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6 호 [교수사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으니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최근에는 쉽게 할 수 없게 되었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아진 세상 탓이다. 책 읽고 토론하는 수업 시간에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간다”와 관련한 말을 한 학생에게 설혹 그렇더라도 일본의 경기가 회복되는 것을 보면 희망을 가질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하자 ‘그 잃어버린 20년 동안’이 바로 자신들이 생산 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하였다. 언제나 어느 시대나 장밋빛 인생이 마냥 기다리지는 않지만, 지금의 우리 학생들은 더 열악한 상황에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직시한 순간이었다.
현실이 얼마나 팍팍한지를 알 수 있는 수치가 있다. 올 9월쯤에 여러 뉴스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도하였다. 올해 대졸 신규채용 예상 경쟁률은 평균 81 대 1이라고 하였고, 작년에는 77 대 1이었다고 하였다. 학생들에게 어떤 준비를 해서 어떻게 취업하라고 해야 할지 대략 난감하다. 이렇게 현실이 팍팍하다.
그럼 어떡해야 할까? 현실이 팍팍하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을까? 팍팍한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팍팍한 세상이니 도전도 해 보지 않는 인생을 선택할 것인지, 팍팍한 세상이지만 원하는 목표를 세워서 도전하는 인생을 선택할 것인지를 자신에게 물어보았으면 한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자기 마음속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으면 한다. ‘나는 무엇을 왜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고 자신의 목표를 세워 보기를 권한다. 마음속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잘 관찰하고 살펴보라는 의미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를 찾기 어려우면 학교에서 제공하는 진로 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자신의 목표를 세웠으면 실천하기를 주저하지 말고 그 과정에서 작은 성취를 맛보았으면 한다. 목표는 멀리 내다보며 장기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위해 나는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겼으면 한다. 그러나 처음 부터 너무 큰 목표를 설정하면 실패의 가능성이 많아 쉽게 포기하게 된다. 눈앞의 목표를 작은 것으로 세우고, 그 하나를 성취하기 위한 노력을 해 보았으면 한다. 성공의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달콤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실패를 연속으로 경험하다 보면 잘하는 사람도 자신의 능력에 대해 회의감이 생기고,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도전을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작은 성취라도 이루어 성취감을 맛본 사람은 다음을 생각하고 또 도전할 수 있는 내적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누구나 언제든지 실패할 수 있다. 실패를 겪으면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다음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우선은 실패를 겪으며 생기는 좌절감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음이 힘들면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위로를 받고 또 힘을 내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대학 학생상담센터에서 매년 하는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를 친구나 어머니와 많이 상의한다고 한다. 누구와 상의하고 위로를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누군가와 상의하고 위로받는 그 자체는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터놓을 사람이 없다면 학교의 학생상담센터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말해 주고 싶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받으면서 나아가야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가능성을 많이 보았다. 아니 나보다 세상을 더 잘 알고 현명하게 생각할 줄 아는 학생들을 보면서 그들이 잘해 나갈 것임을 믿게 되었다. 다만 학생들이 만만하지 않은 세상에 휘둘려 너무 많이 휘청대지 않고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너무나 당연한 몇 가지를 제시해 보았다. 더 팍팍해진 삶 속에, 더 치열해진 경쟁 속에 던져진 우리 학생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응원한다는 말과 함께.
계당교양교욱원 전영옥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