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5 호 [영화로 세상 보기] 전쟁 속 생존의 이야기, 영화 <덩케르크>
[영화로 세상 보기] 전쟁 속 생존의 이야기, 영화 <덩케르크>
▲ 영화 덩케르크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때는 1940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시기. 당시 서부전선에서는 독일군의 강력한 공세에 의해 결국 프랑스가 점령당하고 만다. 미처 철수하지 못한 프랑스 주둔 영국군은 본국인 영국으로 철수하기 위해 유일하게 점령되지 않은 해안지대인 "덩케르크"를 거점으로 철수하는 역사적 사실인 ‘덩케르크 철수작전(Dunkirk evacuation, Operation Dynamo)”을 담은 영화이다.
영화는 총 3개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동시다발적인 사건을 다룬다. 육군 토미(핀 화이트헤드)가 덩케르크 해변에서 일주일 동안 고립되며 겪는 사건을 기준으로, 군인들의 귀환을 도울 민간 선박 모집에 자진해서 출항하는 도슨(마크 라이언스)의 하루, 상공에서 적군 폭격기를 격추하는 공군 파리어(톰 하디)의 한 시간이 교차한다. 영화는 바다 위, 민간 선박, 상공에서의 사건을 번갈아 보여주며 전쟁이 가지는 혼란스러움과 긴박함을 표현한다.
실제 역사에서의 덩케르크 철수작전은 연합군의 오판으로 인하여 일어난 굴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철수를 왜 하겠는가? 바로 전쟁 판도에서 불리해졌기 때문에 철수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전이 있었기에 영국군은 재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영국 국민들의 사기도 높아질 수 있었다. 오히려 이 작전이 실패했다면 영국군의 전사자가 실제 역사보다 2배로 늘어났을 것이고, 영국은 완전히 몰락했을 것이다.
전쟁에서의 후퇴란 일반적으로 굴욕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전투에서 패배하여 전쟁 판도에서 불리해졌기 때문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퇴는 전쟁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불가피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병력의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고 보존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있는 것은 살아야 한다는 ‘인간 생존에 대한 본능’이다. 그리고 사람을 구하는데 영화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대 전쟁영화라면 흔히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 같은 처참한 스펙터클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덩케르크”에는 독일군이 등장하지 않을뿐더러 유혈이 낭자하는 잔혹한 전장 묘사 또한 없다. 전쟁 속에서의 동료를 위한 희생과 공동체를 위한 헌신을 강조할 뿐이다.
이 영화의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전쟁영화가 아니라고 말할 정도로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던져진 인간과 생존 욕구에 대한 처절한 심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내밀하고 섬세하게 그린 심리극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의지를 클로즈업한 반면 전쟁의 풍경은 가장 멀리서 망원경으로 바라보듯 조망한 것이 이 영화가 다른 전쟁 영화와 다른 지점이다. 전쟁보다는 전쟁 속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속에서도 인간성을 놓치지 않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장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