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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10 호 [사설] 가상공간과 실제공간

  • 작성일 202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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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7222
김지현

가상공간과 실제공간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사상 초유의 코로나 19 대유행은 우리의 생활환경을 크게 변화시켜 왔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화로 말미암아 언택트(untact)라는 새로운 생활문화가 발달하여 왔고, 이로 인하여 소위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들만의 전유물로 간주되어 왔던 디지털 환경에서의 원격 수업과 원격 활동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익숙하게 다가왔다. 


  이러한 디지털 공간에서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에 의한 몰입감이 필요하다. 가상의 상황에서도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기 위해서는 몰입감을 현실화하여야 한다. 가상현실에서 사용하는 입체감이나 후각, 촉각 등을 활용한 4D 체험 등이 이러한 몰입감을 향상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몰입감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가상공간이 실제 공간과 거의 비슷하게 실현되어야 한다. 실제 공간과 똑같은 환경을 디지털 공간에서 재현하는 것을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 한다. 디지털 트윈이란 말 그대로 디지털 환경에서 실제와 똑같은 쌍둥이를 재현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디지털 트윈을 이용하면 실제 공간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설정하고 이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건물을 건설할 때 주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지역에 신도시나 주거단지를 입지하면 주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트윈 기술은 국토 공간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모의실험을 통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가 디지털 공간에 잘 적응하기 위한 두 번째 기술은 디지털 공간에서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사람들 상호 간에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상의 공간과 실제 공간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실제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어떠한 활동을 함으로써 유대감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학교에서의 수업도 교수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수업내용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유대감이 형성되며, 이는 수업의 효과를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경우에도 실제 경기장에서 같은 팀을 응원하는 과정에서 관람객들은 유대감을 형성하며, 스포츠 경기를 더욱 즐길 수 있다. 언택트를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이러한 유대감 형성은 쉽지 않은 기술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공간에서도 SNS와 같은 매체를 이용하여 사용자 간의 유대감 형성이 이루어져 왔으며, 최근 등장한 메타버스 기술은 이러한 유대감을 보다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메타버스를 통하여 가상의 공간에서 우리는 각자의 아바타를 만들고, 이를 통하여 서로 소통하고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디지털 환경에서도 우리는 실제 환경과 유사하게 일상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술들이 발달하였고, 우리는 최근 3년간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여 언택드 시대에서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생활할 수 있었다.


  이제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지금에서 앞으로의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지난 3년간 언택드 시대에서 경험하였던 디지털 환경에서의 생활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반강제적으로 경험하였던 디지털 환경이 아닌, 우리의 선택에 의하여 디지털 공간에서 생활할 것이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시간적 경제적으로 직접 만나지 못할 경우에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의사소통이 생활화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우리가 가상공간에서 활동한다는 점을 잊어버릴 정도로 몰입감과 참여도를 향상시킬 것이다. 


  그렇지만 디지털 공간이 실제 공간에서의 생활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학교에서 원격수업보다는 대면 수업에 익숙해져 있으며, 스포츠 경기 역시 현장에서 직접 관람하여야 더욱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생활이 실제 공간에서 구현되기 어려울 상황에서 이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디지털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앞으로 생활하게 될 공간은 무궁무진하다. 코로나로 인한 지역의 봉쇄도 점차 풀리는 지금, 이제는 실제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떨까? 이제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여행을 통해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직접 하기를 바란다. 경제적 시간적으로 이러한 활동이 어렵다면 디지털 공간이라는 대안도 있다. 디지털 공간의 등장으로 우리의 선택지는 더욱 넓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