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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98 호 넷플릭스 선계약–후공급 수익 독식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작성일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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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281
정유빈


갑을 논란에 휩싸인 넷플릭스

  지난 9월 17일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진출한 83개의 국가에서 전부 1위를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우며 K-콘텐츠의 위상을 뽐냈다.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달고나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 놀이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 생소한 외국인 할 거 없이 설탕을 휘젓고 있어 전 세계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풍기고 있다. 그러나 가장 달콤한 맛을 느끼고 있는 것은 오징어게임 창작자들이 아닌, 오징어게임 제작사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2,140만 달러(약 250억)를 투자해 투자금의 40배의 금액에 달하는 이익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오징어게임의 저작권까지 갖게 되며 효율적인 투자에 대성공했다.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 제작에 지원한 ‘회당 평균 22억’이라는 금액은 국내 작품 제작비에 비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린 ‘브리저튼’(회당 83억), ‘기묘한이야기’(회당 95억)와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평균 제작비에는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오징어게임으로 1조 원 정도의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지만, 넷플릭스는 계약상의 이유로 오징어게임 제작에 참여한 자들에게 관계없이 추가적인 보상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그뿐만 아니라 오징어게임의 저작권까지 넘어가는 상황에 대해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수익은 넷플릭스가 독점한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돌며, 일각에선 넷플릭스가 한국 작품의 저작권을 도둑질한 것처럼 비치고 있다. 자연스럽게 넷플릭스는 수익을 불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 아니냐는 때 아닌 갑을 논란에 휩싸였다. 넷플릭스의 “선계약-후공급” 계약 방식이 진정 제작사 갑과 창작자 을의 불공정한 계약일까? 넷플릭스의 수익 독식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무엇일까.


출판업계의 오랜 관행매절계약이란

  이번 넷플릭스의 수익 독식에 대한 문제를 살펴보려면, 먼저 매절계약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출판업계의 대표적인 매절계약 사건,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사건을 통해 매절계약에 대해 알아보자. 매절계약이란 저작물의 이용에 따른 대가를 발행‧판매량에 맞춰 인세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일괄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향후 저작물 이용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모두 독점하는 형태의 계약이다. 구름빵 사건의 경우에도 백희나 작가와 출판사가 원작을 바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2차적 저작물작성권을 포함한 저작권 일체를 양도한다는 매절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구름빵을 통해 약 4,400억이라는 큰 수익을 끌어냈음에도 계약 시 지급받은 1850만 원 외의 추가적인 보상을 기대할 수 없었다. 이를 두고 원작자는 매절계약이 불공정한 계약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매절계약이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을 둔 계약서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출판사가 신인 작가와 계약을 맺을 때 신인 작가의 작품이 어느 정도 흥행을 할지 얼마의 이익을 거둘지 예측하기 어렵고, 심지어는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을 감수하며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절계약 자체를 반드시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즉 출판사가 작품의 결과가 좋지 않을 시 받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작가에게 저작권 일체를 양도받는 매절계약의 형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구름빵 원작자가 지급받은 금액이 총 수익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것은 맞지만, 출판사는 계약 당시 신인 작가였던 백 작가를 믿고 다른 신인 동화 작가들에 비하면 높은 금액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출판사의 집중적인 마케팅, 그리고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으로의 활발한 사업 확장을 한 점을 고려해 봐도 불공정한 계약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백희나 작가는 구름빵이라는 저작물을 창작해 출판사에 양도하는 매절계약을 맺었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았으므로 해당 계약은 쌍방 이행이 성립되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계약에 대해 양측 모두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징어게임일종의 매절계약

  넷플릭스의 계약 방식은 제작비와 함께 추가로 10%~20% 정도의 일정 수익을 사전에 지급하고, 저작권 전부를 양도받는 선계약, 후공급 방식이다. 오징어게임도 일종의 매절계약을 통해 제작된 작품인 셈이다. 구름빵 사건처럼 오징어게임도 창작자가 계약 시 지급받았던 금액의 수십 배를 훨씬 뛰어넘는 이익을 넷플릭스가 거두게 되었고, 저작권 역시 넷플릭스에게 양도되었기 때문에 넷플릭스와 창작자 사이의 때 아닌 갑을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넷플릭스가 마치 오징어게임의 저작권을 훔친 것처럼 혹은 불공정한 수익 배분을 의도한 것처럼 비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계약 방식은 제작사 갑이 창작자 을의 수익을 모두 독식하기 위함이 아니다. 저작권은 무체재산권으로 사고팔 수 있는 거래 대상에 해당하고, 넷플릭스는 작품의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을 떠안고 계약을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전혀 불공정한 계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도 넷플릭스와 계약 시 저작권 전부가 양도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넷플릭스와 오징어게임의 계약상 오징어게임의 제작사는 전체 수익의 10% 로만 가져가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매절계약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창작자에게 불공정한 계약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이에 매절계약 자체가 불공정한 것은 아니지만 구름빵 사건처럼 창작자가 저작재산권을 양도할 때 예측 불가했던 수익의 지나친 불균형이 발생했을 경우, 저작권을 넘긴 자에게 보상을 청구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처럼 매절계약에 있어 창작자와 투자‧제작사 사이의 정당한 보상 문제는 오징어게임 이전에도 활발히 논의되었던 문제이다. 오징어게임의 경우에도 세계적인 흥행에 현저한 초과 수익이 발생한 바에 따라 넷플릭스 공공정책 가필드 부사장은 3일 국내 제작사와 추가적인 보상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선계약-후공급의 숨겨진 진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플랫폼 중심 정책으로는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가 나올 수 없으며, 공급한 후에 계약을 하는 제도는 있을 수 없다”며, 화두를 뜨겁게 달군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을 서두로 넷플릭스의 ‘선계약-후공급’의 표면적 문제점에 대한 견해를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갖는 문제점들, 예를 들어 중소형 제작사에게 불리하다는 점, 수익 독식 구조를 취한다는 점 등을 기반으로 플랫폼 사용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 흥행이 국내 콘텐츠 제작·공급 방식 관행을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우상호 의원이 언급한 ‘선계약-후공급’의 비판적 여론에 반해 이를 긍정적인 옹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점 역시 대립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사전 투자를 통해 제작비를 일체 부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시나리오, 기획 내용 등 오로지 작품 하나만 보고 거액의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동시에 자유로운 창작 환경도 보장한다. 이처럼 ‘선계약-후공급’ 시스템은 안정적인 제작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이유로 창작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생태계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고 표현한다. 생소한 장르, 막대한 제작비 등을 이유로 빛을 보지 못한 ‘원석’과 같은 작품을 발굴하기에 최적화됐다는 것이다. ‘오징어게임’ 시나리오가 10년 전 투자자들로부터 거절당한 적 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오징어게임’ 제작비는 약 2,140만 달러(약 253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중소 제작사들이 절대 부담할 수 없는 규모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에 대해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장은 “저작권법에 영상 저작물의 특례 규정이 있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영상 제작자가 필요한 권리를 양도받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흥행 결과에 따라 영화감독 등도 일정 부분 수익을 배분 받을 수 있도록 한 프랑스의 저작권법과는 비교된다. 실제 영화 ‘박쥐’의 박찬욱 감독,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등은 프랑스에서 저작권료 수익을 배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탓에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대박 흥행을 계기로 논란이 일어나며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이 넷플릭스의 ‘하청 기지’가 될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가 하면, 한 편으로는 콘텐츠 산업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오징어 게임 같은 대박 흥행에 따른 수익을 챙기지 못해 아쉽지만, ‘실패 리스크’를 안고서도 이런 작품이 제작되려면 거액의 투자자가 절실히 필요한 게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현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은 “콘텐츠 산업은 기본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넷플릭스가 그동안 투자한 노력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도 세계적인 대박이 나오면 인센티브도 주고 인접 효과·파생 효과를 나누는 상생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오겜 이후로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OTT의 미래와 발전

  ‘선계약-후공급’의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책정하지 않고 우선 공급하는 관행이 지속되면 콘텐츠 발전을 꾀할 수 없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경영과 시장 순방향 성장을 위해 '관행'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한결같은 주장을 내놓고 있다. 창작자 생태계를 이처럼 긍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선계약 후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은 정치권도 동의하는 대목이다. 홍석준 의원은 지난 5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료방송 사업자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채널 계약 과정에서 일반적인 관행이 되는 선공급 후계약 문제를 '선계약 후공급'으로 개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방송시장 선순환을 위해서 '콘텐츠 제값 받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선계약 후공급 문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언급, 사실상 콘텐츠 사용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콘텐츠 업계는 현재 방송사들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채널을 먼저 공급하고 채널 공급에 따른 대가를 그해 하반기께 협상해서 정하는 기형적인 거래 관행이 존재해 왔다고 연일 토로 중이다. 다만 대형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PP:Program Provider) 주도하는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 간 기울어진 채널 협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업계가 부작용 해소를 위해 중지를 어떻게 모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계약-후공급’ 문제는 언뜻 보면 불평등한 계약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그 수익을 모두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그동안 있었음에도 외면했던 국내 투자배급사들에 대한 역할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준다. 이러한 OTT의 다양한 장르성과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 제도는 한국 콘텐츠 제작사 및 국내 OTT 서비스 업계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 준다. 넷플릭스의 공급 문제는 우리에게 변화해가는 시대에 다양한 문화의 접목, 그에 비례하는 서비스의 대가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제공한다. 


김채연, 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