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72 호 50% 연동형 비례대표제, 국민의 뜻을 담는 선거제 될까?
최근 여야4당이 투표연령 하향을 검토하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가오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비해 논의 중인 새로운 선거제도는 마무리될 수 있을까?
선거제개편은 필요할까?
선거제 개편이 필요한 이유는 정당 지지율을 최대한 국회의원 수에 반영하기 위해서이다. 즉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25~30%의 정당 지지율을 얻고도, 45~50%의 의석수를 가져갔던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이는 정당 투표율이 의석수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으로 선거제 개편을 통해 의석수에 정당 투표율을 포함할 수 있게 한다면 유권자의 투표가 왜곡되지 않게 할 수 있다.
이는 곧 다당제로 이어지는데 선거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견해는 다당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다당제란 의석의 과반수이상을 차지하는 정당이 없어 3개 이상의 정당이 존재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정치와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즉, 정당이 자주 뭉치고 흩어질 수 있는 성격을 가진 다당제가 오히려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제안된 선거제가 너무 어렵다는 비판 등의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떤 선거제도 완벽할 수 없다. 정치적, 현실적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단식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출처:연합뉴스)
선거제개편 진행상황
지난 15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주말 사이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의원정수는 300명을 유지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현행 253:47에서 225:75로 상향 조정하고, 비례대표 75석 가운데 50% 연동형을 적용해 뽑는다는 것이다.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여론을 감안해 마련한 타협안이다.
먼저 의석수가 253→225로 줄어들면 지역 간 통폐합이 예상된다. 또한,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기존의 ‘병립형’에서 ‘연동형+병립형’으로 바꾸는 것을 제안했다. 지역구 선출 결과와는 별개로 정당별 득표율에 비례하여 비례의석 배분이 이루어지는 병립형과 달리 연동형 제도는 지역구의 의석 배분 결과가 정당명부의 의석 배분에 영향을 미친다. 이 방식을 통하면 지역구 투표율이 정당 투표율 보다 낮은 경우 의석수 확보에 보다 유리해진다. 즉 거대정당보다 소수정당에 유리한 것이다. 실제로 이 방식에 따르면 더불어 민주당은 약 17석, 자유한국당은 약 13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감소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더불어민주당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제개편에 합의 하려는 것은 소수당과의 연대를 위함이다. 반면,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제를 없애자는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내놓은 상황이다. 비례대표제 없이 모두 지역구로만 의석수도 10% 줄인 270석을 뽑자고 주장하고 있다.
▲피켓 들고 구호 외치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의원들(출처:연합뉴스)
도출되지 않는 합의점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의 의원은 선거로 선출된다. 그 국회의 의원을 선출하는 구체적인 절차를 선거제도라고 한다. 선거제도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그 방법에 따라 선거결과, 민주주의의 질 등이 달라질 수 있어 중요하다.
현재 선거제개편은 앞서 살펴보았듯, 정당간의 합의점이 도출되지 못해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각 정당이 원하는 선거구 개편 내용은 모두 다르지만 크게 보았을 때,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자유한국당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갈등은 선거구 개편안을 페스트트랙으로 추진할 것인지를 두고 더욱 심화되었다. 패스트트랙이란 해당 안건을 신속 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것으로 절차상 한국당(113석) 없이도 여야 4당이 합의안을 가결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제 개편과 함께 패스트트랙 안건에 포함된 공수처법의 기소권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의견이 엇갈려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재 상황은 치킨게임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치킨게임이란 두 팀 중 어느 한쪽이 포기하면 다른 쪽이 이득을 보게 되며, 각자의 최적 선택이 다른 쪽 경기자의 행위에 의존하는 게임을 말한다. 즉, 한쪽이 포기하면 다른 쪽이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한쪽이 포기하지 않으면 다른 쪽이 포기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선거제개편도 여야4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양보가 없다면 합의점에 다다르기 어렵다.
국민의 뜻을 담는 선거제
현대사회의 변화에 따라 사회문제는 보다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거제도도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변화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의 과도한 경쟁에 밀려난 소수집단들이 정치에 소외되지 않도록 대의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선거제도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할 중요한 사항이다. 따라서 각 정당은 선거제 개편을 자신의 이익관점에서만 바라보기 보다는 더 나은 선거제가 될 수 있도록 넓은 시각으로 보며 협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듯 치킨게임 같은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고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회에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