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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98 호 아이디어가 가치가 되는 세상, 논문 표절에 대해 돌아보다

  • 작성일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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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논문 표절 문제의 사회적 공론화김건희의 논문 부정 논란

  대선으로 사회가 뜨거운 가운데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가 박사학위 논문 부정 의혹에 휩싸여 논란이 되고 있다. 열린 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에서 처음 김건희의 부정행위를 발견했고, 강민정 의원이 7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내용을 공개하였다. 문제가 제기된 논문은 2007년 8월에 기초 조형학 연구에 제출한 「애니타를 이용한 Wibro용 콘텐츠 개발에 대한 연구」와 2007년 11월에 한국디자인포럼에 게재한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2008년 2월에 박사학위 취득 논문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등이다. 해당 논문들은 기존 보고서에 개조식으로 작성된 문장을 평서문으로 바꿔 사용하거나 타 논문의 한 절을 출처를 게재하지 않고 그대로 붙여놓는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후, 김건희에게 박사학위를 준 국민대는 연구윤리위원회를 꾸려 김건희의 박사학위 논문 부정 의혹 조사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9월 10일 국민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는 김건희의 논문에 대한 연구 부정 의혹 제보가 13년 뒤에 제기되어 이미 검증 시효가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조사를 마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대의 행보는 2011년에 개정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다. 교육부에서도 국민대의 결정이 연구윤리지침에 맞게 처리됐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조치계획을 요구했다. 계속되는 교육부의 요구와 국민대 특정감사 실시 결정 등의 압박으로 인해 결국 국민대는 논문 조사 논의에 재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대의 입장이 여전히 본조사가 아닌 재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기에 아직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논문 표절의 사례와 논란 이후 처리 결과는?

  김건희 표절 문제 외에도 그 동안 정치계와 연예계에서 논문 표절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특히 최근 논문 표절 검사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뒤늦게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표절이 사실로 밝혀진 사람들 대부분은 학위가 취소되었다. 

  2020년 11월, 가수 홍진영의 논문 표절 논란이 큰 화제였다. 홍진영의 경우 2009년에 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은 논문 「한류 문화 콘텐츠의 해외 수출 방안」이 카피킬러 검사 결과, 74%의 표절률을 보이면서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에 조선대 대학원위원회는 대학 연구 윤리원 산하의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하였다. 조사를 거친 뒤 2020년 12월 8일에 홍진영의 석사 논문에 대해 표절로 잠정 결론을 내렸으나, 일주일 뒤에 표절로 판정하고 학위 취소 절차를 밟았다. 홍진영의 논문 표절 논란에 뒤이어 설민석 역시 2020년 12월,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2010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제출한 석사 논문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 연구」가 카피킬러에서 52%의 표절률을 보이면서 논문 표절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설민석은 표절을 인정하였고,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해 심의하고 석사학위 수여 취소 등 향후 처분을 위한 대학원위원회 소집을 준비했다. 이 외에도 배우 김혜수, 개그우먼 김미화 등이 논문 표절 문제에 곤혹을 치렀다. 

  연예인만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은 아니다. 김건희의 표절 문제 이후 이재명 후보 역시 논문 표절 의혹으로 논란이 되었다. 이재명 후보는 2005년에 제출했던 석사 논문 「지방정치 부정부패의 극복방안에 관한 연구」에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학위 자진 반납을 가천대에 통보했다. 그러나 가천대에서는 심사 기한을 이유로 해당 논문이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건희의 논란과 더불어 이재명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이 다시 떠오르자 교육부는 가천대에 사실 관계 확인을 요구했으나 가천대는 기존의 판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교육부는 가천대의 결정이 2011년에 개정한 지침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11월 18일까지 조치계획을 다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논문 표절 문제의 이면 

  논문 표절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인식과 무지의 문제이다. 인식과 무지는 표절 문제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원인이다. 인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가 문장만이 아니라 논문, 논증 구조 등을 표기 없이 따오면서 표절이 일어난다. 일부 문장을 따와서 표현만 살짝 변경해 사용하거나 원작자는 표기하고 실제로 가져온 2차 자료의 저자는 표기하지 않는 일 등,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인식과 무지로 인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는 저작물에 대한 인식개선과 더불어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둘째로 압박감과 결과 지상주의의 문제다. 학부생, 대학원생, 연구자 모두 논문을 작성할 때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경우 졸업이나 학위를 위해 일정한 제출 기간을 지켜야 한다. 부족한 준비와 아이디어, 그에 반해 촉박한 시간이 비윤리적 행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연구자도 마찬가지다. 연구자의 경우 연구비 지원 문제, 경력, 직장 등의 문제로 경쟁을 지속하곤 한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니 연구의 진실성을 외면하는 일이 생긴다. 실제로 과학의 큰 발돋움을 이루었던 윌킨스, 크릭, 왓슨의 DNA 구조 발견은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생명을 깎아 찍은 DNA 구조 사진을 무단 활용했으나, 사실이 재조명되기 전까지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공적은 까맣게 지워졌다. 

  셋째로 카피킬러 등 자동검사기의 부정확한 표절 검사가 기준이 된 점이다. 카피킬러 등 자동검사기는 논문 표절을 쉽게 잡아낸다. 문서를 업로드하기만 하면 손쉽게 어느 문장을 가져왔는지 바로 알 수 있어 이제는 학부생이라도 손쉽게 자신의 논문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검사기의 경우 문장을 베껴오면서 단어 일부를 바꾸기만 해도 적발하기 어렵다. 더불어 논문 표절은 문장을 그대로 베껴오는 ‘텍스트 표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출처 표시가 되어있지만 다른 출처로 표기된 경우, 1차 출처는 명시하되 2차 출처는 명시하지 않은 경우, 아이디어 표절, 논증 구조 표절 등도 표절의 또 다른 예이나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리포트 거래 사이트가 무분별하게 활용되는 점이다. 학부생들이 자주 들어가는 ‘해피 캠퍼스’와 같은 리포트 거래 사이트에서는 익명으로 다양한 이들이 올린 자료를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곳의 자료가 사이트와 학회 사이의 계약에 따라 올라온 신뢰할 수 있는 자료도 있지만, 일반인이 써낸 리포트 등의 수가 상당하다는 점에 있다. 일반인이 써낸 리포트의 경우 출처가 정확하지 않고 2차 가공이 이루어진 일도 많다. 이런 신뢰하기 어려운 자료를 학부생들이 구매해 활용하면서 지각하지 못하는 표절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가치가 되는 세상

  표절 문제 해결 및 학술생태계의 자정을 위해서는 작게는 인용 처리에 대한 숙지부터 크게는 연구 환경의 개선까지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 연구자라면 우선 논문이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인용 처리 방법을 숙지하고 사설 업체가 아닌 RISS 등 신뢰할 만한 학술 사이트를 활용해야 한다. 특히 재학생의 경우 학술정보관을 통해 재학생 아이디를 사용하면 무료로 다양한 학술정보 DB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제출 전 자동검사기로 점검한 이후에도 출처 표기가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재확인하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요즘에는 아이디어가 하나의 생각이 아니라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작은 아이디어가 수천억 단위의 사업이 되기도 하고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그 흐름에 맞춰 국가의 지원과 인식개선이 절실한 때다. 표절 문제 해결은 단시간에 해결될 과제는 아닌 만큼 근본적으로 대학가와 학계의 자정을 위한 국가와 연구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비 압박 등의 문제로 위와 같은 부도덕한 행위와 사설 사이트와의 무분별한 계약이 이루어지는 점을 고려해 학회들이 고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지위나 명예가 높은 이가 아닌 실제로 작성한 이의 공헌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명인이 연설하거나 글을 기고할 때도 실제로 집필한 이가 ‘감사의 말’ 부분에 짧게 언급되거나 언급조차 되지 않는 등 대필 문제도 근절되어야 할 행위다. 더불어 과정과 연구 윤리에도 주목하여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지식의 발전, 진리의 탐구. 연구자라면 누구나 추구하지만 어떤 것보다 신성하게 여겨져야 할 것 중 하나가 더는 얼룩지지 않고 제 빛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지현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