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학술·사회

제 726 호 더 이상 ‘빈대 청정국'이 아닌, 대한민국

  • 작성일 2023-11-20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7734
김상범

더 이상 ‘빈대 청정국'이 아닌, 대한민국


  1960년대 이후 반세기 넘게 ‘빈대 청정국’이라고 할 수 있던 한국에 빈대가 출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과 지방을 오가던 사람들이 빈대 등쌀에 기차에서 잠을 못 자겠다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빈대가 흔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전국 빈대 퇴치 캠페인이 효과를 발휘했고, 이후 빈대 완전 박멸에 성공한 듯했다. 특히 2014년 이후 10년간 빈대 신고도 9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과 인천과 같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충남까지 전국적으로 빈대 출몰 신고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빈대믹'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시민들은 빈대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빈대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자.



‘빈대', 너는 누구니?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과, ‘빈대 붙는다'는 말이 있다. 최첨단사회에 접어들며 보기 힘들어진 빈대, 우리 모두 말로나 접해보지 않았을까? 빈대는 노린재아목에 속하는 해충으로 노린재와 같이 특이한 냄새를 풍긴다. 인류가 존재하기 전에는 동굴에서 박쥐를 흡혈하며 살아왔는데, 곤충의 천적인 박쥐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특이한 냄새가 나게 된 것이라 한다. 또한 피를 흡혈하며 사는 곤충으로 대표적인 벼룩, 모기, 이와의 차이점은, 빈대의 경우 오직 ‘동물의 피'를 흡혈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 빈대 이미지 (출처 : 국제신문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31025.22018007525)


  속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빈대는 번식이 굉장히 빠를 뿐만 아니라, 유충은 2.5mm, 성충은 6~10mm 정도로 작아 박멸하기도 쉽지 않은 생물이다. 영어로는 ‘bedbug’인 만큼, 매트리스나 영화관 좌석 같은 틈 사이에 숨어 있다가 밤이면 몰려나와 잽싸게 사람들을 흡혈하고 어두운 곳에 다시 숨어 천천히 소화를 시킨다. 서식지는 따로 없이 전 세계에 고루 넓게 분포하며 23속 75종이 존재한다고 보고되어 있는데, 그동안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1980년대에 전국적으로 소독차를 꾸려 철저히 방역해 왔기 때문이다.


  빈대가 우리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단연 간지러움이다. 정말 다행히도 빈대에게 물린다고 사망하거나, 다른 질병을 옮기는 사례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정신적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빈대에 물린 상처의 가려움 정도는 개인차가 있다고는 하나, 모기에 비해 훨씬 가렵고 따가우며 모기약으로 흔히 쓰이는 ‘버물리' 등도 듣지 않는다. 또한 빈대에게 물리고 나면 하루 종일 빈대가 몸을 기어다니는 듯한 환촉 증상이 더해져 심히 신경을 긁는다고 한다. 빈대에게 물린 가려움은 ‘항히스타민제' 성분만이 효과가 있다고 하니 잘 기억해 두었다가 피해 시 복용하길 추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의약품으로 분류가 되어 별도의 처방 없이 구매가 가능하나, 염증 부위의 흉 진 정도가 심할 경우엔 피부과에 내원하는 것이 좋다. 빈대는 모기보다 지능이 좋지 않아 혈관을 찾을 때까지 이곳저곳 물어 흉터가 모여 있게 되는 것인데, 평균적으로는 1~2주 정도 자국이 유지된다고 한다.



빈대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국내에서는 1970년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주거 환경이 청결해지고 전국적인 규모의 빈대 퇴치 캠페인으로 빈대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 대학 기숙사 및 고시원, 원룸, 찜질방 등에서 빈대 출몰 신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관광객들사이에서 일부 빈대 물림 사례가 있었으나 최근처럼 국내에서 빈대 출몰 신고가 늘어난 이유는 COVID-19 사태 이후 해외 관광객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빈대의 확산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첫째, 국제교류가 늘어남에 따라 해외여행과 물적 자원 유입과 인적 자원 유입 증가를 꼽을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남부는 오래전부터 빈대의 서식 밀도가 높았고,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도 빈대가 증가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외 유럽, 동남아, 남미 등의 여러 나라는 빈대의 역사가 오래됐다. 빈대는 충분히 방역되지 않은 여행객 숙소와 집단 기숙시설에 정착했을 테고 점차 외국인이 많이 간다는 찜질방 등을 거쳐 가정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둘째, 우리나라의 주거 환경이 겨울에도 충분한 난방이 되어 빈대가 서식하기에 좋아졌다. 또한 침대문화 발달도 빈대 서식을 돕는 요인이 되었다. 빈대의 영어 단어가 베드버그(bedbug)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침대는 매트리스, 용수철, 나무 틈 등 빈대가 은신할 곳이 많다.


  셋째, 기후변화로 인한 전반적 기온 상승도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고 판단된다. 기후 변화에 반응해 일어나는 곤충의 서식 형태 변화는 우리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겠으나 우리나라가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고 다양한 곤충이 유입되어 돌발적으로 혹은 정착해 확산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빈대는 어떻게 대처할까?


  빈대는 인류가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존재한 만큼 역사가 길다. 기록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까지는 인류와 더불어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전 세계적으로 방역을 하며 빈대에 의한 피해사례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방역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당시 살충제로 사용했던 ‘DDT’ 약품의 위험성으로 인해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서이다. 지정 발암물질로도 등록이 되어있는 이 약품은,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부터 사용이 금지되었는데, 불과 몇 년 전에도 DDT 약품 성분이 검출된 계란이 나왔다는 점에서 미루어 볼 수 있듯 자연분해가 굉장히 오래 걸리고,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약품이다.


  이러한 강력한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빈대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열을 사용하는 것이 있다. 스팀다리미 등을 이용해 매트리스나 의류를 뜨겁게 달구면 빈대와 빈대알을 죽일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실리카젤이나 규조토, 각종 살충제를 이용해 빈대를 잡을 수 있다고 하는 다양한 추측과 낭설이 존재하나 ‘열로 가열하는 방법 외에는 검증된 바가 없으므로 섣불리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아 보인다. 가장 좋은 빈대 퇴치법은 ‘빈대를 집에 들이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대처 방법보다는 예방 자체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몇 주에 걸쳐 국내 곳곳에서 빈대 피해 사례가 속출함에도 불과 얼마 전까지 정부에서는 개인적인 예방 방역에 힘써달라는 말뿐이었었다. 그러다 며칠 전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자체 중 경기도의 경우, 피해가 발생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숙박업소나 목욕업소 5,000여 곳을 특별점검하기도 하였고, 강원도는 빈대 소독 예산으로 1억 원을 편성하기도 하였다. 정부에서도 대중교통까지 빈대가 나타나자, 정부 합동 대책본부를 꾸려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월 13일부터 약 4주간 대중교통, 숙박업소 등을 집중적으로 방역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포부를 보인 만큼 큰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 본다.

▲ 서울특별시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용산구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제 작업을 하는 장면. (출처: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PYH20231109095900013)



빈대가 있는지 확인하고 예방하는 방법


  빈대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침대 매트리스 아래쪽에 검은 자국(빈대의 부산물, 배설물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국이 있다면 매트리스 전체를 비닐로 감싸 밖으로 나오지 못 하게 해야 하고 매트리스에 흔적이 없다면 벽 틈, 콘센트 주변, 카펫 아래쪽을 확인해 봐야 한다. 눈으로 보이는 크기이지만 주변을 어둡게 하고 손전등을 켜서 확인하면 조금 더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제일 먼저 물린 부위를 물과 비누를 이용해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그 후 병원(피부과, 감염내과, 가정의학과)을 방문해 항히스타민과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받아야 한다. 그리고 빈대 물린 부위를 최대한 긁지 않아야 한다. 긁게 되면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서 세균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가려워 견딜 수 없다면 냉찜질보다는 온찜질이 효과적이다. 


  빈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물리적 방제와 화학적 방제를 병행하여야 효과적이다. 물리적 방제로는 스팀 고열을 이용하여 빈대 서식 장소에 분사하고 오염된 직물(의류, 커튼, 침대 커버)은 건조기를 고온으로 돌려 소독해야 한다. 또 진공청소기를 이용하여 침대, 매트리스, 소파, 가구 등 빈대에 오염된 모든 장소를 청소하고, 진공 흡입물은 봉투에 밀봉하여 폐기해야 한다. 화학적 방제로 빈대 서식처를 확인한 후 환경부에서 허가한 살충제로 처리하는 것인데. 매트리스, 침대 프레임 등 직접 접촉 가능한 곳에는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빈대는 다른 질병을 옮기는 벌레는 아니지만 물리게 되면 통증이나 고열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여행 시 숙소를 체크하고 개인 침구류 사용, 여행 후 집으로 돌아올 때는 당시 입었던 의류를 모두 세탁하고, 가져갔던 물건들을 한 번씩 깨끗하게 소독해 주는 것이 좋다. 더불어 빈대는 주로 습하고 어두운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평소 실내 습도를 알맞게 조절하며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너무 춥거나 더운 날씨에서는 살아남지 못하기에 창문을 주기적으로 열어 집안을 환기하고 소독이 가능한 소품들은 말끔하게 닦아주어야 한다. 



이동주, 이채윤, 이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