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부문 심사평]
[소설 부문 심사평]
글이 사라지는 시대, 글보다는 영상으로 모든 정보를 수용하는 시대에 글을 쓴다는 행위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올해 선자에게 넘어온 소설은 총 8편이었다. 10편이 안 되는 작품을 놓고 투고율이 저조하다고 생각하기보다 아직도 누군가는 무엇인가를 쓰고자하는 욕망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으며 응모작을 살펴보았다. 그중 분량이나 문학적 형상화 등 소설로서 구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작품들을 제외하고 「직선으로」를 가작으로, 「힘들 땐 쉬세요」를 입선으로 선했다.
「직선으로」는 사고로 남자친구인 재영을 잃은 소희가 상실감의 고통으로 삶에 대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에 그들의 추억이 어린 명동의 떡볶이 집을 찾고, 그곳에서 과거 재영이가 남겨 놓은 편지를 보고 새롭게 삶의 의미를 다진다는 내용이다. 사고로 남자 친구를 잃고, 상실감에 괴로워하고 삶의 마감을 고민하고, 추억의 장소에서 고인이 남긴 편지를 보고 삶의 의지를 다진다는 내용은 너무나 평범하고 진부한 클리셰이지만 소설적 구성을 갖춘 작품이어서 격려의 의미로 가작에 선한다.
「힘들 땐 쉬세요」는 권력서열에서 밀려난 조폭의 이야기이다. 전형적인 조폭인 나가 기업가마인드인 조폭 영수에게 밀려나 몇몇의 부하들과 속초에 갔다가 조직원 중 한명이 익사하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응모작들 중 가장 매끄럽게 이야기를 서술해나간 솜씨가 돋보이는 글이다. 그러나 조폭을 소재로 한 서사가 지나치게 진부하고 그 조폭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형상화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더욱이 조폭이라는 소재가 글쓴이의 경험의 영역을 다룬 것이 아닌 까닭에 나타나는 피상적인 서술이 아쉽지만 나의 심리나 글을 서술해나가는 솜씨가 좋아 분발의 의미에서 입선에 선한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가 ‘무엇을 쓰고자 하는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가’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물과 사건을 만들고 구조적인 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에 선하지는 못한 몇 몇의 작품들은 소설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고민해본다면 다음에는 의미있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어교육과 강옥희 교수