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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694 호 새로운 생각에 담긴 가치, 현대미술

  • 작성일 2021-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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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8979
김지현

전시 중이던 그라피티 작품 훼손현대미술은 무엇인가

  지난 3월 28일 오후 1시 40분에 20대 남녀 연인에 의해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전시된 유명 그라피티(Graffiti·낙서처럼 그리는 거리예술) 예술가 존 원(JonOne·58)의 'STREET NOISE'(거리의 소음) 전시회에 출품됐던 'Untitled'(무제)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훼손 정도는 가로 80㎝, 세로 150㎝ 크기의 청록색 붓 자국으로 전해졌다. 또 해당 작품을 그린 아티스트가 복원을 원하는 가운데 예상 비용은 약 1천만 원으로 추정되어 이에 대한 책임 논란이 일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여론은 해당 커플의 행동과 미술관의 조치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일각에서는 이번 일이 일어난 작품이 일견 낙서와 비슷해 보이는 ‘그라피티’라서 일어난 것이 아니냐며 현대미술에 작품성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했다. 작품 훼손 책임은 누구에게 있고 현대미술의 작품성은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 이번 사건을 통해 현대미술에 대해 알아보자. 



작품 훼손 책임과 복원 비용

  작품을 훼손한 연인은 "벽에 낙서가 돼 있고, 붓과 페인트가 있다 보니 낙서를 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번 작품의 경우 낙서라는 뜻이 있는 예술의 한 유형으로 1970년대부터 뉴욕 지하철을 중심으로 저항 의식을 보여주는 낙서에서 시작했으므로 낙서라 착각하기 쉽다. 또 작품 근처에 이를 막을 가드나 장치 혹은 ‘만지지 마시오’라 적힌 문구 등 안내가 부족해 전시장 측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전시장 측은 작품 훼손에 있어 연인의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이들을 선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송파 경찰서 관계자는 "업체 측이 대화로 원만히 해결하고 싶다고 했기에 일단 현장에서 종결한 사안"이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추후 법적 절차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또한, 전시장 관계자는 "작가 측에 소송이나 보험처리를 하지 않는 쪽으로 제의하는 중"이라며 "만일 작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배상은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훼손된 작품은 철거하지 않고 6월 13일까지 그대로 걸어 두기로 했다. 



작품 감상 시 필요한 태도

  이번 사건 이후 작품을 감상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떠들거나 뛰는 등 다른 사람의 동선을 가로막는 행위와 작품을 훼손하기 쉬운 연필이나 펜, 음식물 등을 반입하는 것, 빛에 훼손되거나 저작권이 있는 작품에 사진을 마구 찍는 것 등이 기억해야 할 주의사항들로 꼽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에티켓’의 모습


  그러나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한다면 필요한 태도가 있다. 서울 캠퍼스에서 ‘현대미술사와 이론’ 수업을 하고 있는 오경은 교수는 전시를 볼 때 큐레이터의 의도를 파악하면 작품의 의미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이를 파악하기 위해 전시장 들어가기 전 벽에 쓰인 문구를 읽는 습관을 기르고, 감상하기 전 관련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고 본다면 더 즐거운 관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술 감상을 도울 다양한 어플 및 사이트도 나와 폭넓은 감상을 돕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유튜브를 통해 유명 작가들이 무슨 생각을 해서 그런 작품을 만들었나 직접 설명 들을 수 있도록 영상을 올리고 있다. 또 코로나 19 속에서도 작품을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갤러리와 미술관이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상태다. 그러나 작품의 금이나 붓 자국 등 질감을 봐야만 봤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의 경우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콘텐츠는 상당히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럴 때 사용하면 좋은 앱이 구글에서 만든 ‘Arts&Culture’이다. 많은 미술관이 참여하고 있어서 저작권 있는 작품을 좋은 픽셀로 볼 수 있는데 사진의 질이 굉장히 좋아서 작품의 질감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또 AR 기능이 있어 내 방안에 카메라를 놓고 있으면 한복판에 작품을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에서 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 ‘Arts&Culture’



사고의 전환과 현대미술

  많은 이들이 현대미술 작품의 가치에 물음표를 던진다. 알아볼 수 없는 형체, ‘어떤 기준일까?’ 의문을 품게 되는 색들의 조화는 우리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그려왔던 작품들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가치는 그 작품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작품에 담긴 발상과 예술의 범위를 확장했다는 개념에 있다. 

  우리는 종종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이끌려 물건을 사고 감동을 한다. 현대미술 작품 또한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각과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현대미술과 마찬가지로 감상자도 보이지 않는다고 배척하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생각에 가치를 두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틀을 깬다면 작가가 무슨 사유를 했는지, 작품을 둘러싼 사회, 현안, 나라 그리고 그 속에 '나'라는 존재를 생각하는 순간이 감상자를 한 걸음 나아가게 할 매력적인 자극제가 되어 줄 것이다. 



-김지현 기자이규원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