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4 호 교권 시위, 교사들의 외침
교권 시위, 교사들의 외침
최근 서이초 사망 교사 사건, 양천구 초등 체육 교사 사망 사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이은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을 보면서 대부분 교사가 그들이 겪은 고통에 공감하며 시위에 나서고 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은 지난 7월 22일부터 매 주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으며, 사망한 교사의 49재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집회는 20만 명이 넘는 전국 교사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렇듯 교사들의 교권이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권 추락, 이유는?
교육부의 ‘교육활동 침해 현황’을 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4년간 전국 17개 시도에서 발생한 교육활동 침해 사례는 9163건이며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884건, 중학교 5079건, 고등학교 3131건, 특수학교 등 기타 69건이었다. 침해 주체가 학생인 경우가 8447건(92.2%)에 이르렀지만, 학부모 등 학생의 보호자가 교육활동을 침해한 사례도 716건(7.8%)이나 됐다.
▲학교급별 교육활동 학부모 침해 비율 (출처: 연합뉴스)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 등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가 전체 884건 중 298건(33.7%)에 이르렀다. 실제 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교권 침해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사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느끼는 대상'은 학부모(66.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2000년대 들어서 자녀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교권 침해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교권 침해는 2011년 3월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된 정부의 학생 체벌 금지 정책과도 연관이 있다. 교사의 체벌은 과거 수업을 방해하거나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불량 학생들을 제재하는 수단이 되어왔으나 체벌금지로 인해 교권 약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정부와 학교, 학부모들의 반응과 대응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용인에 위치한 모 고등학교 체육교사에 사망사건에 대해 정부는 정확한 사실확인을 위해 피해자가 근무한 학교를 중심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두 사건 모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이유와 원인이 밝혀졌으며, 교사를 향한 학부모의 갑질이 주된 이유였다.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의 경우 검찰은 가해자로 거론되는 학부모들을 고발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어 조희연(서울시 교육감)은 지난 7월 20일 위와 같은 사건에 대해서 “아픈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함과 동시에 서울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위 두 사건에 대해 학교측에서는 모두 회피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망한 서이초 교사가 맡은 업무(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가 '본인이 희망한 업무'라고 학교측은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로 이 업무는 학교에서는 교사들에게 기피시되는 업무였다. 또한 학부모의 갑질 여부에 대해서도 학교측에서 공개한 입장문에 따르면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이어 용인에 위치한 모 고등학교 체육교사 사망에 대해서는 아직 학교의 정확한 위치와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에 대해 같은 학교 학부모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학부모 측은 2023년 종업식 날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쓴 손편지를 공개했다. 편지는 2023년 2월 10일에 작성된 것으로, 학기를 마무리하며 1년 동안 가르쳤던 27명 아이들과의 추억과 소회를 밝혔으며 언제 어디서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며 바라며 모든 가정에 행복과 평안이 가득 넘치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되었다. 학부모들의 증언과 편지를 통해 생전에 고인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교육인이었음이 밝혀져 젊고 열정적이었던 교사의 비극적인 죽음에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다.
교권단체들의 시위 현황
▲교권단체 시위 현장 (출처: https://www.tam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1391)
2023년 9월 4일, 전국 다수의 교사들이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피해 교사의 49재 추모식에 맞추어 추모함과 동시에, 국회와 교육 당국에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일시에 연가, 병가, 공가 등을 사용함으로써 출근하지 않은 날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시위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몇몇 교육부, 교육감 측에서는 입장이 갈리기도 하나 시위 참여에 대해서 자제해 달라는 입장을 비쳤지만, 현재 여론은 교권 향상에 대해서 초점이 맞추어진 상황이고, 교사 당사자들의 권리와 직결되어있는 문제인 만큼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교권단체들의 시위, 특이점?
▲교권단체 시위 현장 질서 (출처:https://www.dailian.co.kr/news/view/1270398/ )
교사들은 학생 인권 보호 향상 이후로 일부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또한, 여러 민원과 사생활 침해 등 극성 학부모들로 고통받는 사례들까지 더해져 교권 침해 및 추락에 대해서 지속해서 논의가 오가고 있었다. 다만, 이번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기점으로 여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교사의 권리를 지켜달라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모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다른 시위들과 다른 특이사항은 여타 시위들에 비해서 굉장히 정돈되고 질서 있게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시위 구성원 내에서 스스로 질서 정돈을 하는 사람을 뽑아 체계적으로 시위를 관리하였으며, 참여자들도 오와 열을 맞추어 자리를 지키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 자칫하면 행렬이 흐트러지기 쉬웠지만 금방 질서를 찾았다. 시위 참여자들은 대개 사건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교사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은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질서정연하게 진행되는 그들의 시위에서 간절함과 진정성이 더욱 돋보였다.
향후, 양 측을 서로 존중하는 학교 문화 기대
학생 인권이 향상된 오늘에서 교권 역시 발맞추어 향상될 수 있는 방향의 제도와 법의 필요성이 충분해 보인다. 물론 과거처럼 폭력과 억압으로 물든 학창 생활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권리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만, 더 이상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교사들이 없도록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적 대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통해 많은 학부모들이 교사에 대한 태도나 생각에 대해서 다시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윤정원 기자, 곽민진 기자, 김종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