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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99 호 중국발 요소수 문제, 원자재의 다각화 필요

  • 작성일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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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168
김지현

요소수 품귀현상,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10월 중순, 중국이 요소수의 수질검사를 강화하면서 국내 요소수 품귀현상이 나타났다. 1리터당 천 원대였던 요소수는 현재 3~4천 원대로 서너 배가량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10배가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득해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 디젤차를 운행할 시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이 배출되는데 이를 질소와 물로 분해해주는 것이 바로 요소수이다. 국내 운행 중인 약 330만 대의 디젤 화물차 중 200만 대에 배출가스 저감장치(SCR)가 장착되어 있다. 이 장치에 요소수를 적절하게 공급하지 못해 바닥나게 되면 차량이 멈추거나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을 수도 있기에 요소수는 디젤차의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다. 요소수 수급 부족은 화물차 운행을 어렵게 하며 자칫하면 물류대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려의 상황 속 최근 익명의 시민들이 소방서 앞에 요소수를 두고 가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요소수 수급 부족에 따른 소방서의 출동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시민들이 직접 요소수를 기부하며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것이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요소수의 수급이 불안한 시기에 보다 더 공정한 판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요소수 및 요소수 원료인 요소의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과 관련된 고시를 제정 및 시행하여 집중 단속에 나섰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23일 요소수 불법 유통행위를 하는 주유소 및 유통판매업체 등 총 4개소를 적발했음을 밝혔다. 이들은 사전검사를 이행하지 않거나 허가 취소가 된 요소수를 불법 유통한 유통 판매업체, 요소수를 초과 보관한 주유소 등을 추가로 수사할 계획이다. 

  요소수 대란인 현 상황에 정부는 매일 대책 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고 실제로 최근에는 요소수 수급이 안정되었다고 발표하기도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요소수 품귀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요소수를 전국으로 공급하고 있어 요소수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내 요소수 대란 왜 일어난 것일까? 

  어떠한 이유로 우리나라에 요소수가 부족하게 되었는지 알아보자. 시작은 중국과 호주의 무역 갈등이다. 중국이 올해 들어 호주에서 생산되는 석탄 반입을 중단한 탓에 중국 내 전력난이 심화되자 중국 당국이 세관에 별도의 검역이나 검사가 없어도 수풀이 가능했던 요소, 칼륨, 인산 등 총 29종의 품목에 엄격한 검역을 거치도록 공문을 내렸다. 요소수의 원료 요소는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생산하는데 호주와의 무역분쟁 그리고 전력 공급의 악화로 인해 중국 내 석탄이 부족해지자 사실상 요소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수출 금지에 따른 타격을 우리나라가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요소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으며, 올해는 유독 중국산 요소 수입의 의존도가 더욱 높았다. 그 비중은 기존 3분의 2 수준에서 9월까지는 무려 97%까지 증가한 정도이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국내 관련 업계가 다른 수입처를 수소문해 봤지만 차량용으로 쓰이는 요소를 생산하는 국가는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러시아 정도뿐이다.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현재 수출이 제한되어 있으며 일본은 자국 내 요소 소비량이 이미 많아 수출이 불가능하다. 러시아에서 요소를 공급받는다 하더라도 내년 초에나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그 양도 풍족하지 않아 일부 물량에 그칠 뿐이라 요소수 대란이 완벽히 해소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물류부터 우리 식탁까지, 요소수의 나비효과 

  지금껏 이름도 생소했던 요소수.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물류다. 국내 경유 화물차 중 16.4%, 약 55만여 대가 요소수가 필요한 유로6 경유차다. 요소수를 넣지 않으면 이 차들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원자재, 제조사 등 물류 이동이 마비된다. 원자재와 제조품 등의 이동이 막히면 공장은 운영위기에 처하고 건설업, 무역업 또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유로6가 적용된 소방, 구급차 등 긴급차량, 쓰레기차, SCR 시스템인 일부 LPG 버스 등 생활 차량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일부 화물차주가 실직하고 운송 원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 생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렇듯 요소수 부족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큰 문제지만, 중국에서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이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질소비료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비료는 농사를 짓는 데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로 질소비료가 탄생하기 전까지 비료의 원료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질소비료 등 화학 비료의 개발로 농업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고 이제는 비료가 없으면 지구 전체가 소비하는 식량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세계 요소 수출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서 세계인의 식탁 물가에도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요소수를 넘어 미래를 대비하는 태도가 필요한 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요소수 사태 해결을 위해 러시아, 호주, 배트남 등과 요소수 수입을 논의 중이고 이미 수입한 물량, 단속반이 적발한 물량 등을 활용하여 국내 10대 주요 기업에서 요소수를 생산 중이다. 생산된 요소수는 사업체를 우선으로 거점 주요소를 지정하여 공급하고 있다. 공급량이 지속해서 늘고 있는 만큼 사태는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보이며 정부 는 요소수 국내 생산과 더불어 수입의 다변화, 요소수 외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의 관리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입 다변화의 경우, 필요할 때 공급이 가능한지, 가격이 적당한지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인접 국가나 국내 일정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화 산업’에 초점을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중요한 요소수를 왜 지금껏 생산하지 않았을까? 2003년 7월 5일, 우리나라 여수산업단지 내 남해화학 요소 공장이 통째로 인도네시아로 수출되었다. 경제성 문제로 생산의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공장을 팔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전까지 우리 요소비료를 주로 수입해가던 중국, 동남아 시장이 크게 줄어들면서 국내 공장들은 조금씩 문을 닫게 되었고 2011년 삼성정밀화학이 적자 끝에 요소 생산을 중단하면서 국내 요소 공장은 사라진다. 그리고 현재 상황은 반전되어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요소를 들여오게 되었다. 

  지난 일본과의 무역분쟁부터 이번 요소수 사태까지 국제 사회에서 원자재는 하나의 무기가 되었다. 무역 중단으로 인해 한 국가의 경제적 상황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현재, 더는 세계화, 효율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생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종종 미래를 위해 여분을 남겨놓곤 한다. 기업에서도 재고를 만들거나 데이터를 백업해 놓는 등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다. 그런데 하물며 국가는 어떨까?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만큼 먼저 이를 고려해야 할 국가가 효율만 우선시한 나머지 대비를 멀리했고 오늘과 같은 문제가 터졌다. 수입국의 다양화, 국내 산업 육성을 위한 탄탄한 제도와 지원책 마련, 원자재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이제는 앞만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바라보는 태도를 기를 필요가 있다. 



정유빈,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