해 전기 시장에 대한 시장자유경제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비싸지는 밥값과 동결되는 전기 요금 우리는 인플레이션의 시대에 살고 있어서 말 그대로 월급을 제외한 모든 것들의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19의 영향 등 여러가지 것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단적으로 지금의 물가는 확실히 비싸다. 그 영향으로 인하여 미국의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한 번에 0.75%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물가와 금리 모두 상승세에 있는 인플레이션의 시대이며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른 기사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상세히 다룰 것이다. [그래프: 소비자물가변동률과 전기요금변동률, 한국전력. 소비자물가변동률과 전기요금변동률. 한전 온라인지점. https://cyber.kepco.co.kr/ckepco/front/jsp/CY/H/C/CYHCHP00105.jsp. 2022.07.15. 기준] 이때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들이 오르는 이 시대에 전기세(이하 전기요금)는 오르지 않는 것일까? 가령 국내 전기 발전의 주축은 여전히 화석 연료를 이용한 것인데, 가장 친숙한 화석연료인 주유소의 기름값은 이미 1년새 50% 가까이 상승하였다. 그러나 전기 요금은 이번 7월에야 4.3% 상승했을 뿐이다. 약 40년 간의 소비자 물가 변동률과 전기요금 변동률을 비교한 그래프를 살펴보면 전기요금은 대체로 소비자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않았음을 살펴볼 수 있다. 수익성을 악화시킬, 언뜻 이해되지 않는 이 그래프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기 산업의 배경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전기의 역사 전기는 태초에 민영이었다. 백열전구로 유명한 토머스 에드슨(Thomas Alva Edison)의 회사는 뉴욕 멘허튼에 처음으로 전력 시스템을 설치했고 이 회사는 오늘날 GE라는 이름으로 전기 사업 분야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 혹은 주정부는 그것의 관리와 감독만을 행할 뿐 전기 산업의 주체적인 확장은 온전히 민영의 전력 회사의 몫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다소 결이 다르다. 한국에 전기가 도입된 것은 19세기 후반 미국을 방문한 보빙사 일행의 판단과 고종의 의지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전기 전등이 설치된 곳은 경복궁이었다. 이후 진고개(오늘날 명동 부근)에 전력망이 설치되며 민간에도 전기가 보급되는데 이를 시공한 회사는 대한제국 황실이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한성전기회사’이다. 이렇듯 처음부터 국가 주도의 성격이 강했던 한국의 전기 시장은 일제강점기부터 전후복구에 이르기까지 다소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으며 그 성격이 모호해진다. 4.19 혁명 이후 정권을 이어받은 장면 내각은 이러한 전력 시장에 개혁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미국의 영향으로 당시 국내 전력망을 운영하던 전력3사를 통합하고 민영화하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결과적으로 전력 회사들을 통합하여 공사 체계로 전환하여 완전 공영화하기로 결정한다. 이렇게 한국전력주식회사(이후 한국전력공사)가 설립되었고 국내 경제 개발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렇듯 전기 분야에서 공공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한국이 시급하게 근대화를 이루어야 했고, 이후에는 경제 성장을 이루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목적에 의하여서 한국의 전력 시장은 국가의 필요에 따라 사회적인 목표에 부합하도록 운영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고도성장기가 끝나는 즈음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1980년대부터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었고, 한국은 1997년 IMF 경제 위기를 맞이한다. 외부적으로도 내부적으로도 큰 이슈가 찾아왔다. 이런 시대적 상황으로 인하여 한국 사회는 자신의 경제 구조에 개편을 시도한다. 오늘날의 비정규직이 체계적으로 사회에 자리잡도록 하였고, 행정기관이던 철도청은 한국철도공사가 되었으며 공기업 한국통신은 KT로 민영화되었다. 한국 산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전력거래소, 5개 발전자회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분사된 것이다. 전력 산업은 어느 정도 안정된 수준에 이르렀고, 한국 경제의 성장도 둔화되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손’에 한국의 전력 시장을 맡기는 것도 좋은 선택지일 수 있겠으나 다만 그 사이에 전기는 보편적인 복지 차원의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예전에는 여름철 전기세 폭탄의 주범이자 사치품이었던 에어컨은 이제 생활의 필수제가 되었고, 막대한 전기를 소모하는 전기레인지도 가스레인지를 대체하는 추세에 있다. 그래서 최근까지의 한국 전력 시장은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한다는 목표로서, 제한적으로 시장경제의 원리를 적용하여서 운영하였다. [사진1 한반도 남한 밝고 북한 어두운 사진: 혹자는 경제 체계의 차이가 위 명암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선배 전기학도들의 노력의 결과물일 것이다 NASA. The Koreas at Night., NASA Earth Observatory. Jan.30.2014.] 탄소 중립과 엉망인 경제 지금까지 한국의 전력 시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인 이익에 부합하도록 운영되었다. 만약 시대적 상황이 바뀐다면 목표에 부합하도록 얼마든지 정책을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 최근 인류는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유명한 1997년의 교토 의정서를 비롯하여 지구온난화, 환경 파괴 문제 등 지구 생태계 변화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가령 옛날에 디젤 자동차는 연료 이외에 요소수를 넣을 필요가 없었지만 오늘날에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배출 가스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요소수를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렇듯 사람들은 환경 위기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점이라는 인식 하에서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오늘날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주안점은 바로 탄소 배출이다. 사실상 오늘날 인류의 모든 활동들은 탄소를 배출시키는데 그 중에서도 전기를 만드는 발전 분야의 탄소 배출량은 다소 비대하다. 2018년 국내 기준, 발전 분야 탄소 배출량은 총 2억6960만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37.1%를 차지한 것이다. 그러므로 RE-100 등, 발전 분야의 친환경 정책은 (탄소 배출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를 실현시키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태양광 발전을 하기에는 햇볕이 지속적으로 강하게 내리는 이상적인 조건과는 거리가 멀고, 풍력 발전을 하기에는 (제주도 정도를 제외한다면) 바람이 일상적으로 강하게 불어오지 못한다. 효율적인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은 아무래도 ‘돈이 안 되는’ 결과물을 유발하고는 한다. 그러나 한전은 공적인 목적을 가진 공기업이기에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 이러한 경제적이지 않은 업무를 달성해야만 한다. 놀랍게도 한전은 아주 약간의 요금 인상과 새로운 기술 개발 등을 통하여 기업으로서의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추어 나가려고 했다. 대략 2021년까지는, 어느 정도까지는 말이다. 2020년 코로나 이후의 전 세계적 공급난,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그 즈음부터 시작된 세계의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유가의 급등. 이러한 위기들이 종합되면서 2022년의 에너지 위기가 도래했다. 그리고 한전은 큰 적자를 기록한다. 한전이 방만했던 것일까? 그것이 주된 원인은 아닐 것이다. 신재생-탈원전 때문일까? 애초에 수명이 다 된 원전 이외에는 꾸준히 운용 중이었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의 시기이다. 에너지를 담당하는 기업이 위기를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한전은 두 가지의 영수증을 받아들고 있다. 하나는 신재생 에너지 확충에 대한 영수증, 나머지 하나는 에너지 위기에 대한 영수증이다. 둘 모두 단기적인 문제라고 단언할 수 없으므로 한전 스스로는, 즉 지금과 같은 자산 매각으로는 이를 감당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자산 중에서는 한전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위해 투자된 것이 상당수이므로 이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분야에 악재이기도 하다. 결국 전기 요금을 인상하거나, 혹은 적극적인 정부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 다만 전기 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 탓에 정부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므로 후자의 것이 현실성 높을 것이다. 만약 정부 차원에서 현 위기 속 에너지 기업들에게 지원 방침을 세운다면 어떨까? 아무래도 정부와 민간이 협동하여서 에너지 위기 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한전은 기존에 작성하였던 탄소중립의 로드맵을 따라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신문 기사에서 누군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시장이 개편된다면, 즉 전기 시장에 대해 자유 시장 경제를 도입한다면 탄소중립, 에너지 위기 해소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번 정부의 민영화의 주창자는 경영 효율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에 대해서 먼저 논증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는 지난 7월 6일, 전력공사(EDF)에 대한 국영화를 발표했다.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주권을 보장하려는 조처”라고 한다. 우리는 무얼 하고 있는가? <참고문헌> “The Rise and Fall of Nikola Tesla and His Tower”, by Gilbert King, Smithsonian Magazine, Feb 3. 2014 “Edison vs. Westinghouse: A Shocking Rivalry”, by Gilbert King, Smithsonian Magazine, Oct 11. 2011 “The history of GE: From Thomas Edison to jet engines to being kicked out of the Dow”, by Aarthi Swaminathan, Yahoo Finance, Mar 23. 2019 "우리가 잘 몰랐던 전기의 역사 (1부)”, by GE Reports Korea, GE Reports Korea Newsletter, Dec 10. 2019 “[대한민국 제1호] 전기” by Sunghoon Lee, Chosun Ilbo, Feb 8. 2011 “국내 첫 전기발전소 터 경복궁 영훈당서 발굴”, by Hyeonwoo In, Hankook Ilbo, May 27. 2015 National Institute of Korean History. (2005). 한국문화사 p12~15. National Institute of Korean History Seik Park. (Aug 15, 2021). 에디슨과 테슬라의 전쟁, 시대 앞선 천재들의 월드엑스포. Busan Ilbo JinA Chung. (2017). John Myon Chang Government's Economic Policy Initiative and The Five Year Economic Development Plan. The Association For Korean Historical Studies, 176, 323-363.
제 3 호 상명대의 흡연 문화, 그 타협점을 찾아
상명대의 흡연 문화, 그 타협점을 찾아 202210058@sangmyung.kr 수습기자 이소명 “제발 금연 구역에서는 안 피면 좋겠다.” 상명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의견이다. 상명대학교의 흡연 문화가 어떻기에 이런 의견이 나왔을까? 학교 내 공식적으로 규정된 흡연 구역으로는 건물 옥상들과 대학본부 옆 흙 주차장에 위치한 흡연 부스가 있다. 하지만 흡연자들 사이에서 본래 금연 구역이지만 암묵적으로 흡연 구역으로 통용되는 장소들이 있다. 바로 자하관 앞, 에스컬레이터 입구 뒤편, 버스 정류장 뒤편, 생활예술관 화장실 길목 등이다. 이곳에서는 담배를 태우고 있는 흡연자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 이러한 흡연자들에는 단순 학생들만이 아닌 교직원들도 속해 있다. 그렇다면 상명대학교 학생들은 금연 구역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상명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명대학교 흡연 구역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보았다. 대학생 131명의 중복 답안 선택을 허용하여 상명대학교 내 공식적으로 허용된 흡연 구역을 모두 선택하도록 하여 총 208개의 응답을 받을 수 있었다. 상명대학교 내 공식적으로 허용된 흡연 구역이 어디인지 묻고 이에 대한 응답으로 6개의 선택지를 구성하였다. 6개의 선택지 중 2개인 [‘건물 옥상들’, ‘대학본부 옆 주차장’]은 흡연 가능 구역이며, 나머지 4개의 선택지인 [‘자하관 입구’, ‘에스컬레이터 입구’, ‘생활예술관 화장실’, ‘버스정류장 뒤편’]은 금연 구역이다. 설문 결과, 암묵적으로 흡연의 장으로 통용되는 곳의 이용자가 많은 탓인지 금연 구역을 흡연 가능 구역으로 오인한 답변이 208개의 응답 중 73개로 약 35%를 차지했다. ‘건물 옥상들’이 흡연 구역임을 인식한 비율이 54%로 높았지만, 이에 비해 ‘대학 본부 옆 주차장’이 흡연 구역임을 인식한 비율은 11%로 비교적 낮았다. 특히 금연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자하관 입구’를 흡연 가능 구역이라고 선택한 비율이 14%, ‘버스정류장 뒤편’을 선택한 비율이 10%로, 두 장소를 흡연 가능 구역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상명대학교 내 공식적으로 규정된 흡연 구역은 어디인가요?’ 설문 결과] 자하관 쪽에 위치한 암묵적 흡연의 장은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타학생에게 시각적으로도 후각적으로도 많은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실제로 “거기서 담배 피우면 냄새 다 들어옵니다. 담배충 소리 듣기 싫으면 규정 지켜주세요.”와 같이 학교 커뮤니티에서 흡연으로 인해 피해를 겪고 있는 목소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비흡연자들이 흡연자들을 비난하는 것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부 흡연자들이 암묵적 흡연의 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상명대학교 내 흡연 문화를 고찰하고,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의 타협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흡연 구역까지 가기 귀찮아서, 금연 구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피는 것 같아요.” 실제로 앞서 언급된, 암묵적 흡연의 장 대부분에는 금연 구역이라는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다.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그곳이 금연 구역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알고 있지만 번거롭고 힘들다는 이유로 그곳을 찾는 것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중복 선택 가능)에 따르면, 참여자 중 약 50%의 응답자가 냄새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다음으로 부정적 분위기 형성이 약 16%를 시각각적 불편함이 약 15%를 차지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 구역에서 흡연을 하는 것은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 받을 수 있는 위법 행위이다. 상명대학교 내의 적지 않은 인원이 비난받아 마땅한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 내 흡연자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감수하고, 위법 행위를 행하면서까지 암묵적 흡연의 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상명대학교 경사 아시잖아요. 매번 옥상까지 가는 건 너무 힘들어요. 속된 말로 고산병에 걸릴 것만 같습니다” 상명대학교는 지리적 특성상 정문부터 후문까지 높은 경사를 띄고 있다. 공식적으로 지정된 지상 흡연 구역은 대학본부 옆 흙 주차장 하나가 존재한다. 하지만 위치상 학생들이 자주 찾지 않는 외곽에 있기에 실질적인 활용이 적은 곳이다. 그렇기에 흡연자들은 학교의 높은 경사를 오른 후, 건물에 들어가 옥상까지 올라야 하는 실상이다. 상명대학교의 모든 건물이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지는 않기에 계단을 통해 올라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흡연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이기에 흡연자들이 많은 배려를 해야 하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지만, 학교의 높은 경사에 굴복한 것이다. 실제로 인터뷰 대상자 중 비흡연자 일부는 “안 그래도 경사도 높은데 옥상까지 올라가는 흡연자 지인들을 보면 불쌍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라며 흡연자를 불쌍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더군다나 여름에 올라가면 그늘이 거의 없어 정말 덥습니다. 각 옥상에 설치된 흡연 부스도 너무 협소해요.” 응답자의 말대로 학술정보관 외 다른 건물들의 옥상에는 그늘이 거의 없다. 물론 흡연 부스에는 그늘이 지지만, 각 옥상에 설치된 흡연 부스에 들어가 본 결과 성인 기준 3~4명이 들어가도 좁다고 느껴질 정도의 아주 작은 크기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옥상에서 담배를 태우더라도 흡연 부스를 이용하지 않고, 그 밖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흡연 부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결론이든 학교 내 사람들 모두가 만족하는 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다수가 인정할 만한 결론을 찾아야 한다. 그렇기에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의견을 종합하여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흡연 구역에 대한 명확한 홍보 활동 앞서 제시한 것처럼 적지 않은 수인 131명 중 73명이 금연 구역을 흡연 구역으로 오인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코로나 사태 전에는 흡연 구역으로 이용되었던 곳이 코로나를 겪으며 학교에 오지 않는 사이에 금연 구역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도 학생들의 오해에 원인 중 하나이겠지만, 일차적으로 학교 측에서 흡연 구역에 대한 홍보와 통제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학교 내 흡연 구역에 대한 홍보 활동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학교를 돌아다녀 보았지만 어디가 흡연 구역인지 알 수 없었어요. 자하관 입구 쪽에 금연 구역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재떨이도 있길래 금연 구역이었다가 흡연 구역으로 바뀐 곳인 줄 알고 거기서 흡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서야 에브리타임이라는 학교 커뮤니티 앱을 통해 옥상에 흡연 구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답변을 듣고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서 흡연에 대한 공지를 찾아보려 했으나, 발견하지 못하여 전화로 문의해 보았다. 우선, 학교 내 규정된 흡연 구역은 옥상 건물과 학생회관 뒤 흙 주차장이 맞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이러한 규정을 어디서 확인할 수 있는지 질문하자 “흡연 문제와 같이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올리기 애매한 사항들은 각 학과 학회장에게 사항을 전달하여 이를 단체메시지 방에 공유되도록 하게 해요. 이번 년(2022년)5월에 각 학회장에게 흡연 관련해서 공문을 내렸었습니다.”라는 답변을 얻었다. 공문을 확인해본 결과, 학과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최근 종로구청에 흡연으로 인해 접수된 민원을 언급하며 각 옥상들과 학생회관 뒤 흙 주차장에 위치한 흡연 구역을 활용하여 올바른 흡연문화를 만들어가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일부 학과는 전달 과정에서 학교 측의 공문이 누락되었다. 학교 내에 설치된 지도들에 흡연 아이콘을 활용해 흡연 구역을 홍보하거나 추가로 올바른 흡연 문화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면 학생들의 혼동을 낮추고, 학교에서 흡연 문화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측에서 불법적으로 흡연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제지를 가하는 것은 실질적 시행이 어려워 보이니, 애초에 그들의 발걸음이 규정된 장소로 향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가지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유동 인구가 적으며 접근성이 좋은 곳에 지상 흡연 구역 지정 흡연자, 비흡연자 두 집단에서 공통으로 나온 의견이 유동 인구가 적으며 접근성이 좋은 지상에 흡연 구역을 지정하자는 것이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고, 접근성이 낮으면 실질적 사용률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지상’을 요구하는 이유도 높은 언덕과 연계된 접근성으로 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참고하고 학교를 돌아다니며 탐색함을 통해 3곳을 선출해 보았다. 첫째,버스 정류장 뒤편과 중앙교수연구동 우측 사이 길목이다. 이곳은 정류장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는 이점이 있다. 더불어 나무와 벽 등으로 가림막 수단이 존재한다. 둘째,밀레니엄관 뒤 주차장 끝 쪽이다. 이곳 역시 중앙도서관과 에스컬레이터에 가깝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는 이점이 있다. 나무들이 있어 건물과 어느 정도 분리는 되어있다. 셋째,생활예술관 앞 주차장 끝 쪽이다. 근처에 위치한 건물이 많아 접근성이 좋다. 아래 길목과 높낮이 차이가 있고 나무들이 있으며 구석으로 향할수록 건물들과 어느 정도 거리 유지가 가능하다. 선정된 3곳은 나무나 벽 등 가림막 수단이 존재하지만 완벽하게 간접흡연 위험성을 차단할 수는 없기에 추가적인 가림막이나 흡연 부스 등의 설치가 필수적이다. [선출된 지상 흡연 구역 후보들의 모습] (1) 버스 정류장 뒤편과 중앙 교수연구동 우측 사이 길목 (2) 밀레니엄관 뒤 주차장 끝 쪽 (3) 생활예술관 앞 주차장 끝 쪽 학교 곳곳에서는 금연 구역이라는 안내문 앞에서 많은 사람이 흡연을 하고 있고, 또 그 옆에는 재떨이가 있는 모순적인 상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 목격한 필자는 교내 흡연 문화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느껴 흡연 실태를 객관적으로 통찰하고 최대한으로 다양한 의견을 모아보았다. 필자가 목격한 대로 학교 내에서는 규정을 어긴 흡연 행위가 수없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람들은 규정을 어기고 법을 어긴 자들이기에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현 상황을 보았을 때, 오로지 이들을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달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흡연 구역을 홍보하여 학교 내 사람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지상에 부족한 흡연 구역을 늘리는 방안을 도출해 보았다. 흡연으로 인한 갈등은 상명대학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나가기 위해 모두가 한 발짝씩만 양보한다면 현재보다 더 많은 이들이 만족하는 흡연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메인사진 _ https://smartstore.naver.com/bnmshopping/products/8152807432?NaPm=ct%3Dlfgnvaig%7Cci%3D72c3df472d54d62398901e221ef23eec5278d1a1%7Ctr%3Dimg%7Csn%3D2560179%7Chk%3D21325cdb64ed95dad2c0f804cb999b7199eb029b
제 3 호 비트코인은 기존의 화폐를 대신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은 기존의 화폐를 대신할 수 있을까 202110483@sangmyung.kr 수습기자 양현준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출신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Laszlo Hanyecz)는 모 비트코인 카페에 글을 올렸다. 피자 2판을 1만 비트코인에 사겠다는 것이었고, 어느 한 영국인은 2달러를 주고 라스즐로 핸예츠에게 피자를 사주며 비트코인 1만 개를 받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1만 비트코인의 현재 가치는 3,700억(2022년 5월 24일 15시 기준)가량이며 최고가 기준은 무려 8,700억에 달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무엇이길래 10년 만에 피자 2판이 수천억이 되었을까. 과연 비트코인은 이만한 가치가 있을까. 비트코인은 무엇일까 비트코인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낮아져 가는 기성화폐를 대신하여 만든 새로운 가상화폐이다. 경제학에서 변하지 않는 원리는 대량으로 생산되는 물건은 값이 싸다는 것이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은 갈수록 그 값이 내려가게 된다. 여기서 화폐 역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부터 현재 코로나까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에서는 많은 양의 화폐를 찍어냈으며 가치가 낮아졌다. 달러가 올랐고 원화가 올랐다는 말은 그저 두 화폐를 비교한 값에 불과하다. 여전히 화폐가 잔뜩 발행되고 있기에 이대로라면 화폐의 가치가 낮아지고 실제로 화폐를 대량으로 찍은 나라의 금리는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총발행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 있어 인플레이션 위험에서부터 자유로우며 가치는 많은 사람이 사고 거래할수록 높아진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 등 어떤 권력의 개입 없이 작용하는 새로운 화폐라는 의의가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암호화폐이며 물리적인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온라인 가상화폐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모든 거래자의 거래 장부를 모두가 공유하는 방식이다. 쉽게 기존 은행 시스템에 비유해보면, 상대방에게 돈을 전달하려면 직접 만나는 게 아니라면 대개 은행을 통한 계좌이체를 한다. 은행은 제 3자인 중개자로서 은행 장부에 이체 내역을 기입하여 돈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보증한다. 그리고 이체 내역은 은행의 중앙서버에 대개 저장된다. 이런 모습은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중앙서버 시스템에는 문제점이 있다. 정보를 한곳에 보관하기에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을 수 있는 해킹 등의 문제로 서버가 손상을 입는다면 모든 기록이 사라질 수 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수많은 서버에 나눠 보관하는 방안을 떠올릴 수 있다. 이것을 분산형 시스템이라고 한다. 책을 한번 떠올려보자. 책은 인쇄를 통해 같은 책들이 수많은 사람의 책장에 보관되어 있다. 그렇기에 책이 몇 권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수천 권의 책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존재가 사라지진 않는다. 블록체인이 바로 분산형 시스템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거래 내역이 담긴 장부를 블록이라 하며 수많은 거래 내역이 쌓여 새로운 블록들을 쌓아 연결 지어 보관하는 것을 체인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은 화폐로써 가치가 있을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는 어찌 보면 종이 다발에 불과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를 화폐로 인식하기에 집이나 물건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비트코인이 정식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신뢰가 필요하다. 그러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이 되는 이유는 변동성이다. 비트코인은 하루에도 수백만 원의 금액이 변동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이 부를 얻기 위해 비트코인을 그저 투자의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경제적 자유를 추구한다. 경제적 자유란 각 개인이 자신의 의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즉, 돈을 씀에 있어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현재로서는 실물경제와 자산의 격차가 크며, 은행저축 역시 정말 큰돈이 있지 않은 이상 부를 축적하기엔 부적합하다. 또한, 노동을 통한 소득은 한계가 있어 노동만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에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경제 위기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체 투자 자산에 사람들이 관심이 커졌다. 그래서 중앙권력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아닌 24시간 투자가 가능한 접근성 좋고 수익성이 높은 비트코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면서 가격이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화폐의 인식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또한, 중앙 권력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이 화폐로써 역할을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앙은행과 정부는 유동성 공급능력(화폐 통제력)을 상실하면 존폐의 위기가 온다. 경제를 적절히 통제할 수단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앙은행과 정부가 비트코인이 화폐가 되는 것을 바라만 볼 이유가 없다. 게다가 기존 화폐보다 더 쉽게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사회적 측면에서도 신뢰를 받기 어렵다. 돈세탁, 마약,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던 N번방 사건까지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운 암호화폐를 골라 범죄에 악용한 사건 역시 발생하고 있다. N번방 사건에서, N번방 운영자들은 보통 암호화폐를 입장료로 받았다. 이는 익명성을 이용해 추적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국내 거래소의 경우에는 암호화폐를 송금하려면 KYC(실명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운영자에게 비트코인을 보낸 지갑 주소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해외 거래소의 경우에는 국내 거래소들과 다른 실명인증(KYC) 절차를 거치기도 하기에 해당 거래소가 고객 정보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수사에 협조하는지가 중요하다. 해외 거래소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비트코인보다 익명성이 강화된 암호화폐 ‘모네로(XMR)’다. 지난달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N번방의 주범은 모네로를 받기도 했다.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내역과 거래 지갑 주소를 볼 수 있는 대부분 암호화폐와 달리, 모네로는 지갑 주소와 거래 금액 모두를 볼 수 없게 돼 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한 암호화 기능을 추가해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한다. 그렇기에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물건을 사면서 카드결제를 할 때, 혹시 느리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돈을 송금할 때, 혹시 느리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거의 모든 사람들은 단 한번도 이러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미 충분히 빠르고 편리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평균적으로 10분정도가 걸리며, 완결성이 이루어지는데 최대 한 시간이 걸리고, 비교적 수수료까지 높은 비트코인 결제를 굳이 할 이유가 있을까. 결제 속도를 빠르게 하고, 수수료를 낮추는 기술을 도입한다해도 이는 큰 이점이 될 수 없다. 심지어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종이다발이 화폐라는 인식까지 바꾸어야 한다. 다양한 점을 고려해보았을 때, 비트코인이 화폐가 되기엔 큰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로서는 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조차 미지수이다. <참고문헌> 마크의 지식서재(2021),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비트코인 원리, 2021. 1. 15., 2022. 7. 19., <https://www.youtube.com/watch?v=5dkaMkcTgNA> 박현영(2020), ‘N번방’ 참여자들, 비트코인 거래내역으로 얼마나 잡을 수 있을까?, SIGNAL, 2020. 3. 23., <https://signal.sedaily.com/NewsView/1Z0B77ZYJC/>
제 2 호 팬데믹 시기, 각국 정부는 무엇을 해야 되는가?
정기자 서영훈 seoyh120@naver.com 1. 코로나를 맞이한 세계 팬데믹 이후, 급격히 변화한 사회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과학적 검역과 탄탄한 경제력 그리고 안정적 행정체제를 바탕으로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 조치만으로 방역이 가능하리라는 계산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그리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가는 확진자들로 의료체제가 붕괴하고 이동 제한으로 자본의 흐름이 둔화하는 동안, 극심한 민생고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노동자들은 생사의 끝단까지 내몰리고 말았다. 과학기술의 불확실성보다 더 큰 붕괴의 위험요소는 경제적 불평등에 기인한다. 사회구조는 자본 효율성에 의해 분자와 분모로 양분되었다. 팬데믹의 불황 속에서도 점점 불어나는 자본소득을 흡입하는 자들의 침묵과 죽음의 공포에 짓눌려 거리로 뛰쳐나온 자들이 외치는 함성으로 나누어졌다. 2. 바이러스 쇼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미 캘리포니아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인 피에르 올리비에 구랑샤는 위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현대 경제는 회사, 직원, 공급자, 소비자, 은행, 금융중개인 등 상호 연결된 당사자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말하자면 누구나 다른 사람의 직원이자 고객이고 채권자다.” 이처럼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연결고리 중 하나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억제 정책으로 인해 깨지면, 다른 연결고리도 연쇄적으로 부서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자료1] 코로나 경제 전쟁, 폴 크루그먼 등, 매일경제신문사, 2020 위 자료는 우리에게 익숙한 소득 순환 모형을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다. 가계는 자본과 노동력을 기업에 공급하고, 기업은 이를 이용하여 재화를 생산하며, 가계는 기업이 지급한 돈으로 재화를 구매하는 식으로 소득이 순환하고 경제가 성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의 한 부분에 차질이 발생하면 결국 모든 흐름이 둔화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X자 표는 위에서 분류한 세 가지 종류의 타격이 어느 지점에서 경제 순환을 방해하는지 보여준다. 왼쪽에 있는 X자 표부터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면, 먼저 임금을 받지 못한 가계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소비를 줄이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수요의 감소로 인해 국내외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생산, 특히 제조업 분야의 생산이 줄어들며 소비자와 기업이 관망세로 돌아서 상황이 더욱 악화한다. 이러한 경제적 둔화는 내수에만 국한되지 않아서 내수에서 감소된 수요는 국가의 해외 수입을 줄게 만들고 국제적인 자금 흐름을 떨어뜨린다. 이는 다른 국가의 소득을 감소시켜 이들 국가에서 수출 활동을 위한 지출을 감소시킨다. 결국 국내 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경제 둔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기업이 파산하는 것도 문제다. 현금 흐름이 감소하면 최근 몇 년 동안 대출을 많이 받은 기업이 위험해진다. 영국의 저가 항공사 플라이비(Flybe) 파산(2020)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 같은 기업의 파산은 연쇄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파산한 기업의 채권자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고,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하면 결국 소비와 투자가 감소한다. 한 기업이 파산하면 다른 기업도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건설 경기가 위축됐던 사례를 보면 기업의 연쇄 파산이 낯선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병가, 격리 및 자녀나 친지의 질병 치료를 위해 휴가를 얻는 근로자들이 발생한다. 특히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소비를 줄인다. 3. ‘무엇이든 최대한의 조치’가 필요한 시기 기본적인 해법은 위의 근본적인 모든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국가들은 코로나 19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기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자문위원장이었던 제이슨 퍼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키지 않는 적극적인 조치’에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3-1. 지나치게 적은 조치보다는 과도한 조치가 낫다. 지금처럼 ‘근본적 불확실성’ 아래에 있을 때 정책에 지나치게 큰 비용을 쓸 때와 적은 비용을 쓸 때 따르는 위험 분석을 바탕으로 정해져야 한다. 지나치게 큰 비용을 정책비용으로 지출한다면 *'화폐의 시간 가치'가 낭비되는 것을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반면 지나치게 적은 비용을 정책비용으로 지출할 때 따라오는 결과는 사람들의 즉각적인 고통, 그리고 세계 금융 위기를 능가하는 장기적 금융 위기가 될 수도 있다. *화폐단위가 시간적 요인에 따라 다른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 – 화폐가치가 낮아짐 3-2. 가능한 기존의 메커니즘을 사용한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대공황과 싸우기 위해 “대담하고 끈질긴 실험”(뉴딜정책이 대표적이다.)을 했다. 그 과정에는 10년이 소요됐다. 우리는 팬데믹이 빚은 경제적 결과와 싸우는데 10년이나 투자할 수가 없다. 새로운 지원 경로를 찾기보다는 기존 경로를 사용해 자금을 확대해야 한다. 과거에 시도하여 성공한 정책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3-3. 필요하다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명한다. 모든 것에 기존의 메커니즘을 활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의무적인 유급 휴가 세도가 없으므로 팬데믹이 닥치면 그런 제도를 고안하고 시행해야 한다.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부문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수익 중단 사태를 다룰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메커니즘을 마련해둔 나라는 없다. 3-4. 대응 과정을 다각화하고 의도치 않은 중복지원이나 부작용을 감수하라. 경제 상황, 정책의 영향, 고안된 새로운 정책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대응을 다각화하는 것이 좋다. 많은 정책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그중에는 성공하는 것도 실패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필요치 않은 사람들이나 기업에 돈이 나가고, 심지어는 이중 지급이 발생하며 돈이 낭비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중복에 따르는 리스크는 많은 사람이 배제되는 데 따르는 리스크보다 훨씬 작다. 3-5. 민간부문의 협조를 가능한 한 많이 끌어낸다. 민간부문도 정부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제약하에 운영될 것이다. 하지만 민간부문 기업체들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며, 대응의 다각화가 가능하다. 정부는 직접 대출은 어렵더라도 지급보증을 통해 민간부문의 대출에 협력할 수 있다. 정부에 협조하는 민간부문 기업은 더 많은 물자를 생산하며 금융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3-6. 활발하고 지속적인 대응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피해는 불확실하다. 지역마다 그 종류도 다양하며 장기화할 수도 있다. 지역에 따라 적절한 정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필요한 시점, 장소로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정책에는 시점, 장소에 따라 자연히 지속하고 확장되도록 하는 정책 및 제도가 많을수록 좋다. 4.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정책 대응의 정확한 모습은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위에서 제시한 원칙들은 현재 각국 정책에 적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원칙에 기반한 몇 가지 정책을 설명하고자 한다. • 보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병원 시스템, 항바이러스와 백신 연구 등 모든 필요한 분야에 대한 자금지원이 확실히 이루어져야 한다. • 기존 프로그램을 이용해 선별 지원하라. 실업 보험 자격의 확대, 실업 수당의 인상, 영양 보조 프로그램(SNAP)과 같은 취약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 가구에 현금을 지원하라. 많은 사람이 실직, 일시 해고, 급감한 고용률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기존의 혹은 앞으로 마련된 선별 프로그램에서 소외될 것이다. 가구에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광범위한 도움을 가능하게 하는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완화하고, 바이러스 문제가 지나간 후에는 사람들이 지출에 있어 더욱 여유를 갖게 해 경제 회복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기업에 지원하라. 팬데믹이 지나간 후 기업이 파산을 피하고 고용을 늘려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 대출의 일부 혹은 전부를 보증하는 대규모 대출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 기업이 정부 행정에 크게 의지하지 않으면서 파산과 청산을 피하고 대규모 기업 개선 작업을 하려면 새로운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덴마크처럼 정부가 임금의 많은 부분을 직접 책임져 주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하는 정책이다. 마지막으로 은행들이 새로운 대출을 확대하고, 기존 대출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규제 변화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도 필요할 것이다. 5. 결론 현대 경제는 기업, 직원, 공급자, 소비자, 은행 등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연결된 당사자들의 거래로 경제가 순환한다. 동물의 먹이사슬이 끊어져 생태계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것처럼 부분에 문제들이 생겨버리면 순환에 차질이 생겨버린다. 구매자와 소비자간 연결고리 중 하나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억제 정책으로 인해 깨지면, 다른 연결고리도 연쇄적으로 부서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정부는 당사자들의 거래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는 전시 상황이다. 정부는 기업 및 가구에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펼쳐야 하고, 코로나 경제정책 및 제도들을 시도하여 마땅히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제 2 호 코로나와 세계분쟁
편집장 임지혁 201710846@sangmyung.kr ‘코로나는 모든 것을 가속화시켰다.’ 어디선가 들었던 이 말은 지금으로서 옳은 말이다. 지난 2008년의 경제위기 이후로 침체되어 있던 주식 시장은 이제 대 호황을 이루고 있고, 코로나 이전에는 가끔씩 보이던 쿠팡 배송 차량도 이제는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경제 회복을 기대하고 언텍트 생활을 추구한 결과 전체적인 경기는 가시적으로 회복되었고, 언텍트는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로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미국의 주가 지수를 상징하는 다우 존스 지수는 2021년 05월 기준, 펜데믹 이전인 2020년 01월 수치 대비 약 80% 성장하였고, 마찬가지로 일본의 니케이 지수는 25% 증가했다. 지금은 비록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신 그것을 매개로 경제적으로 세계는 2008년의 체계를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나마의 희소식이다. 그러나 과연 마스크를 벗어버리는 그 시점에 앞으로도 희소식만 들려올까? 가속화된 것이 긍정적인 것 뿐만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기에 우리들은 코로나 이전에 어떤 큰 문제가 있었는지, 전 세계의 눈이 무엇에 집중되었는지 기억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2014년의 크림 반도 사태와 최근 몇 년간의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분쟁에 대해서 회상해보도록 하자. 2013년경, 우크라이나에서는 친 러시아 정책을 펼치는 정부에 반발해 친 서방 정책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인 ‘유로마이단’ 사태가 발생했다. 결과적으로는 친 서방 성향의 정권이 집권하였으나, 친 러시아 성향이 강한 동부에서는 이에 크게 반발하였다. 급기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크림 반도에 병력을 파견하여 실효지배하기 시작했고, 결국 2014년 3월 경 크림 반도는 러시아에 병합되었다. 이제 중국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남중국해 일대는 물류량이 많고 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중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이 일대의 섬과 암초에 대해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곳의 암초들을 인공섬으로 조성하여 군사 시설을 설치해, 남중국해 일대에 대한 실효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행위는 국제법 상으로 자유롭지 못하며, 특히 2016년 국제 사법 기관인 상설중재재판소에서는 중국이 주장하는 해양 경계선을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사건 당시의 서방의 대응은 한마디로 미적지근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의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에 대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를 ‘구속력이 없다(nonbinding)’며 실천하지 않았고, 실제로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이 있었을 뿐, 실제적인 군사 개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중국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방은 ‘항행의 자유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남중국해 공해 상으로 군함을 파견하곤 했으나 중국의 남중국해 점유는 지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몇 달간, 위와 관련된 놀라운 소식들을 접하고 있다. 서방권에서 처분을 미룬 두 가지 사건은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놀라우리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 우리들을 이렇게 힘들게, 간절하게 만들고 있는 코로나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다. 이미 (공식 발병인 2019년 12월 이전인) 11월에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으며, 우한 수산물 시장에서 거래된 천산갑 등 야생 동물에 의해 전염되었다는 가설도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 가운데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유출되었다는 것이라고 보인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천문학적인 피해를 안긴 코로나 팬데믹의 책임은 초기 유출 방지와 초기 대응에 실패한 중국 정부에게 온전히 돌아갈 것이다. 초기에 이러한 주장은 일부 미 의원들을 중심으로, 그 후 미국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정부에 의해 제기되었지만 뒤이어 정권 교체에 성공한 바이든 정부 마저도 이러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크림반도에서의 대립은 보다도 격렬하다. 지난 6월, 영국의 구축함 HMS Defender는 크림반도 부근의 해역을 통과하던 중 러시아의 군함, 전투기와 긴장상태 속에서 대치했다. 당시 러시아의 전투기는 폭탄을 투하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영국의 구축함은 전투 배치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혹여나 러시아가, 혹은 영국이 실수로라도 공격을 개시했다면 더 큰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 위험한 상황이었다. 사건 얼마 뒤인 7월, 서방권은 북해 일대에서 해군 합동 훈련을 벌였다. 그 후 반년 뒤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디펜더함 사건 당시 ‘3차대전’을 언급한 바가 있다. 이러한 대립의 결과로 세계대전이 일어날까?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을 때 그 누구도 세계대전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이것은 예상하기 힘든 일이지 싶다. 다만 명확한 것은 우리나라 한국이 저 두 사건과 간접적으로 연관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두 개의 축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중국, 러시아와는 사실상 국경을 맞닿고 있으면서 경제적, 군사적 접촉을 이어가는 반면 미국과는 한미동맹의 혈맹으로 이어져 있으면서 다방면적인 우호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인다는 점이나 경제 성장 등 다양한 방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동시에 한반도가 양 축이 대립하는 마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과거 냉전의 대리전 양상을 띈 한국전쟁을 경험한 국가이기에 이러한 위협은 더더욱 현실적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 문재인 정권이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임에도 남북 통신망 복구, 정상회담 논의 등 남북 평화를 위한 시도들이 있었다는 점은 이런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긴장상태의 불안요소를 비록 완화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을 억제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있었고,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서는 그 양상이 현실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것의 결과가 어떨 것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무사할 지는 이 기사를 적는 시점에서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긴장이 있었다고, 인류애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이상향은 없었다고, 그렇게 기록해두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제 2 호 코로나19, 장애인이 마주한 현실
정기자 주유라 loveura00@naver.com 장애인은 코로나19 속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해왔다. 우리 사회는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기 위해 그들이 처한 어려움을 함께 들여다보아야 한다. 장애인에게, 혹은 그들의 가족에게 코로나19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거대한 고개를 넘어가는 일처럼 고단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장애인의 사망률, 돌봄 노동 문제, 실업률, QR코드 입력 문제에 대해 함께 들여다보며 그들이 겪었을 고통과 어려움을 알리고자 한다. 코로나 확진 장애인의 사망률, 비장애인 사망률의 6배 비장애인 확진자 수에 비해 장애인 확진자 수가 현저히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확진자의 사망 비율은 비장애인보다 약 6배 높다. 2020년 12월 9일 기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 현황’에 따르면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중 장애인 비율은 약 4%인 1,562명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망자의 비율이다. 비장애인 확진자 중 사망자는 1.2%였던 것에 반해, 장애인 코로나19 사망자는 확진자 중 7.5%였다. 이처럼 장애인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비장애인보다 많았던 원인으로는 중증 장애인과 기저질환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입원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비장애인과 달리 장애인은 입원을 하여도 제대로 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자주 노출되었다. [표1] 코로나19 장애인·비장애인 확진자 현황.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2020년 12월 기준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은 자가격리 중인 장애인을 돌보는 경우 원래의 급여량과 무관하게 24시간 활동지원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양성 판정을 받은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매뉴얼이 부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나타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이 무렵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중증 와상장애인은 24시간 활동지원이 필요한 장애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체 보조를 해줄 사람없이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그는 서울사회서비스원에 긴급돌봄을 요청했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병원을 입원하게 되었을 때에는 어떠한 보조도 받지 못하고 단지 기저귀를 채우는 대응을 해줄 뿐이었다.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기에 포항의 뇌성마비 중증장애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에도 신체활동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같은 병실을 이용하던 환자들이 그의 신체활동 보조를 도와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초기 대응은 장애인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지원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치료 현장의 미숙함은 코로나19 장애인 사망자 증가와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 돌봄 노동의 부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장애인 시설이 문을 닫아 가정에서의 돌봄 노동 부담이 확대되어 많은 가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 4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의 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에게 물었을 때 코로나19 발생 이후 발달장애인의 생활패턴이 부정적으로 변화하였다는 응답이 87%이다. 이는 장애인 아이의 돌봄을 책임지던 시설이 폐쇄하여 돌봄노동이 가정의 책임으로 전가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 ‘코로나19상황에서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가구의 20.5%는 돌봄 공백으로 인해 부모 둘 중 한 명 이상이 직장을 관두기도 하였다. 대구 장애인 철폐 연대에서는 이러한 돌봄 공백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첫째, 즉시 투입가능한 생활지원인력이 없습니다. (…) 둘째, 장애인 자가격리자를 지원하는 생활지원인력이 없는 가운데 가족이 그 책임을 맡게 되는 상황이지만 현재 정부의 가족돌봄 지원대책에 장애인이 고려되어 있지 않습니다. (…) 이미 대구에서는 1명의 발달장애인이 양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가격리를 통보받았습니다. 이 장애인은 의심증상이 있어 보건소를 찾았지만 전화 예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돌려보내졌던 사람입니다. 지금 수준의 정부와 대구시 대책으로는 이 분은 자가격리 될 수도, 격리시설에서 지원받을 수도 없습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또 앞으로 나올 장애인 자가격리자들과 장애인 확진자들은 어떻게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까?(출처: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2020c) 이와 같은 돌봄 공백으로 인해 비극적인 사례까지 나타났다. 2020년 6월 광주에서 한 어머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발달장애 아들을 홀로 돌보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차 안에서 죽음을 택하였다. 12월 서울에서 어머니가 사망한 뒤 홀로 남은 발달장애 아들은 다섯 달 동안 전기도 끊긴 채 노숙 생활을 이어왔다. 2020년 정부는 긴급돌봄서비스와 활동지원서비스 특별급여를 대책으로 내놓았지만, 정작 이러한 정책을 이용할 당사자는 서비스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학교 측이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장애인 실업률, 비장애인의 2배 이상 코로나19로 인한 청년 취업문제가 뉴스의 여러 지면을 차지하는 가운데, 장애인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취업문제는 비단 비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장애인은 고용 상황에서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로 난항을 겪은 2020년, 장애인의 실업률은 비장애인 실업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2020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장애인의 실업률은 2.8%였지만 장애인의 실업률은 5.9%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장애인 실업률 증가의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코로나19가 2020년 장애인 경제활동에 미친 영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퇴사를 경험한 장애인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4만 1천168명) 중 48.8%인 2만118명은 코로나19 확산이 퇴사에 영향을 줬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는 2018-2019년에 비해 2019-2020년에 1만 5천 명 이상 증가하는 수치를 보였다. 여기서 비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 이상의 소비 인구 가운데 노동할 능력과 의사가 없는 인구’를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경제활동을 포기하며 일자리를 원하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 물었고, 절반이 넘는 62.2%는 “장애로 인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하였다. 즉, 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들어 많은 장애인이 일을 수행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고 아예 경제활동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들 중 89%는 향후에도 일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또한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장애인의 평균 임금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 임금 근로자의 최근 3개월 평균 임금’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임금근로자 중 21.7%가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나 직장에 영향이 있었다고 응답하였으며, 장애인이 21년 2월 기준 최근 3개월 월평균 임금이 전년 대비 4.9만원 감소하였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을 배제하는 QR코드 인증 QR코드 인증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보편화한 출입 방식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QR코드를 화면에 맞춰 촬영한 뒤 출입한다. 그렇다면 시각 장애인은 시설에 출입할 때 어떻게 QR코드를 입력할까? 시각장애인은 자신의 스마트폰 기기에서 QR코드를 트는 것부터 난관이다. 스마트폰을 흔들어 코드를 화면에 띄우는 어플 등을 활용하여 인증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끝이 아니다. 난관은 이어진다. QR코드를 촬영하는 기기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물어야 하고, 기기를 찾고 나면 기기에 뜬 네모 창에 맞춰 QR코드를 가져다 대야 한다. QR인식은 단번에 인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 어려움이 더 크다. 이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은 매장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QR코드 인증을 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수기명부 작성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QR코드 인증과 비슷한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수기 명부와 볼펜의 위치를 물어야 하며, 작은 칸 안에 위치를 맞춰 자신의 정보를 적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대부분의 외부 시설에 대중화된 QR인증 시스템은 시각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모든 구성원이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편리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매장을 들어갈 때 매장에 부여된 특정 번호로 전화를 걸어 인증하는 방식이 있다. 이는 ‘안심콜’이라 불리며 몇몇 공공 기관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단순한 방식이 확대된다면 시각장애인도 부담 없이 시설에 출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끝나지 않는 한 QR코드 인증을 통한 입장 방식은 시각장애인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정책은? 정부는 2021년 1월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를 위한 국립재활원 장애인 전담 병상 10개 병상을 운영하며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애아동 발달재활서비스 지원 대상을 기존 6만 1000명에서 6만 5000명으로 확대하기도 하였다.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시도별로도 점차 정책을 구체화하는 전망이다. 2021년 1월, 지난 돌봄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4종 긴급돌봄 서비스’를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과 어르신에게 접근 가능성을 높여 전화로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또한 격리 시설에 입소할 때 돌봄인력이 함께 입소하여 1인 3교대로 종일 돌봄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확진 중증장애인이 코로나19에 확진되어 병원에 입소하였을 때에는 병원이 서울시에 돌봄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거동이 어려운 환자는 서울시가 확보한 돌봄 인력과 의료진 단순 업무 인력의 도움을 지원받을 수 있다. 빠른 대응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기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장애인이 겪은 어려움에 대해 함께 살펴보았다. 그들의 어려움은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이 코로나19에 적절히 대응하였다고 호평을 받는 것이 무색하게도 장애인을 위한 대응은 더디고 무책임했다. 방관적인 대응으로 인해 여러 장애인이 경제적, 정서적 피해를 입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코로나19의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에게로 향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 장애인을 위한 배려와 노력은 지속하여야 한다. 또한 보다 구체적으로 적용 가능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그들이 겪는 문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무관심, 방관, 무대응은 코로나19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을 더 큰 어려움으로 몰아넣는다. 그러므로 사회 구성원 개개인은 장애인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도 장애인이 살아가는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어려움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필요한 때이다.
제 2 호 코로나19 시대가 지방자치에 대해 묻다
정기자 장아현 ahyeon_1230@naver.com 우리나라는 1991년에 지방의회를 구성하였으며, 그의 4년 후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며 본격적으로 지방자치제의 형태를 갖추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3할 자치, 무늬만 자치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자치사무는 실질적으로 높은 자율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으며, 주민의 자치 의식 또한 미흡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불편을 야기했으며, 일상을 바꾸었고, 다양한 질문까지 던졌다. ‘자치분권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 또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이유는 코로나 시대에 처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에 있어 지방자치단체 역할이 크게 대두됨에 따라, 한국 자치분권의 현주소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위의 질문은 단지 우리나라에 국한되어 나타난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제는 아직도 세계 각국이 보안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코로나19 시대 속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2015년 메르스 바이러스가 국내에 확산하였던 사태 이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감염병 대응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까지 확대되었다. 타지역으로의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하여, 지방정부 차원의 대응 권한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초기 확산 당시에는 정작 지방자치 단체에 부여된 권한은 미미하였다. 더불어 지역 간 확진자의 이동 동선과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기에, 초기 확진자 명단 발표에 큰 혼란을 겪었다. 작년 2월 21일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방역 실무가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 이후 지방자치 단체 단위에서부터 각종 대응을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재난지원금 지급, 착한 임대료 운동 등이 그의 사례이다. 특히 작년 2월 26일부터 경기도 고양시에서 최초로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검사 시스템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는 시간 절약과 방역 측면에서 효과성을 보였다. 이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 과정을 통해, 선제 대응과 지역적 재난관리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적 역량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감염병 대응에 있어서는 각 정부 주체 간 활발한 정보 교류를 바탕으로 통합적인 관리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적 대응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해외의 코로나19 대응 과정 속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갈등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면 피할 수 없는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충돌이다. 물론 이상적인 분권 체제는 중앙과 지방의 협력을 통한 조화로운 산출물이 제공되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응 조치도 마찬가지로 많은 국가가 정부 간 갈등을 겪었다. 중앙정부가 일정한 통제를 가하거나, 반대로 제한을 해제하는 것에 지방정부의 반발이 존재한다. 해외의 정부 간 갈등을 통하여, 코로나19 대응 속에 자리한 자치분권의 갈등 양상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작년 10월 영국의 총리 보리스 존슨은 잉글랜드 전역에 코로나19 단계별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이것은 지역별 감염률에 따라 상이한 제한을 가하기 위해서이다. 단계별 시스템에 따라 맨체스터는 마지막 단계인 ‘매우 높음’에 해당함에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히 거부하였다. ‘매우 높음’ 단계에 해당하는 지역은 타지역으로 이동 자제 명령이 내려지고 술집, 음식점, 카페 등의 가게는 배달과 포장만 가능하며, 또한 다른 가구 구성원과는 실내나 사유 정원에서의 만남이 불가하다. 맨체스터의 앤디 번햄 시장은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경제적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해당 계획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더불어 작년 9월 30일 스페인 중앙정부는 수도 마드리드 지역에 봉쇄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에 지방정부는 이동 제한을 가하는 봉쇄조치는 과도한 대응이라며 반발하였다. 마드리드 주는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이러한 조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비준을 거부했다. 결국 중앙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방역 조치를 시행하였다. 중앙정부의 통제로부터 야기된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 또한 중앙정부의 제한에 베를린 법원이 시민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결하며 갈등이 일었다. 독일은 중앙정부가 코로나 통제 강화를 위한 법안을 마련하자 베를린 외에도 많은 주가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와 반대의 양상을 보인 갈등도 있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통제에 반발하는 것이 아닌, 반대로 더욱 높은 방역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런던의 시장 사디크 아만 칸은 중앙정부에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강력한 규정을 요구하였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의견의 간극을 살피고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각 지방정부마다 요구사항이 다를뿐더러, 중앙정부 대응 체제와 균형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은 지방자치제가 도입한 이래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정부 간의 갈등은 지방자치제의 숙명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계속하여 갈등 내부에서 분권 체제가 나아갈 방향을 탐색해야 할 것이다. 32년 만의 우리나라 지방자치법 개정 2020년 12월 9일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후 32년 만에 이루어진 대대적인 개편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속해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되었다. 그리고 작년 6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다시 21대 국회로 제출되었다. 그 후 작년 12월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며 본회의에서까지 의결되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특례시’ 설치이다. 100만 인구 이상의 대도시나, 기준에 맞는 시·군·구에 특례시 명칭이 부여된다. 특례시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유지하며 광역시급의 권한을 확보한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의 유형이다. 또한 광역의회뿐만 아니라 기초의회에까지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도입하기로 하였다. 전문인력은 국회의원 보좌관의 성격을 지니며, 지방의회 차원에서 인사권을 통해 임용함으로써 의회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 기존에 없던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명시해두었고, 주민 청구가 가능한 연령을 만 19세 이상 주민에서 만 18세 이상 주민으로 하향 조정시켰다. ‘주민조례 발안제’의 도입을 통하여 지방의회에 주민이 직접 조례안을 제정 및 개·폐 청구가 가능하게 하였다. 이렇게 지방자치제 주체로서 주민들의 권리 및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법률안 또한 개정되었다. 따라서 지방단위의 정책 결정 및 집행의 과정에 있어 주민의 참여권을 더욱 보장하고자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자체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지역의 사무가 지방자치단체에 우선 배분되는 법안이 추가되었다. 이것은 중앙정부의 자의적인 업무 배분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이외에도 ‘중앙지방협력회의’ 신설, 지방의회의원의 겸직 신고 공개, 지자체 관할구역 경계변경 절차 등이 개정되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통하여 행정 운영의 민주성, 효율성 등을 제고시키고자 하였다. 이번 개정법률안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라는 점에 있어 의미가 크다. 하지만 전부개정 후에도 지방자치법에는 많은 논의의 쟁점이 존재한다. 자치입법권과 재정 분권 미포함의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릴 뿐더러, 전문인력이 지방의원의 비서의 형태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더 나아가서는, 지방자치의 제도적 틀을 변화시키는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등의 개정법률안 도입 자체에 대한 논의도 존재한다. 코로나19와 지방자치 코로나19 시대 속 진행된 지방자치법 개정은 지방자치 차원의 코로나 대응 과정에 힘을 실어주었다. 중앙정부로부터 하향식으로 조달되는 대응 방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넘어, 지역적 특성에 기반하여 코로나19 감염병에 대응하는 방안을 착수하였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보다 주도적으로 다양한 방역 대책안을 내세웠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도입 전, 작년 10월 지방4대협의체와 자치분권위원회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의 역할과 권한 등 자치분권”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하였다. 이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 주장에 대하여는 응답자의 70.2%가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응답자의 80.1%는 지자체가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했다고 응답했다. 이를 통하여 코로나19 방역 및 대응 과정에서 행정주체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대두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분권은 나아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 지역발전, 주민복지, 더 크게는 우리 사회 속 공동문제 해결을 위하여 끊임없이 고찰하고 시도해야 한다. 결국, 코로나19 시대는 우리에게 ‘지방자치’의 의의와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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