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심사평]
임준형 교수(사진영상미디어전공) 안녕하세요. 상명학술상 “사진”부문의 심사를 맡게 된 사진영상미디어전공 임준형교수입니다. 올 한해 많은 학생들이 코로나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면서 학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남은 학기 잘 정리하여 보람찬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올해에도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의 사진작품을 출품했습니다. 반려동물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들의 사진, 도심의 생활을 표현한 작품,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풍경사진 그리고 사람살이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사진 등 자유로운 피사체를 담은 작품들이었습니다. 주제의 표현력과 사진의 완성도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당선작을 선정하였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선작은 참가자 4번 학생의 “볕 드는”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행객들 오가는 곳이었겠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인하여 한산해진, 그리고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은 정적인 공간을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관광객들을 마치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일상화 되어버린 현실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으로 순간포착을 적절히 잘 해낸 작품입니다. 2021년도 일상생활이 어떤 상황인지를 은유적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사진입니다. 가작은 참가자 2번 학생의 “Quietly”입니다. 모래사장과 바다를 소재로 한 사진은 자칫하면 지루한 장면을 촬영할 수도 있는데 광각렌즈를 잘 활용하여 앞쪽의 모래사장의 재질감, 중간의 물거품이 만들어내는 부피감 그리고 먼거리의 푸른바다를 이루어내는 색상의 조화를 마치 케이크의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있는 새들은 이러한 정적인 장면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조연으로써의 역할을 멋지게 해주고 있습니다. 입선은 참가자 1번 학생의 “피어오름: 새로운 시작”입니다. 적절한 조명상태의 선택으로 인하여 시원한 물의 색감과 거친 물결의 섬세함이 잘 표현된 작품입니다. 적당한 망원렌즈를 이용하여 물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을 잘 정리해주었습니다. 내년에도 상명학생들의 참신하고 멋진 사진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선정된 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을 전하면서 심사평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제47회 상명학술상 수상자
논문 심사: 김미형 교수 (한국언어문화전공) 입선: 서하영 (글로벌지역) <청소년 자살률과 대학 입시제도에 관한 고찰> 소설 심사: 이한정 교수 (일본어권지역학전공) 당선: 김현화 (한일문화콘텐츠) <T or F> 가작: 박민웅 (글로벌지역) <사우다드(Saudade)> 입선: 김민 (경영) <붉은 도료> 시 심사: 최미숙 교수 (국어교육과) 당선: 차혜빈 (영화영상) <데스크에서> 가작: 김종찬 (글로벌경영) <나를 만드는 것> 입선: 이재승 (국어교육) <너를 사랑할 때도> 평론 심사: 정의진 교수 (프랑스어권지역학전공) 당선: 한원재 (국어교육)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보는 세상, 그의 영화> 가작: 김종욱 (글로벌경영) <역사를 대면해야 한다는 고요한 단언> 입선: 김민 (경영) <소외된 자들에 대해서 -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보고> 만화 심사: 고경일 교수 (디지털만화영상학과) 당선: 강미리 (디지털만화영상) <나의 안경> 가작: 이유민 (디지털만화영상) <피터팬을 위하여> 입선: 김민서 (디지털만화영상) <1. 전례없는 공포 2. 무지의 공포> 사진 심사: 임준형 교수 (사진영상미디어전공) 당선: 박영빈 (사진영상콘텐츠) <살아가는 방식> 가작: 이상협 (사진영상콘텐츠) <수직> 입선: 이태양 (지리) <애묘카페 잠꾸러기>
[논문 입상] 청소년 자살률과 대학 입시제도에 관한 고찰
논문 입선.pdf 서하영 (글로벌지역) 평소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연구하는 걸 좋아해 상명 학술상 논문 분야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매년 열리는 큰 대회에서 상을 받게 된 것만으로 굉장히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문의 주제는 “청소년 자살률과 대학 입시제도에 관한 고찰”입니다. 청소년들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도록 설문조사 기반의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청소년들은 청소년 자살의 이유가 성적과 입시에 있다고 말합니다. 경쟁만 추구하는 교육에 무슨 배움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당장 바뀌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지만 청소년들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줄 수 있는 어른의 도움이 꼭 필요할 것입니다. 진로와 취업의 선택이 무조건 대학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을 인정해 줄 수 있는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논문 심사평]
김미형 교수 (한국언어문화전공) 논문이 갖추어야 할 기초 사항은 어떤 것이 나의 의견이나 주장이고 어떤 것이 앞선 연구자가 연구한 것인지를 알아볼 수 있게 드러내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논문 작성자가 현재의 학문 상황에서 논의의 필요성이 있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진행하는 연구 과정을 거쳐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음을 알릴 수 있다. 이 점이 빠지면 논문으로 성립이 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접수된 학술 논문들은 한 편을 빼고 이 기초 사항과 관련하여 모두 결격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논문에서 유사한 결함이 발견되었으므로 이에 대해 몇 가지 논문 작성 시 유의할 사항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내년의 학술논문상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란다. 서론에서 현재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그에 대한 방안을 연구한다고 했으면, 앞선 연구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가 자기 생각인 것처럼 정리하는 것으로 그 방안을 연구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앞선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보고서에 해당한다. 적어도 학술 논문이란 앞선 연구자는 하지 않은 어떤 내용을 새롭게 하여 발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학부 논문에서 그런 정도의 수준을 기대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작은 어떤 것이라도 기존의 상태에서 의미 있는 주제를 제기하고 그 주제를 본인의 연구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연구자가 의미 있는 통계와 의미 있는 분류 내용을 논문에 제시하고 있으나, 그 내용들이 앞선 내용을 인용한 것인지 본인의 새로운 연구인지에 대한 변별을 할 수 없게 모호한 기술을 하고 있다. 통계를 제시하면 어떤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수집하여 통계를 낸 것인지를 언급해야 하는데 그런 설명이 없으면 연구자의 창의적 연구가 아닌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앞선 연구의 내용을 가져온 것이라면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가 된다. 내용주를 통해 인용한 앞선 연구의 출처를 밝히고 그 문헌들은 논문 뒤에 참고문헌으로 정리를 해야 한다. 논문의 기술은 대체로 서론, 본론, 결론의 세 단계를 거친다. 그런데 서론과 결론 부분의 장 제목은 ‘서론’, ‘결론’ 또는 ‘머리말’, ‘맺음말’이라고 붙인다. 그러나 ‘본론’은 그 표현 그대로 장 제목으로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본론 부분에서는 그 논문에서 다루는 내용이나 주제를 표현하는 장 제목이 와야 한다. 예를 들어 논문이 0000 실태와 0000 방안에 대한 것이라면, 본론을 구성하는 두 개의 장은 0000 실태, 0000 방안으로 제목을 붙이면 된다. 또는 실태 부분을 이론적 배경으로 앞서 따로 다룬다면, 본론의 제목은 ‘0000 방안’이라고 붙이면 될 것이다. 하나의 장 안에 절이 한 개만 있으면 절 항목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학술 논문의 문장들은 어문 규범을 지켜 써야 한다. 그런데 어문 규범에 맞게 잘 쓴 논문을 찾기 어려웠다. 특히 띄어쓰기 부분에서 오류가 많았다. 의존명사는 띄어 쓰고 어미와 접미사 등 문법형태소는 붙여 쓰는 등의 기본적인 국어 어법을 등한시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은 연구자가 논문에 임하는 태도가 진지하지 못함을 엿보게 한다. 논문 작성 과정에서 체계와 문장 작성 부분에 자신이 없으면 계당교양교육원이나 국어문화원 같은 국어 상담 기관과 상의를 하면서 본인의 문장 실력을 높이면 좋을 것이다 “청소년 자살률과 대학 입시제도에 대한 고찰”은 청소년의 자살률 통계 결과에 대해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를 묻고 대학입시 과중 부담이라는 결과를 얻어 다시 입시 제도를 고찰해보는 연구 단계를 거친 논문이다. 청소년 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여 그 내용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했다. 자신의 연구가 포함되었다고 평가하여 이 논문을 입선으로 뽑았다. 기성 시대의 관점이 아니라 청소년 당사자들의 입시 제도에 관한 불만 내용을 기술하면서 그 불합리성을 논의한 점이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설문 조사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살펴보았으나 그 내용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바를 체계적으로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자살률과 입시 제도의 연계성을 긴밀하게 논의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학부 논문으로서 이러한 주제에 접근하는 체계적 논의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른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입시 제도 문제와 연계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의제를 논문 주제로 잡은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돌아보면, 입시 제도 운운할 게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의 하위 유형을 세워 정리를 하는 것으로 논문을 쓰고 입시 제도 관련해서는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갖게끔 제언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조금 더 논문의 완성도를 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응모작 모두가 모두 연구할 가치가 있는 논제들을 다루고자 했다. 다만 위에서 설명한 것이 미흡하여 당선작과 가작을 내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좀 더 진지하게 파고들어 논문 한 편 잘 작성해보는 것을 대학 시절의 목표를 삼는 학생이 늘어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내야 할 미래 사회는 정해진 정답을 찾아내야 잘 사는 시대가 아닐 것이다. 그 누구도 아직 생각하지 않는 자신의 새로운 생각을 개발하여 잘 표현하는 능력으로 살아가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묻고 문제를 발견하고 연구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작업이 바로 논문 작성이다. 비록 상을 드리지 못하나 관심을 가지고 응모한 모든 학생에게 손뼉을 쳐 드리고 싶다.
[소설 당선] T or F
소설 당선.pdf 김현화 (한일문화콘텐츠) AI라는 소재는 SF 장르에서 종종 사용되어왔습니다. 당시에만 해도 이렇게까지 기술이 발달할 수 있나 싶었는데 이제는 AI가 고인을 모창하기도 하고, 위대한 화가의 화풍을 따라 해 예술을 하기도 하며, 유전자 정보만을 토대로 몽타주를 그려내기도 합니다. 아직은 일상과 거리가 있는 AI이지만 이러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에 직접 침투하면 어떤 형식일까, 너무 정교해서 사람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게 된다면 그때는 인간을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는가, 그리고 인간의 본질이나 절대적인 선과 악, 진정한 완벽과 같은 철학적인 의문까지 품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T or F>를 구상했는데요, 물론 아직 의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도 다르니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편적으로 '지우의 경우는 사람과 AI 중 어느 쪽이라고 정의해야 할지', 나아가서는 '과학의 극단적인 발전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즐겁게 작업한 작품이니만큼 애착이 큽니다. 상명 학술상 당선이 앞으로 행복한 집필을 하게 해줄 원동력이 되어주리라 생각합니다. 모자란 작품이지만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20년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무탈하게 2021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소설 가작] 사우다드(Saudade)
소설 가작.pdf 박민웅 (글로벌지역) 처음 수상했다는 연락을 받고는 수상할 거라고 생각을 못 해서 놀랐는데, 상을 받아 매우 기뻤습니다. 올 한 해 코로나로 인해 학교도 가지 못하고 대부분을 집에서만 보내 우울해하고 있었는데 이 수상으로 기분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이번 마지막 학기를 끝으로 이제 학교를 떠나게 되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상을 받을 수 있어서 기분 좋게 학기를 마무리하고 졸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이번 학기에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설 입선] 붉은 도료
소설 입선.pdf 김민 (경영학) 안녕하세요, 경영학부 김민입니다. 소설을 써 본 경험이 거의 없어 다소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이렇게 입선이라는 결과를 얻게 되어 한 해를 정말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 민희, 은희, 효정의 이름은 각각 제 이름과 제 지인의 이름에서 가져왔는데, 그만큼 각 주인공에게 애정을 가지고 스토리를 꾸려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름을 빌려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이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께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따뜻한 겨울 보내기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설 심사평]
이한정 교수 (일본어권지역학전공) 14편의 소설 응모작을 읽었다. 작품들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 만남과 헤어짐, 기억과 망각, 진실과 거짓, 말기의 삶, 현실과의 괴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한두 편을 제외하고는 문장도 가지런히 다듬어진 글들이어서 읽는 즐거움이 더했다. 어느 작품을 꼽아도 아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당선 「T or F」, 가작 「사우다드」, 입선 「붉은 도료」를 선정했다. 「T or F」는 AI와 인간의 문제를 ‘인격 복제’인 ‘지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다가올 미래를 다루면서 엄마가 ‘지우’와 함께 시댁에 가는 장면은 현실감을 더해 주었다. 도전하기 어려운 소재에 여러 에피소드로 담고 있어서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내용인데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우다드(Saudade)」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잊기 않기 위한 아름다운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포르투갈 여행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비현실적 공간을 설정해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왔다. 「붉은 도료」는 다소 가다듬어지지 않은 듯 보이는 문장이 이어지면서도 인물들이 살아있었다. 한 예술가의 죽음을 세 인물 화자로 비추지만 결국 예술가의 마음은 알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말미의 사족이 다소 안타까웠으나 입선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당선에 넣지 못해 여운이 남는 「흑백 도시」는 글이 수려했다. 다만 예정된 결말로 가는 내용이 시작의 기대감을 식게 했다. 응모작의 여러 작품이 이야기의 평이함에 머물러 있었다. 인물과 묘사의 입체감도 덜했다. 그러나 응모작은 모두 소설 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한껏 보여주었다. 선정의 당락 여부가 응모자에게 일희일비로 다가가지 않고 한 발 더 내딛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시 당선] 데스크에서
데스크에서 시간이 흐른다 7번채와 드라이버가 궤도를 그리며 골프공을 퍽퍽 때리기 시작하면. 나는 모니터 앞에 앉아 다음 손님을 기다리는 몸도 마음도 건조한 새벽 6시의 어린 직원. 5번 타석의 단골 손님은 대학교 교수님. 교수님의 단골 메뉴는 맹탕 아메리카노. 그는 대뜸 이천원 대신 말을 내밀었다. 너는 글을 쓴다 했지? 사회를 아주 잘 알아야해 신문을 읽어 종이신문으로 말야 청년의 시각으로 사회를 관찰하고…또…그걸로 작품을 만들어야 해 그러면 이제 된거야 버석한 손으로 커피를 제조하다말고 뒤돌아 광대 올리며 네 감사합니다 맹물커피, 꼬질한 골프장갑, 라이터를 든 채 교수손님은 사라졌다.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아, 나는 이번엔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오후 2시의 배고픈 직원. 나의 생크림 케이크에 장촛대 네개가 꼽힐 날 나는 매끈하고 잘빠진 드라이버가 되어 있을까, 볼 수거통을 전전하여 때묻은 골프공이 되어 있을까 저 아저씨 아줌마들은 본인을 뭐라고 생각할까 아니꼬와 하면서도 인스타그램 대신 뉴스를 클릭하는 나. 삼개월 후에 골프장이 무너지고 아파트가 들어섰다. 아마도 다른 곳에서 채를 휘두를 중장년의 얼굴들. 주머니에서 못쓸 공 하나가 나왔다. 버린다는 걸 깜빡했지 뭐야 나는 공과 함께 집으로 열심히 걸어갔다. 주머니 속에서 공의 파편이 손가락을 따끔 찌른다. 차혜빈 (영화영상) 저의 시를 다시 읽어보니 참 부끄럽습니다. ‘데스크에서’는 실제로 일했던 골프장에서의 경험을 비롯한 작품입니다. 마음속으로 불평의 소용돌이가 반나절에 열 번씩은 거세게 일었던 그 일자리에서 저는 저 스스로를 불쌍히 여겼나 봅니다. ‘골프공’이나 ‘매끈한 채’나 사람은 하나의 무언가로 정의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돈 많은 부자들이 비열한 성품을 가지고 있던 모습과 아니꼽게 보던 저 역시 그들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한편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 골프장의 소용돌이 속에서 저는 여러 번 휩쓸리고 또 어떤 소용돌이는 스스로 일으키기도 했을 테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은 그보다 더 단단하게 버텨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시 가작] 나를 만드는 것
나를 만드는 것 철문은 시련이다. 높은 담벼락은 고통이다. 철문은 나를 죽이지 못한다. 높은 담벼락도 그러하다. 나는 철문을 통과할 수 없기에 높은 담벼락을 넘을수 없기에 강해진다. 철문의 차가움은 나를 따뜻하게 높은 담벼락의 딱딱함은 나를 부드럽게 그렇게 나는 성장한다. 오늘도 나는, 철문과 높은 담벼락에 몸을 기댄다. 김종찬 (글로벌경영)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니체가 그의 저서 < 우상의 황혼>에 담은 글입니다. 2년 전, 군대에서 니체의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밖에 보이는 담벼락, 철문은 저를 고통받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니체의 말을 접한 뒤 그러한 고통들이 결국 저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더욱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상명대 학우분들이 많이 힘드시겠지만, 힘든 상황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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