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9 호 격리 없는 여행, 트래블 버블
▲ 트래블 버블 (출처 : 시빅뉴스) 트래블 버블의 시작 전 세계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트래블 버블 협약이 체결되고 있다. 트래블 버블이란 거품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되, 외부와 접촉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나온 표현으로 코로나 19 방역이 우수한 지역 간에 안전 막을 형성하여 국가 간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을 말한다. 이 협약이 체결되면 해외 입국자들에게 2주간의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등 입국 제한조치가 완화된다. 현재 사이판, 싱가포르 등과 트래블 버블 협정을 체결했으며, 이로 인해 여행사와 항공업계 내 여객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방역신뢰 국가와의 협의를 거쳐 여행 안전권 역을 합의한 후 방역상황을 고려해 계속해서 트래블 버블을 시행할 계획이다. 자가격리 없이 여행 가능한 나라는 어디? 우리나라와 출입국시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트래블 버블을 체결한 지역은 현재 미국의 사이판과 싱가포르 두 곳이다. 사이판과는 6월, 싱가포르와는 11월부터 트래블 버블을 체결하여 관광객을 받고 있으며, 차기 트래블 버블 대상지로 대만, 호주, 태국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트래블 버블 지역은 아니지만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면 자가격리 없이 여행객을 맞이하는 나라들도 있다. 괌, 하와이를 포함한 미국, 캐나다를 시작으로, 유럽에는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의 나라들이, 아시아에는 몰디브, 두바이, 태국, 베트남의 푸꾸억, 인도네시아의 발리, 빈탄섬, 바탐섬 등이 조건적으로 자가격리 없이 여행이 가능하다. 여행 추천지 프랑스 유럽 서부에 위치한 프랑스는 전통적인 문화 강국 중 하나이다.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는 유럽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다. 파리에는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개선문, 오르세 미술관, 바스티유 광장 등 문화와 역사를 상징하는 다양한 볼거리가 즐비하다. 파리 외에도 브리타니, 보르도, 니스, 마르세유, 스트라스부르 등이 프랑스 유명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 ▲에펠탑과 개선문(출처:네이버) 태국 태국은 동남아시아 중심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11월부터 3월 사이 따뜻한 여행이 가능하다. 태국의 수도인 ‘방콕’에는 태국의 역대 왕들이 공식적으로 거주하던 공간인 ‘방콕 왕궁’이 대표적인 여행지로 존재한다. 이 외에도 왓 포, 왓 아룬, 에메랄드 사원 같은 불교 사원들이 관광 명소로 꼽히고 있다. 태국은 방콕 외에도 푸껫, 치앙마이, 코사무이, 파타야 등 많은 휴양지와 여행지가 있다. ▲방콕 왕궁과 왓 아룬(출처:네이버) 싱가포르 말레이 반도 남쪽 끝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자연 보전이 잘 되어 있어 도심에서도 높은 녹지율을 보여주는 동시에 고층 빌딩의 스카이라인과 휴양지로 개발된 섬들과 어울러 멋진 야경과 조경이 특징이다. 싱가포르의 관광 명소로는 가든즈 바이 더 베이, 싱가포르 동물원, 싱가포르 식물원, 오차드 로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싱가포르, 차이나타운 등이 있다. ▲가든즈 바이 더 베이, 싱가포르 식물원(출처:네이버) 코로나19 상황 속 여행 시 참고사항 해외여행 규제가 점점 완화되다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출몰 후 다시 강화되고 있다. 영국은 입국자에게 자가격리 의무화를 부활시켰고, 우리나라도 12월 3일(금)부터 12월 16일(목)까지 트래블 버블을 체결한 사이판, 싱가포르를 제외한 나라의 입국자는 자가격리를 시행한다. 국가별로 요건이 다르니 여행 전에 여행할 국가의 요건에 대해 알아보아야 하는데, 프랑스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백신 접종자는 프랑스 입국 시 격리 및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지 않지만 한국 귀국 시에는 10일 동안 격리가 필요하다. 비상시기에 최우선 사항은 안전이다.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여행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으나, 만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여행 요건들에 대해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므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여행 중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다녀온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하며 발열 또는 기침 등과 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또한, 익힌 음식을 섭취해야 하며 동물을 거래하는 시장의 방문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외에도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를 통해 여행을 가고자 하는 국가의 코로나 정책을 확인하고 대사관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김효정, 신범상, 정소영 기자
제 699 호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패러디와 오마주
유쾌함과 날카로운 비판을 겸비한 정치 풍자 패러디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의 유세가 열띤 가운데 후보자들이 일제히 정치 풍자 패러디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SNL 코리아의 주기자가 간다에 직접 출연했다. 이들은 2030 세대를 대변하는 사회 초년생 캐릭터 주현영 인턴 기자와 만나 가감 없는 인터뷰를 나누었다. 지난 대선에서도 ‘프로듀스 101’과 ‘미운우리새끼’ 프로그램을 융합한 형식의 정치 풍자 패러디가 흥했었다. 특정 정치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들은 대선 후보의 특징과 이름을 패러디 하며 날 선 선거전에 여유와 유쾌함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러한 정치 풍자 패러디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이자 청년세대의 관심과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회의 발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후보라는 포용력 있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에 대선 후보들도 이를 선거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정치 풍자 패러디를 적극 활용하려는 추세와 달리 정치 풍자 프로그램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 지상파에서 방송되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정치권력의 기분을 살펴야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규제를 받기도하며 정치 풍자 패러디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또한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2000년대 이후 정치적 입장이 다양해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이 대체재로 등장하며 정치 풍자 코미디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케이블 방송국인 tvN에서 처음 방영된 SNL 코리아는 지상파 코미디의 한계를 깨부수며 정치 풍자를 이어나갔다. 현재 SNL코리아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OTT 플랫폼으로 그 거처를 옮겨갔지만 여전히 정치권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SNL 코리아는 올 10월 초 세계적인 화제였던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를 하며 “첫 번째 게임은 증세(增稅)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다주택자는 탈락입니다”, “두 번째 게임은 집값 올리기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무주택자는 탈락입니다,” “세 번째 게임은 사회적 거리 두기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는 탈락입니다,” “네 번째 게임은 물가 인상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서민들은 탈락입니다.” 등과 같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같은 듯 다른 패러디, 오마주 그리고 표절의 의미 패러디는 기존에 존재하는 창작물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패러디와 오마주는 무엇이 다를까? 이런 패러디, 오마주 작품에 저작권법상의 문제는 없는 것일까?같은 듯 다른 패러디와 오마주, 그리고 표절의 정의와 함께 알아보자. 패러디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문제를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수법 또는 그런 작품이다. 패러디는 패러디에 이용된 원작 자체를 풍자하는 직접적 패러디, 원작을 이용하지만 풍자할 대상이 원작 그 자체가 아닌 원작 이외의 다른 사회적 현상 또는 현실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매개적 패러디가 있다. 원칙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하고 변형을 가할 때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하지만 패러디를 할 때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히 해치지 않는다면 저작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패러디가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원저작물을 비평하거나 풍자할 목적인 직접적 패러디라면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단순히 흥미를 유발하고 희화화할 목적이라면 모방에 더욱 가깝기 때문에 공정이용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따라서 특정 원작 자체를 비평하고 풍자하는 것이 아닌 특정 정치인이나 사회 현실을 비판할 목적의 매개적 패러디는 국내 저작권법상 허용되는 패러디라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패러디는 우리의 삶과 문화생활을 더욱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어주기에 어느 정도 허용될 필요가 존재하며, 이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견해도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패러디와 같은 듯 다른 오마주란, 특정 작품의 작가나 작품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해당 작품의 주요 장면 및 대사를 자신의 작품에 인용하는 것을 말한다. 오마주 하는 자는 자신의 작품에 타인의 작품 일부를 포함시키거나 또는 표현 방식을 따라하므로 원작자가 표절 등의 논란을 제기하기도 한다. 패러디에 비해 오마주는 표절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여 저작권 침해의 책임으로부터 탈출하기 더욱 어렵기 때문에 침해에 대한 책임 가능성 또한 높다. 비록 오마주를 하는 이유가 존경심을 표하기 위한 악의 없는 마음일지라도 표절 및 저작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사전에 원작자의 허락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마지막으로 표절이란 타인의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마치 자신이 창작한 것처럼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표절은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저작권 침해와 유사성이 있지만 표절이 곧 저작권 침해인 것은 아니다. 저작권 침해를 판단할 때 침해한 저작물이 원 저작물을 바탕으로 창작했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하며 두 저작물 사이에 동일한 창작적 표현과 실질적 유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저작권 침해 성립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작권법상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아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표절했을 경우,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만료 저작물을 표절했다면 저작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고 단지 표절에만 해당한다. 표절이 법률적인 용어는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저작권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윤리적인 개념으로써 도덕적 비난 가능성을 품고 있다. 패러디와 오마주, 표절은 구분할 수 있을까? 패러디와 오마주, 표절은 의미로는 차이가 극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작품을 보면 이 작품이 패러디나 오마주인지, 표절인지 완벽하게 구분하기는 힘든 일이다. 한때 “패러디는 앜ㅋㅋㅋㅋ이겈ㅋㅋㅋ, 오마주는 오...이거...!!, 표절은 어...?이거...?”라는 글이 SNS에 떠돈 적이 있다. 패러디, 오마주, 표절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공감이 가는 문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들을 구분할 수 있을까? 앞서 봤듯이 오마주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인용하는 것이고, 패러디는 익살과 풍자적 재해석을 담아 독창성과 함께 인용한 것으로 패러디와 오마주의 사이의 차이는 비교적 극명하다. 패러디로 유명한 <무서운 영화> 시리즈와 영화 <써니>에 등장한 오마주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분명하다. <무서운 영화>에는 스크림이나 주온 등 공포의 명대사로 꼽혔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공포감은 커녕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기존 작품에 독창성을 담아 익살스럽게 인용한 패러디의 모습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써니>에서 영화 <라붐>의 일명 ‘헤드셋 장면’을 인용한 장면을 보면 다소 코믹스러운 연출로 기존 작품과 연출은 다르지만 작품에 대한 다른 재해석은 담기지 않은 오마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서운 영화 4 포스터(출처:네이버 영화) ▲<써니>에서 <라붐> 오마주한 장면(출처: 영화 <써니>) 어느 정도 구분 가능한 패러디와 오마주와 달리, 오마주와 표절은 구분하기 힘들다. 특히 민감한 문제임에도 법률로 그 경계를 명확히 구분해놓지 않았기에 표절을 해놓고 문제가 되면 오마주라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이다. 때문에 이 둘의 구분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많지만 크게 두가지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는 원작자의 인정 여부이다. 사전에 원작자의 허락을 받거나 작품이 완성된 후에도 원작자의 인정이 있다면 표절이 아닌 오마주이다. 또 다른 방법은 완성도이다. 오마주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인용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장면을 공들여 제작하는 건 당연하다. 공들여 제작한 오마주 장면은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완성도가 높지 않고 조악하거나 겹쳐 보이는 정도를 넘어 그대로 가져왔다면 표절일 확률이 높다. 이러한 방법에 따른 표절과 오마주의 구분은 대표적으로 오마주가 많기로 유명한 영화 <킬 빌>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이 영화의 감독 타란티노는 자신이 여태껏 봤던 B급 액션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로 영화를 가득 채웠는데 특히 <죽음의 다섯 손가락>이라는 영화의 감독을 직접 찾아가 잔인한 연출이나 음악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수많은 장면을 인용하고 변형시켰음에도 높은 퀄리티를 인정받아 다른 작품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이렇게 <킬 빌>은 오마주와 표절을 구분하는 두 가지 방법에 부합하였고 표절이 아닌 오마주로 인정받았다. 표절과는 한 끗 차이, 올바른 개인의 인식 필수 영화, 광고뿐만이 아니라 패러디와 오마주는 이제 생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패러디와 오마주의 사용빈도가 늘고 있는 이유는 패러디와 오마주의 효과 때문이다. 패러디와 오마주의 전제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이다. 이런 익숙함이 보이면 우선 사람들은 한 번 다시 보게 된다. 즉, 익숙함을 이용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다. 그 후, 패러디나 오마주 특유의 익살스러움이나 새로움을 보여주면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효과적인 패러디나 오마주는 마케팅 영역에서 주로 쓰이며 학생들의 경우, 창작과제나 자신들의 활동 홍보를 할 때 종종 사용한다. 패러디와 오마주를 활용할 때 학생들은 표절에 주의해야 한다. 창작물은 창작자에게 있어 오랜 시간 공들인 자신만의 작품이자 창작자로서의 권리를 행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이다. 표절은 이러한 창작물을 빼앗는 행위로 저작권 침해와는 달리 법적으로 명확한 처벌이나 그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표절의 가장 큰 문제점이 되고 있다. 법적 명시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표절은 갈수록 그 빈도가 높아지고 방법도 교묘해지고 있으며 창작자들은 표절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표절은 단순한 법률의 영역을 넘어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영역에서의 문제이다. 개인의 도덕심에 따라 지켜야 할 문제로 표절을 인용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표절인지 아닌지 완전한 구분은 힘들다.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리는 것이 표절이기에 표절을 오마주라고 자기합리화해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표절에 대한 인식을 하고 엄격한 기준을 세워 항상 경계하는 태도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학교에서도 표절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저작권과 더불어 표절에 대한 교육을 하고 표절과 관련된 윤리 양심이 형성될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아이디어가 하나의 재산이 되고 능력이 되는 세상에서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필수이다. 패러디와 오마주, 표절에 대한 올바른 개인의 인식이 있을 때 패러디와 오마주는 비로소 의도대로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것이다. 이은영, 정유빈 기자
제 698 호 우리는 지금, 상상이 실현되는 ‘메타버스’ 열풍
메타버스 열풍, 페이스북을 흔들다 최근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추세 가속화로 메타버스가 점차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를 향한 사람들의 많은 관심에 따라 지난 10월 28일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회사를 소셜 미디어 업체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실적 발표 현장에서 메타버스 사업과 관련해 “당사는 메타버스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 몇 년에 걸쳐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며 “다음 세대의 온라인 기반의 사회 활동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사업 진출은 지난 2014년 가상현실 헤드셋, 게임 업체인 오큘러스를 20억 달러(2조 3천 308억 원)에 인수하며 시작됐다. 회사명을 ‘메타’로 변경하였는데,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은 소셜 미디어 영역을 넘어 새로운 세계에서 성장해 나가겠다는 회사의 야심을 반영한다. 이어 10월 31일에는 ‘메타’(구 페이스북)가 몰입형 VR 피트니스 애플리케이션 ‘슈퍼내추럴(Supernatural)’의 개발 업체인 ‘위딘’을 인수함을 밝혔다. 피트니스 부분은 마크 저커버그(메타 CEO)가 메타버스 적용 분야로 비디오게임, 업무 등과 함께 언급한 분야이며 ‘위딘’이 발명한 ‘슈퍼내추럴’은 바다와 사막 등 다양한 VR 환경 속에서 이용자들이 직접 여러 색의 구슬을 맞춰 격파하는 피트니스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는 메타의 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헤드셋을 착용하고 이용할 수 있다. 인수 소식에 위딘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밀크는 “위딘이 메타의 VR, AR 전담 사업 부문인 ‘리얼리티 랩’의 산하 기관으로 들어가면서 더 풍부한 소셜 경험 등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처럼 메타가 ‘위딘’ 과 같은 VR 스튜디오를 인수하며 더욱 다양한 리소스에 접근 가능하게 될 전망을 보이고 있으며, 메타와 같은 기업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와 NFT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은 인터넷 기업, 게임사, 통신사 기업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목받는 가상세계 플랫폼,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공간에서 사용자들이 게임을 하거나 업무와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메타버스는 포켓몬고와 같은 증강현실, 웨어러블 및 나이키플러스와 같은 라이프로깅, 구글어스와 같은 거울세계, 제페토와 같은 가상세계의 4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컴퓨터와 콘솔게임으로 모니터를 보며 즐기던 2차원 게임 방식에서 3차원 체험형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확장현실로 형태가 급속도로 진화 중인 플랫폼으로, 이는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일선 기업과 산업 현장에도 적용되어 메타버스를 이용해 설계와 공정 작업 등 현장에서 보다 입체적이고 정밀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작권 분쟁발생 가능성, 콘텐츠 기업과의 협상력 불균형 및 갈등 등의 문제로 발생하는 피해는 이용자가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아직 메타버스의 한계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인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 메타버스는 사회적 연결 수단으로까지 그 기능을 확장하게 되었고, 가상의 공간에서나마 연대감을 쌓고 소속감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PwC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2019년 455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4764억으로, 2030년에는 1조542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온라인 행사에서 새로운 사명과 로고를 공개하는 모습(출처: 조선비즈) ▲ 가상세계 플랫폼, 메타버스(출처: 제페토) 메타버스, 어디서 만나볼 수 있을까 2018년 창업 이후, 올해 가입자가 2억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가상세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제페토’ 역시 메타버스 프로그램이다. 제페토에서 아바타는 나를 대신하며, 본인 사진을 토대로 아바타를 만들어 친구들과 소통하고 각종 소비,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다. 또한 제페토는 디즈니, 라인프렌즈, 유니버설픽처스, 산리오 등의 글로벌 캐릭터 지식재산권과 제휴를 맺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BGF리테일리를 운영하는 편의점 CU에서 'CU제페토 한강공원점'을 가상세계에 입점했을 만큼 제페토는 현재 많은 기업에서 시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국내 기업 네이버도 ‘로블록스’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인 ‘제페토’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자회사 ‘라인’을 통해 NFT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한, 카카오와 넷마블 역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넷마블의 개발자회사인 넷마블에프앤씨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며 글로벌 버츄얼 아이돌 사업 같은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에 함께 나서기로 하였다.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IT 기업은 이미 전부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메타버스 열풍이 비단 IT 업계에만 이는 것은 아니다. 최근 롯데 백화점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하반기 채용 설명회’를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대면 채용 설명회로 진행하여 채용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대학가에서는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사업 메타버스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학생들의 창의성을 메타버스와 같은 신기술을 활용해 구현할 수 있도록 활발한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 대학 역시 지능형로봇 분야 혁신공유대학사업을 통해 텔레프레즌스/ 메타버스 강의실 구축을 통한 공유대학 간 연계수업 운영 등을 계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 신입생 환영회와 축제, 졸업식, 취업 박람회, 신입사원 교육, 대회 시상식 등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 역시 메타버스의 영역으로 융합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기관들이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선보이며 더욱 현실에 가까워진 메타버스를 실감하게 했다. 차세대를 선도하는 메타버스 메타가 기존 SNS 소셜 미디어 기업의 이미지보다는 메타버스 기업 이미지로 각인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보이며 사명을 전환하고 공식화한 만큼 앞으로 메타뿐만 아니라 다양한 IT기업이 VR·AR 기업들에 대한 투자 및 인수 행보 또한 더욱 활발히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현재 빠르게 변화하며 가속화되는 디지털 부문에서 메타버스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차세대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창작자의 상상력을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현실과 창작자가 설정한 가상 세계를 혼동할 정도로 소비자들을 몰입하게 하는 것이 메타버스의 핵심 기능이기 때문에 메타버스는 소비자가 얼마나 해당 가상 세계에 몰입하고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지가 관건 요소로 꼽힌다. 이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하부 IT 인프라의 성능과 규제가 막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것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거대 IT 기업들이 독점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제작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기업들은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연결, 창조, 확장, 체험과 새로운 가능성을 주도할 수 있다는 메타버스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앞으로 기업들이 제작한 메타버스를 통해 기존에 없던 다양한 세계가 탄생될 것이고, 메타버스 간의 연동으로 더욱 크고 확장된 우주속의 우주, 우주들의 우주가 제작될 것이다. 이처럼 오픈 메타버스를 일상에 표준화하기 위한 노력이 예측된다. 그러므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서비스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현실 세계에 사용되고 있는 서비스들과 융합되어 이를 통해 소비자의 더욱 풍부한 경험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정소영 기자, 이규원 기자
제 698 호 오징어 게임, 현대사회의 구조적 이면을 그리다
▲ 오징어 게임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빈부격차, 한국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문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대기업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된 이후 빈번히 사업에 실패하며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주인공 기훈은 우연히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총 456명이 참여하는 오징어 게임에서는 참가자 한 명이 탈락할 때마다 우승상금이 1억씩 증액된다. 문제는 참가자의 탈락이 곧바로 죽음으로 직결된다는 것인데, 기훈과 상황이 다르지 않은 참가자들은 우승상금을 위해 그 사실을 외면하고 게임을 지속한다. 돈이 사람의 목숨을 이겨버린 것이다. 이처럼 영화 오징어 게임은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를 조명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낙오된 참가자들이 머무는 공간을 마치 상품 진열대처럼 조성한다. 반면 ‘부’를 특권으로 한 VIP들은 이질적인 공간에서 게임을 관전한다. 참가자 456명은 줄다리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처럼 아이들이나 하는 게임을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순간의 기지를 발휘하지 못하면 바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곧바로 도태되는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 체제와 다르지 않다. 이런 빈부격차, 계급론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세계 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미국 상위 1%가 미국 전체 부의 34.9%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50%는 전체 부 점유율이 1.5%에 불과하다. 또한 코로나 19 펜데믹이 세계 경제를 강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격차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 어떻게 대중에 소구되었나? 오징어 게임 흥행 성공의 원인이 ‘기생충’ 흥행 성공의 원인과 맥을 함께 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기생충 역시 한국사회의 빈부격차를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는 영화다. 주인공 기택의 가족은 모두 반지하에 사는 백수로 가난을 상징하고, 이들이 철저한 계획 아래 접근하는 박 사장의 가족들은 부를 상징한다. 기택의 가족은 끊임없이 하류층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무산이 되는데, 이는 계층이동이 쉽지 않은 현실을 메타포하고 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다. 개인의 행동으로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삶도 팍팍하고 힘든 와중에 눈에 보이지도 않을 변화를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혹은 적극적으로 해결을 위해 봉사나 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사회 현실이 바뀌지 않는 것을 보며 좌절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사회를 바꿀 힘이 없는 ‘개인’은 사회의 부조리를 목격하고도 마음이 불편할 뿐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영화마저 가혹한 삶의 현실을 보여주고 사회를 비판한다면, 사람들은 그 영화를 외면할 것이다. 그러나 그 영화가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와 한 발짝 떨어진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관조적인 태도로 사회현실을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헝거게임’ 역시 빈부격차와 사회 구조적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영화의 배경이 판타지 사회였으므로, 사람들은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 목격자로서 비판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 역시 외국 사람들에게는 낯선 ‘한국’의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영화를 보며 목격자로서 사회 문제를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 두 영화의 흥행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의 흥행 원인을 사회구조적 문제와 관련된 사람들의 심리에서만 찾기에는 영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장치가 매우 탄탄하다. 우선 오징어 게임은 기존의 다른 사회 고발 미디어 콘텐츠와 달리 ‘동화적 요소’를 도입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영화에는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라는 무거운 주제와 대조되는 알록달록한 공간, 어린 아이들이나 할 법한 유치한 게임 등 이질적인 요소가 많이 사용되었다. 외국에서 오락성을 띤 영화는 대개 상업적 장르로서 무거운 사회 현실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과는 대비된다.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영화는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만 한 명작’이라는 외국의 인식을 고려한다면, 오징어 게임은 가히 혁신적이다. 외신에서 오징어 게임은 상업성과 오락성을 갖춘 장르물인 동시에 탄탄한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에 휴머니즘과 감동적인 스토리가 어우러진 것도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참신하게 느껴지는 요소이다. 신파로 통용되는 전개를 한국에서는 이미 진부하다고 생각하지만, 외국에서는 신선하고 창의적이라는 반응이다. 독보적인 음악 구성 또한 영화 전체의 기이한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사회 부조리 고발에 기여한다. 돈이 목숨보다 절박한 참가자들의 게임 장면에는 왈츠가 자주 등장한다. 보통 왈츠는 평화로운 세상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선율에 매혹되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세계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곳으로 왈츠와는 괴리가 있다. 이러한 괴리감은 모순적이게도 장면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며, 시청자의 흥미를 자아낸다. 특히 게임 참가자들이 식사 시간에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 가면을 쓴 상류층이 참가자의 목숨에 베팅하는 장면에서 사용된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2악장’은 현실의 부조리함을 일깨워주는 데 기여한다. 오징어 게임의 막을 여는 곡이자 영화를 대표하는 ‘Way back then’은 강렬한 리코더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학창 시절에 배웠을 리코더는 그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지만, 과거의 기억은 퇴색된 채 서로를 짓밟고 살아남고자 애쓰는 참가자들의 처절함은 괴리감을 자아내고 오히려 리코더 소리는 기이하게 들린다. 오징어 게임의 미술성 역시 극찬을 받고 있다. 독창적인 세트와 컬러풀하고 풍부한 오브제를 갖춘 세트는 세계의 호평을 받았다. 계단과 사다리로 구성된 참가자들의 숙소, 게임장으로 이동할 때 거치는 미로, 복도의 복잡한 계단 등은 살기 위해서는 위로 올라가야 하는 경쟁 사회를 상징하고 있다. 또한 다양하고 산뜻한 색감의 게임장과는 달리 바깥의 현실은 일상을 반영하듯 무채색으로 표현해 대비를 이룬 점은 작품의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컴퓨터그래픽을 최소화한 대규모 게임 세트장을 통해 현실감과 위압감을 전달해준다. 이외에도 영화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단순한 놀이를 넘어 다양한 밈이 되었다는 점 역시 흥행의 원인이다. 오늘날의 밈은 주로 인터넷과 SNS 사이에 유행하는 짧은 인기 콘텐츠에 활용되며 문화적 모방력, 파급력, 전파력이 강하다. 어떻게 보면 오징어 게임이 단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바로 ‘밈’인 것이다. 오징어 게임,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이처럼 오징어 게임의 제작 의도는 ‘자본주의 사회 고발’이지만,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오징어 게임은 동화적 요소를 통해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점을 두었지만, 사실 극의 전개나 등장인물의 성격은 여전히 진부하다. 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통 받는 계층의 모습을 그리고 있음에도 기득권의 시선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극 중 ‘한미녀’라는 인물은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성’을 무기로 삼는다. 자신의 판단 하에 가장 강하다고 생각되는 남성을 화장실로 데려가 관계를 갖고 자신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말하기도 하고, 짝을 지어야 하는 게임에서 혼자 남게 되자 근처에 있던 여성에게 ‘언니 나 여자랑도 잘해.’라며 성을 매개로 자신과 팀을 이루기를 종용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여성혐오 논란이 일자 일각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인간의 다양한 본성을 보여주는 것인데, 충분히 저런 인물이 있을 수 있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국가의 보호가 없어 생존의 위기에 처한 여성이 자의적으로 성을 무기로 삼는 것이 과연 일반적인가 하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난민 여성의 생계형 성매매는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문제이다. 난민 캠프에는 군인과 경찰이 배치되어 있으나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그들의 임무는 주로 캠프 외곽 경비로 제한되어 있어 캠프 내 치안문제가 심각하다. 살인, 폭행, 마약 등의 문제가 만연하며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피해자는 어린 여성이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생계를 이유로 지참금을 받고 어린 여성들이 조혼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들 대부분이 위장결혼이다. 어리고 예쁜 여성들을 골라 결혼한 이후 한두 달의 성생활을 즐기다 홀로 떠나버리는 것인데, 버려진 여성들은 수치심과 조롱으로 고통 받는다. 결국 결혼을 빙자한 성매매와 다름없는 것이다. 또한 난민 캠프로 통하는 모든 구호물품과 기부금을 자선단체가 독점하여 관리할 경우,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 십상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구호물품을 두고 여성에게 ‘성상납’을 종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처럼 벼랑 끝에 내몰렸을 때 여성이 성을 수단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은 명백한 사회구조적 문제이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은 이 부분을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감독에게 여성 혐오의 의도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사회문제의 실상을 면밀히 살피지 못했음은 분명하다. 전망의 부재 역시 아쉽다. 사회에서 도태된 낙오자들의 처절한 생존경쟁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를 고발하고 있지만, 고발에 그칠 뿐 이렇다 할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자본주의 사회가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에게 그 이면을 고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를 다시 돌아볼 계기를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는 여러 요소와 계층의 문제가 중첩되어 명확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외면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빈부격차는 사회구조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인식에마저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사회를 바꾸기 위한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그렇다면 영화 역시 사회현실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함께 도모해야 할 미래와 이상’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의 변화를 촉구할 수 있지 않을까? 윤소영, 지수아, 윤정원 기자
제 698 호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빼빼로 데이가 아닌 농업인의 날 매년 11월 11일이 되면 거리는 서로 빼빼로를 주고받는 연인과 친구들로 가득하다. 많은 사람들이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빼빼로 데이는 각종 제조 및 유통업계의 마케팅 활동으로 소비자들 사이에 확신된 기념일 문화다. 이날은 법정기념일인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농업인의 날을 기념하려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으며, 심지어는 농업인의 날이 빼빼로 데이에 묻혀 상업적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농업인의 날 포스터 (제공: 농림수산부) 농업인의 날 의미와 유래 ‘농업인의 날’은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농사를 중시하는 전통이 발달했다. 기록에 따르면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왕들은 농사를 권장하는 권농 의식을 치러왔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6월 14일이 권농일로 제정되었다. 해방 후 일본이 정한 ‘권농일’을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는데, 권농은 우리나라 전통이라는 것이 인정되었고 명칭을 ‘권농일’에서 ‘농민의 날’로 변경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명칭과 날짜가 바뀌다가 1996년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농어업인의 날‘이 지정됐다. 1997년에 다시 한번 ’농업인의 날‘로 명칭을 변경했다. ‘농민은 흙을 벗 삼아 흙과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전통적 농업 철학과 관련하여 ‘흙토’(土) 자를 ‘십’(十)과 ‘일’(一)로 나누어 십일이 되는 점에서 1년 중 11이 두 번 겹치는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하였다. 대한민국의 농업 모습과 전망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지방의 도시화로 인해 경지 면적이 타국에 비해 적은 상태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16~2018년 기준 22.5%로 세계에서도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4차 산업 기술과 농업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농업’ 기술 개발에 힘을 쓰고 있으며 농업진흥청 또한 농업기술박람회를 개최하여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 연구 진척 상황을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 농업 기술을 바탕으로 케냐와 몽골 등 농업 기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을 위해 기술을 전파하기도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적은 인력으로 생산성과 편리성은 높이고 환경성을 개선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디지털 농업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농업을 이끌어갈 젊은 층이 농촌 생활을 기피하고 있는 점은 뼈아프다. 농촌이 있는 지방의 경우 심각한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태웅이네’, ‘동갑내기 영농일기’ 같은 10·20대 농업 유튜버들의 영상이 젊은 층에서 화제가 되면서 귀농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2020년에 발표한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의 41.4%가 향후 귀농·귀촌을 희망한다고 답변하여 전년도에 비해 귀농·귀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에서도 국민의 인식을 변환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가가 운영하는 한국농수산대학교는 등록금, 기숙사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이 면제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2020년 5월 1일부터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위해 일정 자격을 갖춘 농업인에게 직불금을 지급하는 ‘공익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농민들은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 수입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하락, 오락가락하는 날씨 문제로 매해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직불제’ 정책은 면적에 비례해 직불금이 지급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농가 대부분이 1ha(10,000㎡) 미만의 소농이라 면적 기준으로 직불금을 지급하면 1년에 30~40만 원밖에 지원받지 못해 생계유지에는 부족하다. 또, 디지털 농업 기술을 통한 스마트 농장들이 과잉 생산을 유도해 추가적인 농산물 가격 폭락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럽과 다른 우리나라 농촌의 특성을 인지하고 생산성⦁경제성과 더불어 농민의 만족도 향상을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농업의 발전을 위해선 관심이 필요 인류의 문명은 농업과 함께 시작되었다. 농업은 정착 생활의 기반이기 때문에 농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과학 발전과 도시화도 불가능했을 것이고 아직도 사냥과 채집을 통해 식량을 공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농업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 식량 공급과 농산물의 가격 안정은 우리의 식생활과 시장의 안정화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농업⦁농촌에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어 국내 농산물 생산력이 감소하게 되면,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시장의 큰 혼란을 초래하고 우리나라의 수입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전국적으로 개발과 도시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적은 경지를 가지고 최대한의 식량을 공급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사람의 관심 속에서 이루어진다. 농업에 대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김효정, 신범상 기자
제 697 호 [문화] 우리는 미디어를 이용하는가, 미디어에 이용되는가?
MZ세대의 지상파 이탈 지난 8월 30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상파 TV 방송 시청 고객 생존 분석’ 보고서를 통해 시청자가 젊은 세대일수록 지상파 방송을 이탈하는 비율이 높다고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2000년대에 태어난 시청자의 방송 이탈 비중이 15.6%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1990년대 출생(12.6%), 1970년대 출생(2.7%), 1980년대 출생(2.6%) 등이 그 뒤를 이었고, 1940년대 출생이 지상파 방송에서 이탈한 비율은 0.1%로 나왔다.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가 지상파를 이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탈의 원인, ‘롤러코스터 라이프’ 그 답은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코리아 2021』은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롤러코스터 라이프’라 명했다. 줄이 긴 롤러코스터를 다른 놀이기구보다 재미있다고 여겨 타고 싶어지듯,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유행하는 행위에 자발적으로 합류하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유행이 끝나면 미련 없이 다음 유행으로 서둘러 넘어가버리는 모습 또한 MZ세대의 특징이다. 즉 MZ세대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다닌다는 뜻이다. MZ세대의 미디어 콘텐츠 소비 행태는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줄 서기’ 단계이다.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일에 누구보다 빠르게 합류하고 동참한다. 챌린지나 밈이 유행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밈이란 ‘한 사람이나 집단에게서 다른 지성으로 생각 혹은 믿음이 전달될 때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의미하며 최근에는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사진, GIF, 유행어 등 인터넷에서 문화요소로 유행하는 모든 것을 말할 때 사용되는 단어이다. 이렇게 유행에 동참하게 된 MZ세대는 ‘타기’ 단계에 진입한다. 줄 서기 단계에서 MZ세대가 유행시킨 챌린지나 밈은 붐을 일으키고, MZ세대를 주요 소비층으로 두고 있는 기업이나 방송사 또한 이들의 유행에 발 빠르게 참여한다. 결국 MZ세대 내의 유행이 대한민국을 아우르는 하나의 트렌드로 확장된다. 이 트렌드는 새로운 문화와 만나며 또 다른 트렌드를 생산해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MZ세대는 ‘내리기’ 단계에 이르러 미련 없이 트렌드를 떠나간다. 마치 3분이면 끝나버리는 롤러코스터처럼, 그들의 유행은 짧고 굵다. MZ세대는 다시 그들이 즐길 수 있는 유행을 찾아 떠나가 버린다. 제약 많은 지상파 떠나 다양한 플랫폼으로 즉 MZ세대가 지상파를 떠나는 이유가 바로 ‘새로운 재미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실시한 ‘TV 시청 행태 관련 인식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 중 62.2%가 지상파보다 케이블·종편 프로그램이 더 재미있다고 답했다. 또한 지상파보다 케이블·종편을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문항에 66.5%가 동의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에 “시청자에게 익숙한 작법에 의해 그려지는 이야기로 시청률을 눈에 띄게 늘리기는 힘들다”며 지상파 프로그램의 낮은 콘텐츠 파워를 지적했다. 케이블·종편뿐만 아니라 OTT와 모바일 플랫폼 또한 새로운 콘텐츠로 MZ세대를 유입시키고 있다. OTT와 모바일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방송에 대한 규제가 적다는 것’이다. 지상파는 물론이고 케이블·종편에게도 방송심의에 따른 미디어 규제가 행해지지만, OTT와 모바일 플랫폼은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시간과 분량에 제약이 없다는 점 또한 OTT와 케이블·종편의 장점이다.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실시간으로 멈추거나 돌려보는 것이 가능하다. 콘텐츠 별 1시간~1시간 30분 정도로 분량이 고정돼 있는 TV 방송과 달리 모바일 플랫폼은 짧은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 짧고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이제 1시간은 너무 길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재미를 제공하는 짧은 콘텐츠, 이른바 숏폼이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숏폼의 제공이 가능한 모바일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양한 소재와 분량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제작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김태호 PD는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세상에 나쁜 콘텐츠 아이디어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며 MBC를 떠나 독자노선으로 내년부터 OTT와 협업을 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김태호 PD의 퇴사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 방송이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있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김태호 PD뿐만이 아니라 지상파 3사의 간판 PD들을 포함한 최소 6명의 PD들이 올해 방송사를 나와 OTT로 이적하거나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이렇듯 지상파의 부진과 함께 케이블·종편, OTT, 모바일 플랫폼이 부상하다보니, 지상파 방송사가 거꾸로 하청을 받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도 발생했다. MBC에서 제작한 ‘먹보와 털보’라는 예능 프로그램은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외주를 받아 MBC가 제작한 것으로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다. 이는 강력했던 지상파의 힘이 약해지면서 플랫폼의 권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과 소비, 미디어의 악순환 최근 미디어 업계의 이러한 흐름을 그저 지상파 방송국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어렵다. 재미를 추구하는 시청자들의 행보는 결국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의 제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누군가의 사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방범죄의 위험도 언제나 미디어의 영향력과 떼놓을 수 없는 문제이다. 지난해 종편·케이블과 OTT 플랫폼에서 유행했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JTBC의 ‘부부의 세계’는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데이트 폭력을 비롯한 범죄를 가해자의 시선에서 자세히 묘사했으며, 빠른 전개 과정에서 비논리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송출했음에도 불구하고 28.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TOP 10 콘텐츠’ 3위를 기록한 ‘인간수업’ 또한 마찬가지다. 인간수업은 청소년 성범죄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미성년자와 성인 간 성매매 과정 및 성매매 알선 과정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으며, 욕설을 자주 사용하거나 대형 전투 등 폭력성이 높은 장면을 담았다. 사회적인 문제를 비판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하기에는 두 작품 모두 지나치게 자극적인 장면들을 문제의식 없이 보여주고 있다. 불륜이나 청소년 성범죄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해당 작품을 통한 모방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미디어의 영향력을 간과한 것이다. 실제로 부부의 세계는 다양한 커뮤니티와 방송에서 밈으로 소비되며 불륜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렇듯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대중은, 점점 더 크고 강렬한 자극을 찾게 된다. 이를 팝콘 브레인 현상이라 하는데,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첨단 디지털기기에 몰두하게 되면서 현실에는 무감각·무기력해지고 둔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기기와 미디어를 접한 MZ세대에서는 그 양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정덕현 대중평론가 또한 “빠른 전개에서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비논리적인 부분만 반복적으로 시청함으로써 그것에 길들여지고 중독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재미를 찾는 소비자를 유도하기 위해 강렬한 자극을 생산하는 미디어 업계, 강렬한 자극에 익숙해져 어느덧 새로운 자극만을 소비하는 대중. 이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대중은 스스로 사유하는 힘을 잃고 말 것이다. 우리는 과연 미디어를 소비하는 주체가 될 것인가? 혹은 자신이 원하는 것도 모른 채 미디어에 사육될 것인가? 미디어,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우리는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그 답은 좋은 프로그램의 생산과 소비의 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는 웰메이드 콘텐츠로 굳건히 자리 잡은 케이블 방송사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가 바로 그 가능성의 사례이다. 유퀴즈는 매주 인간적인 주제를 선정하여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극적인 소재 없이 우리네 삶의 모습을 돌아보는 콘텐츠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유퀴즈는 시청률로 증명했다. 느리지만 차근차근 입소문을 탄 유퀴즈는 어느덧 전 연령 동 시간대 시청률 1~2위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20대 시청률 역시 동 시간대 2위를 기록하며, MZ세대 또한 좋은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소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경쟁사 포함 138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조사한 프로그램 BPI에서도 ‘유퀴즈’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1위, 드라마와 시사교양까지 합친 전체 프로그램 BPI에서 2위로 랭크됐다. 좋은 프로그램은 지상파에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2019년 KBS2에서 최고 시청률 23.4%를 기록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드라마라고 칭할 만큼 웰메이드 드라마라 평가받는다. 탄탄한 서사는 물론이고 시골 동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동백꽃 필 무렵은 매주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2020년 흥행했던 SBS의 드라마 ‘스토브리그’ 또한 마찬가지다. SBS의 금토 드라마가 계속해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던 탓에 그 누구도 스토브리그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더구나 스토브리그가 데뷔작이었던 신인 작가의 대본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대는커녕 ‘망할지도 모른다.’는 혹평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자 사람들의 반응은 180° 바뀌었다.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서툴지만 단단한 삶의 이야기 등 고전적이거나 자극적인 강수 없이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묵묵히 이어갔다. KBS는 지상파만의 강점을 발휘하는 웰메이드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는 방송국 태초부터 누적된 아카이브 자료를 재가공하여 영화적으로 전달한 11부작 다큐멘터리 콘텐츠로, 4%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모두가 자극적인 콘텐츠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자극이라는 흥행요소를 과감히 제외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시청률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퀴즈, 동백꽃 필 무렵 등 좋은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은 이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좋은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이상, 이제 미디어 업계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할 때이다.우리 MZ세대를 포함한 대중들 역시 ‘우리가 왜 미디어를 소비하는가?’, ‘미디어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고민해야 한다. 미디어에 길들여지지 않고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향유하기 위해서, 이제는 자극에서 빠져나와 ‘좋은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릴 때이다. 윤소영 편집장, 이은영 기자, 이규원 수습기자
제 697 호 초심자를 위한 클래식 가이드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지난 3일 이탈리아 볼자노에서 폐막한 ‘제63회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부소니 콩쿠르에서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우승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이처럼 뛰어난 클래식 음악가들이 빛을 발하지만, 국내의 클래식 팬덤이 상대적으로 소규모고 젊은 층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딱딱한 음악이라 생각하며, 관심이 조금 부족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우승으로 열광적인 팬덤을 형성했고, 이제는 k-클래식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클래식의 진입장벽은 높다. 그러나 과연 클래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딱딱하기만 한 음악일까? 음악학부 관현악과 3학년 이채연 학우와 함께 클래식의 세계에 빠져보았다. 클래식 음악이란 무엇인가 클래식은 라틴어 ‘클라시쿠스(classicus)’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클라시쿠스’는 고대 로마에서 최상층 시민 계급을 뜻하는 말로 쓰였는데 이 말이 영어로는 ‘classic’, 이탈리아어로는 ‘classico’ 등으로 발전하면서 ‘일류, 고급, 명작’ 등의 뜻을 갖게 되었다. 현재 음악에서 클래식은 ‘서양의 순수 음악’이라는 뜻이 있으나 베토벤 등으로 대표되는 18, 19세기를 ‘고전 시대’라 일컫기에 종종 ‘고전’이라는 단어로 번역되곤 한다. 그러나 낡고 오래된 음악이라는 생각을 하기에는 아쉬울 만큼 클래식은 16세기 유럽에서 더 나아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며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클래식 감상을 위한 정보 ‘클래식’ 하면 먼저 복잡한 곡의 제목이 눈에 띄는데 그 제목이 곡의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먼저 독주 악기 곡에서 소나타는 악장마다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로 나누어져 있는 3~4악장 정도 길이의 악곡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악장은 한 곡 안에서 다른 분위기, 성격을 가진 부분을 나눈 것이다. 각 부는 소설이 발단, 절정, 위기 등으로 나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에튀드는 혼자서 연주하는 사람을 위한 짧은 곡을 말한다. 오케스트라 악곡에서 심포니는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교향곡이고 콘체르토는 솔로 악기와 오케스트라의 경쟁 구도 혹은 협주를 뜻한다. 제목에서도 간단한 정보를 알 수 있지만, 추가적인 정보를 알고 싶다면 설명을 포함한 공연을 보거나 공연 전 프로그램 북을 참고한다면 공연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클래식 연주자, 악단 등이 유튜브 등 SNS를 활용하여 클래식 용어부터 작곡가, 연주자에 대한 정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여기까지 알았다면 이제는 클래식을 감상해볼 시간이다. 하지만 그 전에 지켜야할 주의사항이 있다. 공연을 볼 때, 소란을 피우지 않고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촬영을 하지 않는 것은 기본 준수 사항이다. 클래식의 경우, 악장과 악장 사이에 짧은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연주자가 다음 악장을 준비하는 시간인데, 혹시 착각하여 그 시간에 손뼉을 치거나 기침을 심하게 하는 등 흐름을 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수는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리고 연주자가 팔을 내릴 때 하는 것이 적절하다. 공연 끝에 박수를 이어가는 경우, 커튼콜로 협연자나 연주자가 앙코르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므로 마음껏 환성을 보내면 된다. 생활 속 클래식 공연 매년 열리는 공연은 한화와 함께하는 교향악 축제(3, 4월) 등 기업과 연계한 교향악 축제,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 (10, 11월)이 있지만, 이외에도 유명 연주자의 리사이틀, 각 오케스트라의 실내악 공연, 해외 유명 연주자의 내한 공연 등이 다양하게 한 해를 빛낸다. 최근에는 코로나 19 상황에 맞춰 유튜브로 연주회를 중계하거나 따로 편집된 공연 영상을 올리는 오케스트라가 늘어, 집안에서도 소위 ‘방구석 음악회’를 쉽게 즐길 수 있다. 또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학우의 경우, 설명을 추가한 공연이나 쉽게 알만한 곡들을 섞어 연주해주는 디토 앙상블, 노부스 콰르텟, 에스메 콰르텟과 같은 젊은 현악 4중주 팀의 공연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우리 학교도 11월 3일 즈음 매년 상명아트센터 계당홀에서 혹은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음악학부의 연주회를 즐길 수 있으므로 가까운 곳에서도 클래식을 시작해볼 수 있다. “나에게는 좀 안 맞는 것 같아.”,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눈길을 돌려왔던 클래식. 그러나 클래식은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다양한 음악가들이 조금씩 음을 더하며 그 가치를 유지해온 음악이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시작된 이 음악을 전 세계에서 즐길 수 있고 광고 음악에서 영화 속 음악에서 등 다양한 곳에서 알게 모르게 클래식을 접하고 있기도 하다. 또 ‘아이다지오’와 ‘네프라임포닉’, ‘낙소스’ 등 다양한 사이트, 앱에서 음악 추천이나 설명 등을 추가해 클래식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 멀게만 느껴지던 클래식. 오늘은 그 거리를 조금 좁혀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김지현·김채연 기자, 정소영 수습기자
제 696 호 지식 재산, 미래 핵심 산업의 중심
지식과 정보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 지난 2016년 스위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 미래학자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 도래 선언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승자 요건 ’네 가지 중 하나를 ‘강하고 유연한 지식 재산 제도’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지식 재산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인공지능과 IOT 기반 초지능 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지 노동이 자동화되고, 지능적 판단이 가능한 기계와 인간이 협업을 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의 만물초지능 혁명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지식과 정보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이다 보니, 지식 재산 없이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끌기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지식 재산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의 특허 분쟁도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더욱 주목받고 있는 지식재산이 과연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무형의 재산, 지식 재산권이란 무엇인가 지식 재산권(IPRs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이란 지적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재산권을 말하며, 형태를 갖추지 않는 재산이라는 의미에서 ‘무체 재산권’이라고도 한다. 지식 재산권은 크게 산업 재산권, 저작권, 신지식 재산권으로 나뉜다. 산업재산권은 산업의 발전이 주된 목적으로 특허청에 출원 및 심사를 거쳐 권리를 부여받게 된다는 절차적인 측면이 강하다. 산업재산권의 종류로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이 있다. 저작권은 문화 창달이 주된 목적으로 인간의 지적 능력을 통해 창작한 미술, 음악 등의 예술분야의 창작물에 대하여 일정기간 독점권을 부여하는 권리이다. 저작권의 종류로는 저작자의 권리인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 저작인접권자의 권리인 저작인접권이 있다. 신지식 재산권은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하여 새롭게 그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신지식 재산권의 종류에는 컴퓨터프로그램, 영업비밀, 반도체 배치설계, 유전자 조작 동식물, 전통지식 등이 있다. 가치를 담아 미래를 빚는 지식재산의 날 ▲ 2021 지식재산의 날 슬로건 (제공 : 지식재산위원회) 매년 9월 4일은 <지식 재산 기본법> 제29조의 2항에 따라, 지식 재산의 창출과 보호, 활용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증진시키기 위해 국가기념일인 지식 재산의 날로 제정되었다. 지식 재산의 날을 9월 4일로 지정한 이유는 현존하는 금속활자본 중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 ‘직지심체요절’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2001년 9월 4일을 기념하기 위함이다. 한편, 지식 재산이 존중되는 세계를 위한 국제기념일도 존재한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지정한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은 매년 4월 26일이다. 신기술 개발과 병행되는 지식재산 보호 및 활용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국가로 성장하기 위하여 현재 과학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를 3대 신산업으로 선정하였다. 시스템 반도체란 데이터 연산 및 제어 등 정보처리 역할을 수행하는 반도체를 말하며, 중앙처리장치인 CPU,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인 AP 등 다품종 맞춤형 산업으로 우수 설계인력과 기술이 핵심이다. 특허청 강병섭 특허팀장은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통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개발과 함께 고품질 특허창출 전략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바이오 산업을 “고령화,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이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이라고 정의했다. 의약품의 특허는 해당 약품의 물질, 제형, 조성물 그리고 의약적 용도 등에 따라 구별된다. 특허청에 의약품 특허 신청을 하면 검토 과정을 거친 후 설정 등록의 과정을 거친다. 위 절차를 거쳐 지재권을 인정받게 된다면, 의약품의 특허는 특허권으로서 효력을 갖게 되며 향후 20년 간 해당 의약품의 특허를 침해하는 경쟁사의 의약품의 판매를 막을 수 있다. 의약품의 특허권 획득은 의약품 개발을 위해 투자한 돈과 시간,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독점권을 부여한다. 의약품의 특허등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개발에 들인 노력을 빼앗기기 쉽기 때문에 바이오 업계에서의 IP 역할을 상당하다. 한편, 지난 2019년 미국에선 전기차 산업의 핵심 동력 기술인 배터리에 대하여 LG 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두고 벌인 지식재산권 분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3대 신산업이 선도형 경제의 주축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식 재산권을 통해 이를 보호하고 활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가치 인식 부족 지식 재산권이 국가와 기업, 개인의 경쟁력 강화에 핵심 동력으로 부상함에 따라 특허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지식 재산권 등록 건수가 매해 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흐름에 비해 지식 재산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특허청에 대한 특허 출원 국가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의 특허 개수는 약 21만 개로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식 재산과 그 권리에 대한 가치 인식이 부족하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에 있어, 중소기업의 노하우를 인정하고 지켜주려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이다. 자연스럽게 신생기업이나 개인은 지식 재산 보호를 위한 특허출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소송 관련 준비 사항 및 규정 사항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별도의 조직을 갖추기엔 인력은 물론 자금적인 여유 역시 부족하며, 개인의 경우에는 저작권의 유포 및 침해의 행위로 인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처럼 국내 산업 구조에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지식 재산권을 보호하기란 쉽지 않다. 인공지능과 가상세계 안에서의 지식 재산권 문제 가상세계 또한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분야이다. 가상세계 속에서도 지식 재산권에 관한 논의는 뜨겁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디지털 기호로 된 상품을 가상의 주체 간에 가상화폐로 거래하고 있는데, 가상세계에서 이뤄지는 상거래나 상표 표기에 모호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상 세계에서만 존재하고 거래되는 상품에 현실 세계의 상표를 표시하는 경우 소비자의 혼동 가능성이 있는지,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 것인지를 고려해봐야 하며, 가상 세계의 브랜드를 현실 세계에서 먼저 상표권으로 등록하려는 경우 이를 악의적 상표 출원으로 봐야 할 것 인지를 검토해봐야 한다. 또한 지난달 29일 문체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와 공동으로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등과 관련한 지식 재산권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신기술 환경 지식 재산권 협의체’를 운영한다고 밝힌 만큼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안에서의 지식 재산권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커져가는 지식 재산의 중요성과 정부의 역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차세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각 국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지식 재산의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로 확장되는 지식 재산권의 범위는 실재하는 상품과 시장만을 염두에 둔 현행법 개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메타버스와 지식 재산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답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와 생각을 뛰어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가상과 현실의 경쟁 질서를 지키면서도 메타버스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특허청도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등 관련법과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메타버스는 국경이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상표권 등의 효력 범위나 플랫폼의 간접 침해 책임 논의에 대해 국가 간 협력 또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빈 기자, 윤정원 수습기자
제 696 호 새로운 미래,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의 대표적인 기술인 홀로그램은 빛을 완벽하게 복제하여 물체의 모든 심도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실제로 물체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는 기술로 대표적인 미래기술 중 하나이다. SF영화에서 홀로그램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를 찾기 힘들 정도로 미래기술로만 여겨졌던 홀로그램 기술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주변에서 홀로그램 기술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홀로그램 필름, 예술업계의 새로운 바람! 현재 홀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홀로그램이란 그리스어로 전체라는 의미와 정보, 메시지를 나타내는 합성어로 ‘전체의 정보를 기록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홀로그램은 2차원인 사물을 우리 눈에는 3차원 형태의 입체적인 영상으로 재현해주는 기술을 활용한 결과물이다. 홀로그램의 종류로는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 대상을 입체영상으로 찍어내는 사진술인 아날로그 홀로그램이 있다. 아날로그 홀로그램은 사진 촬영을 통해 광원으로 레이저를 사용하여 촬영한 3차원 영상 생성 기술을 말한다. 두 번째로는 사물로부터 반사된 빛을 디지털화된 기록이 가능한 형태로 생성하고 그렇게 생성된 데이터를 다시 전자식 홀로그래피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동영상 홀로그램으로 제작하는 디지털 홀로그램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이른바 유사 홀로그램이라고 하며 원본 영상을 바닥의 반사판에 쏴서 45도 기울기로 설치된 반투명 스크린에 투사하는 구조를 이용한 플로팅 홀로그램이 있다. 홀로그램 시장은 지금도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홀로그램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해 선진국의 기술종속을 피하고 홀로그램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 홀로그램은 의료, 교육, 교통, 문화, 안전 등 생활에 밀접한 분야와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고 삶과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속해서 연구되고 있다. ▲ 피규어그램(홀로그램 피규어 장식장) 홀로그램을 접목한 ‘피규어그램’은 빛을 반사해주는 반사판을 이용한 홀로그램 기법을 사용하였다. 영화 속에 나오는 가상회의 장면처럼 홀로그램을 이용하기엔 아직 어렵지만, 홀로그램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진짜 사람을 들여다보는 듯한 수술 시뮬레이션, 자동차 앞 유리를 통해 생생하게 보는 내비게이션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홀로그램 기술에 우리나라도 앞장서기 위해 지자체와 기업이 함께 나서고 있다. 주목받는 미래 핵심 직업, 홀로그램 전문가 미래기술로만 여겨졌던 홀로그램 기술이 점점 현실화하며 이에 발맞춰 홀로그램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홀로그램 전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홀로그램 전문가는 홀로그램 기술 자체를 개발하는 기술자와 홀로그램 이용하여 공연 등을 서비스하는 전문가로 나뉜다. 첫째, 기술자의 경우 홀로그램을 데이터로 생성하고 처리하는 연구와 개발을 담당한다. 홀로그램이 SF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구현하는 기간을 단축하고 더욱 편리하게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게 하는 이들이 홀로그램 기술자이다. 둘째, 서비스 전문가는 기술자가 만든 기술을 통해 다양한 공연이나 전시를 기획하고 일상생활에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점차 발전해나가는 홀로그램 기술에 따른 미래의 유망 직업 등장에 우리의 많은 기대와 관심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미래, 변화하는 우리! 디스플레이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앞으로 더 주목받게 될 분야로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 더 폭넓은 분야로 확대될 홀로그램 기술의 연구 및 개발은 향후 차세대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홀로그램 기술 발전으로 인해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우리도 빠르게 대응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김채연 기자, 정소영 수습기자
제 695 호 현대인들에게 일상이 된 비대면 선물, ‘기프티콘’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커진 ‘기프티콘’ 시장 기프티콘의 쓰임새가 다양해지며 플랫폼 산업의 발달을 도모하고,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대면보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요즘 선물 문화도 변화를 맞이했다. 청첩장, 수능선물, 부조 등 직접 만나 마음을 전했던 이전과는 다르게 온라인으로 보내는 ‘기프티콘’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그 종류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치킨, 커피 등 식품 상품권에 집중 되어 있던 상품 종류가 서비스 이용권, 명품 브랜드들도 잇따라 비대면 선물 플랫폼에 입점하고 있다. 이 같은 ‘비대면 선물’ 트렌드가 더 빨리 성장한 이유에는 코로나 19의 영향과 동시에 편리함과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요구에 부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서 선물을 전달할 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소소한 감사를 표현하고 싶을 때 비대면 선물 서비스를 이용해 선물하는 문화가 점차 기프티콘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시켰다.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선물하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조 5000억원 수준으로 전년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으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양해진 ‘선물하기’ 브랜드들 카카오커머스의 ‘카카오 선물하기’는 국내에 ‘비대면 선물’ 서비스 시장을 연 브랜드로 현재 국내 기프티콘 시장의 점유율 1위이다.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선물하기 시장 규모 약 3조 5000억원 수준 중 3조원 가량이 카카오톡 선물하기 거래액으로 사용됐으며, 매년 40% 이상의 성장치를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밝혔다. 기존 모바일 상품권이 지류 상품권을 모바일로 전환한 것에 불과했던 데 비해 카카오 선물하기는 선물을 받는 사람이 직접 주소를 넣고 이용 기간 종료일을 알림으로 알려 주는 서비스를 강화해 기프티콘 문화의 성장을 가져왔다. 이에 대항하는 브랜드로는 ‘쿠팡’이 있다. 지난해 4월 ‘로켓 선물하기’ 서비스를 개시한 쿠팡은 카카오커머스가 온라인 기프티콘 위주로 성과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상대방에게 ‘로켓 배송’ 상품을 빠르고 간단하게 선물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쿠팡 로켓 선물하기’ 서비스는 특히 수령인이 배송지를 입력한 다음 날에 배송되는 빠른 배송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며 다른 업계와의 배달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GS SHOP 역시 지난해 7월 ‘선물하기’ 서비스를 개시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쿠팡의 ‘로켓 선물하기’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수령인의 구체적인 주소 없이 이름과 연락처만으로 선물을 전달 할 수 있는 GS SHOP의 ‘선물하기’ 서비스는 설치, 렌털 등 일부 서비스를 제외한 GS SHOP의 제품을 전부 이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GS SHOP은 다양한 해외 명품들과 백화점 브랜드들을 포함 한 약 800만개의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쿠팡 로켓 선물 서비스와 GS 선물하기 서비스 안내 불편한 환불정책 하지만 편리함만큼 문제점도 존재한다. 소비자의 환불 수수료 규정으로 인해 불만이 그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기프티콘을 환불받으려고 해도 일정 기간을 기다려야 하며 수신자가 환불 수수료 10%를 감내해야 한다. 수신자가 환불 수수료 10%를 내는 이유는 카카오에서 공정위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 약관'을 무시하고 90일 유효기간 만료 이후에만 환불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표준 약관에 따르면 환불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는 신유형 상품권의 '최종 소지자'가 가지며, 신유형 상품권의 구매일로부터 7일 이내에 구매액 전부를 환불받을 수 있다. 유효기간 경과 후 환불은 90%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는 90일 유효기간 이후에만 환불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실상 강제적으로 10%의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수신자에게 구매자와 같은 약관을 적용하지 않는 것과 대해서는 "내부 정책상 그렇게 됐다"고만 말했고 이에 대해서는 개선점이 필요하다. 유효기간이 90일보다 더 연장되거나 수수료를 줄이는 것과 같은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기프티콘에 대한 수요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지수아 기자, 윤정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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